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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20호][사람들] "법은 열악한 청소년 인권 현장을 끌어주는 역할" 청소년운동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인터뷰

[21호] [사람들] "법은 열악한 청소년 인권 현장 이끌어주는 역할" 청소년운동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 인터뷰


오랜만에 돌아온 [사람들] 인터뷰! 이번에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국회법률단에서 활동하고 계신 강정은, 서채완 변호사님들을 만났어요. 청소년인권운동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과 같이, 법 제정이나 개정을 위한 움직임들이 있었는데요, 이 운동에 함께 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어떤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인터뷰를 하고 나서는 결국 강정은 변호사님이 하신 말처럼 "언어가 다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의 영역에서 청소년인권이 더 보장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습니다!

- 인터뷰어 치이즈의 말



[출연한 사람들]

- 인터뷰 참여 : 서채완, 강정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위원회)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치이즈(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이은선(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 왼쪽부터 인터뷰를 진행한 이은선, 치이즈 활동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위원회 소속 서채완, 강정은 변호사.





각자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강정은 : 안녕하세요, 강정은입니다. 민변 아동인권위 회원이고 일하는 곳은 사단법인 두루에요. 비영리전업공익변호사이고, 아동청소년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에서부터, 현재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국회법률단 소속으로 청소년인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채완 : 서채완이에요. 민변 아동인권위 회원이고,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민변은 NGO 이고, 주로 하는 건 공익 인권 사건을 맡거나 연대 활동에 참여해요. 강정은 변호사님과 마찬가지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촛청법) 국회법률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법률 분야 안에서도 아동 청소년 분야를 맡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강정은 : 학부 때 법학을 공부했는데, 학생들이 다들 영혼 없이 공부하는 거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같이 영혼 없이 했는데, 그러다보니 당연히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어요. 학교 안에서 그나마 재미있게 하던 게 젠더법학회 활동이었는데, 그 곳에서 선배가 인권운동사랑방을 선배가 소개해줬어요. 제가 학교를 8년간 다닐 만큼 방황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 분이 인권운동사랑방을 소개해주면서 "너의 이 깊은 방황을 해결해줄 것이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웃음) 

그렇게 인권운동사랑방의 반차별팀에서 자원활동을 했는데 그 때 청소년 활동가분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제가 어떻게 보면 '범생이' 같은 삶을 살았잖아요. 제 안에도 가정과 학교 밖의 청소년들에게 편견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청소년 활동가들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고, 청소년 관련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자원활동을 하면서 법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6개월간 자원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돌고돌아 결국 로스쿨을 갔고, 하기 싫던 변호사를 늦게 하게 됐죠

그런데 제가 다녔던 로스쿨에 우연히 소년 재판 관련 과목이 있어서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원래 소년법 분야가 로스쿨에 별로 없는데 그 과목을 듣게 된 게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 과목을 가르치셨던 교수님이 저의 멘토인데, 주로 소년 재판에 대해서 다루시던 분이었어요. 소년 재판 판사님들도 많이 만났는데 이 쪽에 하는 사람이 워낙 없어서 개척하는 기분도 들고 재밌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실제 변호사가 되서 소년 재판도 직접 경험해봤는데, 하면 할수록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동 청소년 분야도 굉장히 넓잖아요. 막상 하다보니 너무 할 게 많아서 어디 도망가지 못하고, 계속 하고 있습니다. (웃음)


서채완 :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아버지 사업 때문에 해외에 잠깐 갔던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공립학교를 다녔는데, 청소년인 나를 대하는 태도가 한국과 너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청소년에게도 예의를 갖추고, 완전한 인간으로서 존중하더라고요. 비자가 만료되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 후에 학교를 안 가고 검정고시를 봤어요. 그러다보니 저를 포함해서, 제 주변이 학교밖 청소년이 대부분이었는데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격에 결함이 있다는 등의 선입견에 시달렸어요. 그게 너무 억울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동료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이유로 여러 진로에 제약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동문회도 있는데 검정고시 출신 사람들은 그런 것도 없고, 대학에 가서도 검정고시를 봤다고 하면 학생들이 동료의식을 안 느끼더라고요

영문학과를 다녔는데, 청소년문학 수업을 되게 좋아했어요. 거기 나오는 청소년문학은 비청소년이 썼지만 차별적인 시각이 아닌 청소년의 관점에서 쓴 것들이라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했어요. 그러면서 청소년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막연히 가지게 되었죠. 그러다 로스쿨을 가게 되고 변호사가 되었어요. 방황도 많이 했는데, 본격적으로 민변 아동위원회에 들어와서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구체적으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어요. 그 전에는 '뭘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촛불인권법제정연대를 하면서 훨씬 많은 일을 하게 되었고, 그만큼 배운 점도 많아요. 

 


청소년 인권 활동을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서채완 : 촛청법에서 기자 없는 기자회견을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기자가 얼마나 왔는지와 상관없이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들이 항상 참 좋았어요. 언제 한번은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했었는데 그 때 발언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기억에 남네요. 아마 송지은 변호사님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쪽에서 준비했던 당사자 발언을 대독하셨던 거였는데, 법률가들의 재미없는 이야기와 달리 당사자 발언의 생생함이 담겨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강정은 : 촛청법 하면서 기억에 남는 때는, 소위 '태극기 부대' 분들한테 잔뜩 욕을 먹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분들이 단체로 저희 농성장 쪽에 오셔서 농성장을 지켜야했거든요. 당시에 신성호 선생님과 함께 농성장 짐을 지켰는데, 저희를 둘러싸고 태극기 부대 사람들이 거의 1시간 반 동안 말 그대로 쌍욕을 퍼부었어요. 청소년에 대한 온갖 욕과 더불어 세월호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까지 하는데 참기가 힘들더라고요. 욱하고 화가 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좀 마음을 내려놓고 가만히 듣기도 했어요. (웃음) 듣다보니 사실 나도 비청소년이 되고나서 청소년들을 타자화했던 건 아닌가 반성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 생각하기도 했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삭발식 때 청소년분들이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이 운동에 임한다고 했던 발언이 생각나면서 그 발언의 의미를 짐작해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청소년 인권의 문제를 법적인 면에서 다가가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채완 : 개인적으로는 법률 자체가 딱딱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운동의 목표로 법을 제/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고민되는 지점이 있어요. 법은 모든 것을 다 해봤을 때, 그래도 해결되지 않았을 때 마지막으로 사용해야 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법률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역사 속에 다른 활동의 역사도 남을 수 있겠지만 법과 관련된 변화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지금의 헌법재판소 판결 기록에 '아동이 미성숙하다' 와 같은 문구가 있는데 이런 문구도 이미 아동에 대한 차등적인 시각을 내포하고 있잖아요. 소수자에 대한 법의 시각이 수십년간 바뀌어왔으니까, 청소년에 대한 시각도 바꾸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강정은 : 운동가로서의 활동과 변호사, 법률가로서의 활동을 구분짓지는 않는 편이에요. 활동 방식과 언어가 다른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법으로서의 언어와, 활동가로서의 언어가 다르게 존재하는 거죠. 서채완 변호사님 말씀대로 법은 변화를 위한 운동에서의 가장 최소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데 청소년 인권 이슈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청소년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아무리 목이 터져라 외쳐도 안 바뀌잖아요. 현장이 너무 엉망이니까 오히려 법이 앞서서 끌어줘야 하는 게 있어요. 학생인권조례 같은 경우도, 조례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에 인권 침해가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 인권위 보고에서 나타났어요. 하물며 조례도 그런데, 법은 더 영향력이 크겠죠.  그래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도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 조례의 한계를 상쇄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막상 입법을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없는 점이 문제에요.  

 

서채완 : 법적 대응의 주체가 비청소년일 경우에 확실히 개선이 더 수월해요. 비청소년이 나서면 문제제기가 좀 더 잘 이루어진다거나 변호사들도 쉽게 조력할 수 있는데, 청소년 문제는 그렇지 않아서 답답해요. 촛청법에서도 법률 관련 문제가 있는데 이게 비청소년의 문제였으면 더 관심을 많이 받고 해결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죠. 특히 소년 사법 같은 경우는, 아무리 인권단체에 변호사가 있다 해도 거기에 집중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기회도 제한적이어서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해내야 하는 것에 비해 할 수 있는 것이 적어서 힘들어요. 

 

강정은 : 그러니 소수의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죠.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 또는 하고 싶은 이야기 남겨주세요.

 

강정은 : 오래 하셨으면 좋겠는데, 너무 적은 돈을 받고 활동을 하시니까 옆에서 보면서 제일 힘들어요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지치지 말고 함께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서채완 : 촛청법 농성장을 마무리할 때, 뒷풀이 자리에서 청소년 활동가들과 비청소년 활동가들이 다 같이 둘러앉아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광경으로 기억에 남아요. 그 자리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아수나로 회원 청소년분이 앞으로 청소년활동가로 살아가기로 했다고 이야기하셨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이 운동에 함께 하겠다고 결심한 게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그 회원분처럼 누군가는 이 활동을 보고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다짐을 할 거에요. 그 분이 말하는 활동가의 표상은 외로운 시간이 있고 힘들 때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계속 해나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