[14호][목소리들] 나이주의 특집 기고문, 집회의 자유/참정권 보장 요구 등 (2016.07.26. ~ 2016.10.20.)
정리 : 난다(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 논평]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2016.08.03.)
-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위축시키는 교육당국을 규탄하며
(사진 :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논평]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집회 참여를 위축시키는 교육당국을 규탄하며
사드(THAAD)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 지역이 선정된 이래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집회를 열고 시위에 참여하며 총리가 참여한 설명회에서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재개하는 중이다. 초중고학생을 비롯한 청소년 주민들도 사드 배치 반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5일에 총리 방문을 계기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기점으로, 경북도교육청은 집회에 참여한 초중고학생 인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결석하거나 외출, 조퇴한 후 이날 집회에 참여한 초중고학생은 827명이다. 며칠 뒤 교육청은 이 학생들에 대해 무단결석·무단결과 처리를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교과활동이 없는 방과후 시간과 방학 중에도 집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같은 교육청의 방침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무단결석·무단결과 처리는 유보하겠다고 다시 밝혔지만,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경북도교육청은 ‘사드 관련 자료안내 및 학생생활 지도 철저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25일 성주교육지원청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 공문은 성주 지역 내 초중고학교로 전달되었다. 공문의 내용은 사드의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국방부 자료를 학생들에게 교육하라는 내용과 더불어, 사드 관련 집회에 학생들이 참여할 경우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생활지도에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하지 않도록 교사들과 학교장이 지도하라는 내용인 셈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집회에 나가면 학습권이 침해되니 학부모들이 좀 자제해 주십사하는 내용이다. 어른들은 상관없지만 학생들이 나가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초중고학생들의 집회 참여와 의사 표명을 탄압하는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만이 아니었다. 집회가 예정되어 있던 15일, 성주고등학교 학생들은 ‘외출 금지’ 통보를 받았다. 전날까지는 등교를 했다가 외출을 하여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집회 당일 학교장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외출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날 성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오늘 아침 4개 고등학교 학교장들이 모여 외출 금지 방침을 정했다. 아직 충분히 판단하는 지각력이 안 된 상태에서 학생들이 집회에 가는 부분은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성주고등학교 뿐 아니라 성주여자중학교, 성주중학교에서도 “시위에 참여하기 위한 등교거부, 조퇴는 무단 결석, 무단 조퇴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내 학생들의 집회 참여에 제동을 걸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와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과 학교장들이 모두 초중고학생들의 집회 참여와 의사 표명을 방해하기 위해 애쓰는 형국이다. 그들은 청소년이 집회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서부터 민주화운동과 다양한 사회적 부정의에 맞서는 운동에 청소년들은 늘 정치적 주체로 참여해왔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지역의 청소년들뿐 아니라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거리에서, 온라인에서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며 자신을 정치적 의견을 가진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 청소년은 정치적 판단을 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듯이 사회는 이미 정치의 장 속에 존재해온 청소년 주체들을 은폐한다. 그러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정책과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로서 청소년들의 참정권과 정치적 의사를 표명할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 성주 지역의 청소년들은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부정의에 분노하고, 사드 배치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민으로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청소년의 의견은 비청소년의 의견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 집회시위를 통해 의사를 표명할 권리는 청소년에게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방과후 시간과 방학 기간 중의 집회 참여도 ‘조사’하겠다는 교육청, 외출금지령을 내리는 교육지원청과 학교장들,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드의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는 내용의 교육을 진행하라는 교육부 모두 청소년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모두 학생의 인권 보장에 힘써야 하는 책무를 지는 곳들이며, 집회의 자유는 방해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권리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진정으로 교육과 학생들의 권리를 생각한다면, 해야 할 일은 혹시라도 경찰이나 학교에서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육부·교육청·학교 등이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고 학생들의 인권과 민주적 교육의 가치를 외면하는 행태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16년 8월 3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강원교육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경기학생인권실현을위한네트워크/ 경북교육연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광주교사실천연대 ‘활’/ 광주노동자교육센터/ 광주비정규직센터/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광주인권회의/ 광주청소년인권교육연구회/ 광주YMCA/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 교육공동체 나다/ 국제앰네스티대학생네트워크/ 군인권센터/ 노동자연대/ 녹색당/ 대안교육연대/ 대한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 문화연대/ 민주노총서울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초강남교육혁신연대/ 시민모임 즐거운교육 상상/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어린이책시민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교육 온다/ 인권법률공동체 두런두런/ 인권배움터 봄/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서울지역본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부설 한국아동청소년인권센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진보교육연구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학벌없는사회/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흥사단교육운동본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 논평]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물꼬를 트자 (2016.08.23.)
- 국회와 선관위 등에서의 선거법.정당법 등 개정 논의에 관하여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권 제한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바꾸고 정당가입 제한 연령기준을 16세로 하향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 의견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선관위의 취지는 선거권을 가지지 못하는 청소년의 경우에도 정당 활동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또한 20대 국회에 들어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의 국회의원들이 각각 선거권 제한 연령을 18세로 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정당 가입 제한 연령은 15세로, 교육감 선거권 제한 연령은 16세로 하는 법안을 함께 발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소년도 선거나 정당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고 논의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선거권·피선거권은 물론, 정당가입의 권리와 선거운동의 권리조차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하던 청소년 당원들이 제명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선거운동 기간에 SNS에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청소년에게 제약이 가해지기도 했다. 이는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꼭 법에 의한 것이 아니더라도, 학교나 사회적 편견에 의해서,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와 활동은 끊임없이 부당하게 제약당해 왔다. 최근, UN의 마이나 키아이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한국의 청소년·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태도나 위협과 처벌 등으로 집회의 자유 등 권리를 침해당하는 현실을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활동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4.19 등, 우리 역사 속의 중요한 정치적 변화의 시점에 많은 청소년들이 주역으로 나섰다. 지난 2000년대의 많은 촛불집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논란에서, 바로 지금도 사드(THAAD)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에서의 집회에서, 그밖에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우리 사회의 현안에 관한 논쟁 속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지역의 주민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다. 또한 이미 여러 정당에서 청소년들은 비청소년 당원들과 함께 참여하고 활동하고 있다. 현행법이 어떻든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이미 현실인 것이다.
청소년의 권리와 더 완전한 민주주의를 위해
청소년도 우리 사회의 시민이며 민주주의의 예외지대로 내몰리지 않고 공동의 결정에 참여할 권리, 자신의 정치적 의사에 따라 발언하고 행동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선거법·정당법 등을 개정은 청소년의 권리와 참여 보장, 그리고 민주주의의 실현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18세면 성숙하다’라든가 ‘법적으로 군입대나 납세도 하는 나이’라는 등의 논리로 선거권 제한 연령을 18세로 하자고 주장할 경우 생기는 한계는 명확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자격 획득에 따른 부산물로, 의무 수행에 따른 보상으로, 왜곡시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정치에 ‘연습 삼아’ 일부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논리 역시, 청소년들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를 교육이나 훈련의 과정으로 폄하할 위험성이 있다.
과거 선거권 제한 연령을 18세로 개정하려던 움직임이 가로막혔던 이유는 청소년이 정치를 할 수 없다는 편견을 바꿔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 청소년의 정치 활동과 참여의 권리를 이제는 이야기해야 한다.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는, 한국 사회가 청소년을 민주주의의 예외지대로 내몰고 시민으로 존중하지 않는 사회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청소년도 포함한 더 완전한 민주주의를 건설해나가고 청소년도 민주시민으로 존중하는 사회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청소년도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 걸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결국 정치관계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청소년의 정당 가입을 일부 보장하는 내용은 토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일각에서의 주장을 의식한 결과로 추측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활동에 대해 편견을 갖고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미성숙’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청소년을 시민 이하의 존재로 묶어둔 채 각종 청소년인권 침해 등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주장이다. 국회에서 ‘18세 선거권’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 중에서도 청소년의 참정권에 대한 의식 없이 그저 국제적 대세가 18세이니 이를 따르자는 수준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18세 선거권’ 논의를 넘어 청소년의 참정권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이번에 다시 점화된 이 오래된 논란은, ‘18세 선거권’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토론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민주적·반인권적 편견을 깨고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는 물꼬를 트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특히 국회를 비롯한 국가기구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강화할 책무를 가진다는 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공청회 주제 중 청소년의 정당 가입 보장에 관한 내용을 제외시킨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청소년이 선거에 참여하고, 정당에서 비(非)청소년들과 함께 활동하며, 주체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삶에 관련된 각종 정책 시행과 법률 및 규칙의 제개정 등에 개입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그리고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운동과 정치의 과정을 통해,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를 일구어낼 것이다.
2016년 8월 23일
인권교육센터 오리알,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강원교육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경기학생인권실현을위한네트워크/ 경북교육연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관악동작학교운영위원협의회/ 광주교사실천연대 ‘활’/ 광주노동자교육센터/ 광주비정규직센터/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광주인권회의/ 광주청소년인권교육연구회/ 광주YMCA/ 교육공공성실현을위한울산교육연대/ 교육공동체 나다/ 국제앰네스티대학생네트워크/ 군인권센터/ 노동자연대/ 노원지역청소년인권동아리 화야/ 녹색당/ 대안교육연대/ 대한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무지개행동 이반스쿨팀/ 문화연대/ 민주노총서울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서울장애인교육권연대/ 서초강남교육혁신연대/ 시민모임 즐거운교육 상상/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어린이책시민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교육 온다/ 인권법률공동체 두런두런/ 인권배움터 봄/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서울지역본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부설 한국아동청소년인권센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진보교육연구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학생인권조례제정경남본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흥사단교육운동본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중고생연대, 중고생연대 동문회, 청소년 정의당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 성명] 수능이 코앞인데 공포는 사치다? 학생의 안전과 생명이 학습보다 우선인가 (2016.09.14.)
- 지진의 공포 앞에 뛰쳐나갈 자유조차 허락받지 못한 존재들에 대하여
[성명]수능이 코앞인데 공포는 사치다? 학생의 안전과 생명보다 학습이 우선인가
-지진의 공포 앞에 뛰쳐나갈 자유조차 허락받지 못한 존재들에 대하여
한반도 지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지난 12일의 지진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지진 당시 공포에 떨어야 했던 경주와 경주 인근 지역 학생들의 울분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1차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학생들을 귀가시킨 학교도 있었지만, 어떤 학생들은 강제야자에 묶여 학습을 지속하도록 강요당했다. "학교에서 죽나 거리에서 죽나 똑같으니 여기 있어라." "동요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 "수능이 66일 남았는데 지진이 무슨 대수냐." "무단외출시 벌점 부과하겠다." 공포에 떠는 학생들에게 학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학교가 쏟아낸 말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 대피 여부의 판단은 우연히 당일 야자 감독을 맡은 교사들의 '개인적 판단'에 맡겨졌다. 건물이 흔들리는 공포를 느꼈던 학생들에게 '집중하지 못한 탓'이라는 비난을 쏟아낸 교사도 있었다고 한다. 놀라서 교실에서 뛰쳐나온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한 학교도 있었고, 압수해둔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아 학생들이 가족과 지인의 안부를 확인할 통신의 기회마저 가로막은 학교도 있었다. 재난대응매뉴얼은 휴지통에 버려졌다. 내진 설계된 학교 건물이 전국에 셋 중 하나도 되지 않고, 진앙지에서 가까운 경북은 그마저도 18%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이 공포의 밤을 보내야 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대응 매뉴얼을 갖추겠다며 떠들썩했던 교육당국이 과연 학생의 안전을 책임질 역량과 의지를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위기의 순간 학교 건물을 뛰쳐나올 자유도, 사랑하는 이들의 안부를 확인할 자유도 없는 '자율학습'이 과연 자율학습일 수 있는가. 학생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학습을 강행하는 것이 학교의 본령인가. 교사는 자신과 학생의 안전을 보장할 책임보다 학생을 붙잡아둘 의무를 우선시해야 할 존재인가. 학생은 두렵고 교사는 참담해질 수밖에 없는 교육을 언제까지 강행할 셈인가.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지금, 교육당국이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명령을 계속 강행한다면 우리는 차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참사를 다시금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특히 학생들을 공포의 밤으로 몰아넣은 학교들이 학생인권조례조차 없고, 학생의 의사와 무관하게 밤늦은 시간까지 학생을 학교에 붙잡아두는 횡포를 마음껏 자행해온 지역들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학생인권 보장 없이 학생 안전도 없다.
- 교육부와 교육청, 각급 학교는 재난대응 시스템을 긴급 재점검하라.
- 해당 교육청은 문제가 된 학교를 조속히 파악하여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라.
- 문제가 된 학교들은 학생들이 겪어낸 공포의 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라.
- 학생의 의사를 무시한 강제 학습을 즉각 중단하라.
- 휴대전화 강제 수거 관행을 즉각 중단하고, 학생에게 통신의 자유를 보장하라.
2016년 9월 14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 교육부 성교육표준안 성차별 조장 이어 교육 탄압까지 -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성교육 국정화로 교육통제를 일삼는 교육부!
- 청소년의 룸카페 이용에 대한 낙인찍기식 언론보도에 우려를 표한다
청소년이 이용한다고... "룸카페 벌컥"?!
-청소년의 룸카페 이용에 대한 낙인찍기식 언론보도에 우려를 표한다
최근 MBN뉴스에서 청소년들의 ‘룸카페’ 이용실태를 보도한다는 명목으로 청소년이 이용하고 있던 룸카페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안에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화면으로 내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장면은 룸카페에서 ‘남녀 학생들이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보도되었다. 해당 장면이 연출된 것인지, 혹은 정말 기자가 이용자의 허락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비청소년이었다면,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사적 공간으로 점유하고 있는 공간을 동의도 없이 열고 들어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무례한 취재 방식이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의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는 조항에 부합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러나 MBN뉴스처럼 청소년이 이용하고 있는 룸카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취재하지는 않았더라도, 여러 언론에서 룸카페가 청소년의 ‘탈선’ 장소라는 식으로 보도를 꾸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 탈선 조장 '룸카페' 우후죽순”, “밀실에서 뭐든지?” 등으로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붙여가며 말이다.
룸카페는 칸막이 등으로 공간분리가 되어 있고 문을 잠글 수 없는-혹은 문 대신 커튼이 달려 있기도 하다-여러 개의 룸들이 설치된, 1-4인 정도가 룸 안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TV를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게 꾸며놓은 공간이다. 비단 청소년 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룸카페를 이용한다. 연애상대와 스킨십을 하고 싶을 때 남들 시선을 가려 줄 칸막이가 있는 공간이 필요해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편하게 앉거나 드러누워 수다를 떨고 싶을 때 가기도 한다. 대다수 룸카페에 영화 관람이 가능한 TV, Wii 와 같은 게임기, 보드게임 용품 등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이용할 목적으로 가기도 하며, 때로는 잠깐 낮잠을 자고 싶어서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언론에서는 청소년들이 룸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고 스킨십을 하는 것이 대단한 ‘탈선’인 양 보도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부도덕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만 13세 이상의 청소년들이 칸막이로 가려진 룸카페에서 서로의 동의하에 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현행법상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면 공연음란죄로 처벌을 받지만, 룸카페에서 남들이 들리게끔 성적인 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공연음란죄 적용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사생활을 지키고자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을 찾아 룸카페에 와서 스킨십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들이 친밀감을 나누고 있던 방의 문을 마음대로 열어 전 국민에게 공개한 것은 언론이다. 왜 어른의 얼굴을 한 사회와 언론은 청소년의 성(性)을 탈선으로, 비행으로 낙인찍고야 마는 것일까? 성적 권리와 성적자기결정권은 인권이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연애와 성은 삶을 삶답게 해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남에게 해를 입히는 일도 아닌데 청소년들이 룸카페에서 상호 동의하에 스킨십을 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왜 언론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룸카페가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라고 떠들고 있는 언론의 행태를 보자면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라고 지목받았던 멀티방은 2012년에, 비디오방은 1999년에 청소년의 출입이 불가해졌다. 2000년대에 청소년이었던 지금의 20대들은 멀티방에서 데이트를 했고 당시의 언론은 멀티방이 청소년의 탈선 장소라고 보도했다. 1990년대에 청소년이었던 지금의 3-40대들은 비디오방에서 데이트를 했으며 당시의 언론은 비디오방이야말로 청소년의 탈선 장소라고 보도했다. 당시의 언론 기사들을 찾아보면 비디오방에서 멀티방으로, 그리고 룸카페로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 보도하는 방식이나 기사의 논조는 놀랍도록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은 어른의 감시 없는 사생활을 가져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여기는 인식, 청소년의 성적 실천을 사회가 통제해야 한다는 믿음이 수십 년째 이와 같은 언론보도를 양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많은 청소년들은 ‘그 집은 나를 위한 집이 아니’라고 느끼곤 한다. 자기만의 방이 없거나, 있다하더라도 부모가 언제든지 동의 없이 들어올 수 있으며, 집에 머무는 동안 입시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등으로 감시당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성인 친구는 아예 집에 초대할 수조차 없는 청소년들도 많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사생활이 필요할 때면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을 찾는데, 모텔도 비디오·DVD방도 멀티방도 출입금지당한 청소년에게 룸카페의 룸(room)은 잠시나마 자기만의 방이 되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탈선하려고 룸카페에 온 청소년들’을 보도하고자 의도하는 언론은 이들이 왜 이 공간을 찾는지에 대해서 진정 알려고 하지 않는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는, 피상적이고 선정적인 언론의 보도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2016.10.01.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본 논평에서 다룬 보도의 내용은 MBN뉴스의 “밀실에서 뭐든지?…'룸카페' 청소년 탈선 온상” 2016.09.20.자 기사 참조.
*탈가정청소년인터뷰프로젝트가 쓴 <그 집은 나를 위한 집이 아니야> 제목에서 표현을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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