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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들

[28호][관점들] 청소년활동가마당을 다녀와서, 청활마 후기

28호 [관점들] 에는 8월 1일,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에서 열린 청소년활동가마당(줄여서 청활마)의 후기글을 싣습니다. 청활마에서 나눈 토론에 대한 생각과, 활동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청활마에 참여해본 소감 등을 담았습니다. 후기는 강원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보근님이 써 주셨습니다.

 

청활마 사진 (사진 제공: 활기)

 

어느 날 치이즈님이 청소년 활동가마당의 초대장을 보내주셨다. 내가 속해있는 단체인 참여하는청소년들의모임과 작년도 강릉에서 진행한 청소년 인권 강연을 통해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던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하필이면 청소년 활동가 마당을 진행하는 날짜가 기말고사 이틀 전이라서 입시에 부역하는 청소년인 만큼 거절을 하였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정치활동이 극히 제한되는 청소년 시기에, 표면적으로는 보호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오게 된 이런 기회가 너무나도 아까웠다. 그래서 나 같은 신입 활동가가 활동가라고 불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진 채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교통비를 지원 받아 곧바로 청소년 활동가 마당에 가기로 결정했다.

 

몇 시간을 걸쳐 버스를 타고 도착한 무지개 깃발이 달린 건물에서 진행된 청소년 활동가 마당의 첫 번째 활동은 ‘“나를 이끈 그 말, 그 사건, 그 책을 소개해주세요로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를 쓰고 발표하는 것이었다. 이 활동에서 청소년 활동가 마당에 대해 피드백 하고자 하는 내용이 한 가지 있다. 나는 퀴어라는 정체성을 가졌고 동시에 청소년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약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약자와 잘 공감한다고 한다. 그런 지점에서 나는 약자라서공감을 할 전초가 상대적으로 닦여있었고 그것을 계기로서 소개하기에는 아무리 퀴어프랜들리한 분위기여도 부담스러웠다. 그렇기에 청소년 활동 마당에서 앞으로 퀴어인 활동가 분들처럼 낙인이 두려운 정체성을 가진 활동가 분들을 위해 퀴어라는 정체성 등에 혐오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사전에 하거나 발표를 원하는 분만 발표하는 식의 대안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두 번째 활동은 스쿨미투 운동과 청소년 인권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스쿨미투의 최전선에서 활동하시는 윤달님의 발제를 통해 토론이 시작되었고 신입 활동가에겐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다. 발제를 들으며 청소년 인권의 문제이자 여성 인권의 문제이기에 더 높은 장벽이란 발언을 듣고 스쿨미투의 본질은 여성과 청소년이라는 교차로에 서있는 한 인간의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퀴어이면서 청소년인 본인의 정체성에 힘입어 우리 조는 상호교차성을 주제로 왜 미투가 아니라 스쿨미투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 깊은 말은 같은 조원 분들께서 이야기하신 비청소년의 미투는 회사미투와 같은 이름이 붙지 않는데 스쿨미투는 학교가 붙어있다는 점과 무성적 존재인 청소년에게 성적인 행위를 함에 특히 더 분노하여 스쿨미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의견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 주제로 토론을 하면서 청소년 활동 마당에 주어진 7시간이라는 시간을 모두 혹은 그 이상 할애해도 괜찮을 만큼 즐겁고 진지한 토론이었다.

 

세 번째로 학생인권은 계속 된다는 제목의 이슈토론이 이어졌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의 경과와 현황 등을 주제로 긴 발제가 이루어졌고 그 이후 우리 조는 어떻게 학생인권운동을 전개해야할지 토론했다. 굉장히 획기적인 대안과 발언들이 토론을 통해 제시되었다. 몇 가지 인상 깊은 내용으로 치마길이 검사나 두발 규제 등이 선생님의 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시키자는 의견, 당사자에게 조차 자잘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청소년 혐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가 제안한 정당창당, 헌법소원 같은 것이 있었다.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활동은 무엇일까?”, “청소년과 학생에 대한 혐오의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가 가장 오랜 질문이고 가장 주된 질문이었다. 토론을 통해 개인적으로 낸 결론은 연대와 정치이다. 청소년은 참정권이 없으니 청소년 인권이 지켜지기 어렵고 청소년 참정권을 사수하기 위해 청소년 참정권이 다시 또 필요한 고질적인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비청소년과의 연대 그리고 직접적인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청소년활동마당을 참여한 후기를 적는데 무슨 토론 내용과 본인의 생각 위주로 적고 있는가 싶겠지만 결국 토론을 통해 듣고 말한 내용, 생각해낸 내용이 적어도 신입 활동가로서 활동을 하기 위해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느꼈다는 것을 내용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기존에 많은 활동을 한 활동가 분들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이제야 활동을 시작하는 신생 단체의 신입 활동가는 그 이전에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등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글로만 봐서는 아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직접 활동을 한 당사자의 언어로 듣는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양상을 이해하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청소년 활동가 마당은 전국의 활동가를 만나며 연대를 위해 인맥과 연락처 등을 교환하는 좋은 의미의 친목 역시 직접적인 활동과 노하우 전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서울, 광주, 전북, 충남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강원도의 학생인권조례는 통과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강릉에 새롭게 등장한 참여하는청소년의모임은 한 차례 연기된 강원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이끌어서 강원도의 학생을 보호하고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 이름을 올린 상태로 청소년 활동가 마당에서 당당히 공표할 것이다.

 

-글: 최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