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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활동가의 사는 이야기

[33호] [사는 이야기] 다다다협동조합 김정래 주임의 이런저런 이야기

'청소년활동가의 사는 이야기' 코너는 청소년활동가로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의 고민이나 활동가로서의 삶과 활동에 대한 이야기(에피소드 등)를 담는 코너입니다. 활동가로 살며 겪는 고민들, 청소년활동가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등이 있다면 [사는 이야기] 코너의 문을 두드려 주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세한 방법은 활기에 문의해주시면 안내드리겠습니다. 

 

* 이번 호는 다다다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투명가방끈 활동가 정래 님의 '대학 비진학자를 위한 사회주택' 이야기입니다.

 

 

 

요즘 다다다협동조합은 분주하다. 대학 비진학자를 위한 첫 번째 사회주택인 'DA같이사는집 구로'가 지난 7월부터 입주민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DA같이사는집 구로는 서울시 구로구 구로보건소 인근에 위치한 쉐어하우스형 사회주택이다. 한국사회주택협회 등의 조력 덕분에 지난 사업자로부터 주택을 인수받아 다다다협동조합이 운영하기 시작한 곳이다. 대학 비진학자를 위한 사회주택이기에 입주민을 모집할 때 대학 비진학자에게 큰 가산점을 부여했다. 그래서 현재 입주민의 대다수가 대학 비진학자로 구성돼있다. ‘안정적 주거를 바탕으로 한 대학 비진학자의 사회적 고립 해소를 소셜미션으로 두고 있는 다다다협동조합(이하 다다다’)으로서는 의미있는 발돋움이다. 기존에 다다다가 추진하고 있던 빈집활용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인 'DA같이사는집 연남'과 'DA같이사는집 녹번'이 시공비 문제 등 외적 요인으로 인해 답보 상태에 있는 지금, DA같이사는집 구로를 운영하게 된 일은 더욱이 귀한 기회다.

 

DA같이사는집 구로는 비단 다다다 차원뿐 아니라 나에게도 큰 전환점이다. 나는 다다다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원래는 커뮤니티라고 해봐야 다다다와 청소년인권단체 여럿이 함께 쓰는 다양성실험실 공간 정도였다. 아니면 다다다 조합원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기획 같은 일이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해야할 업무의 전부였다.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업무의 성격 상 일에서 실질적인 효용감을 얻기가 조금 힘들었다. 다양성실험실 공간의 구성원은 이전부터 서로 잘 알고 지내는 활동가들로 구성돼있어 커뮤니티랄 것을 따로 고민할 일이 많지 않았다. 다다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한두 번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조합원들이 각자 바쁘고 뿔뿔이 흩어져 있는지라 끈끈한 커뮤니티를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DA같이사는집 구로가 입주민을 받기 시작하니 큰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 다다다 업무를 하면서는 미래에 올 무언가를 예비한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다. 미래에 지어질 사회주택을 위한 미팅, 조사, 답사, 홍보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제 주택사업이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됐다. 주택사업이 내 눈 앞에 있는 물성을 지닌 무엇인가로 다가왔다. 이제는 예비 입주민이 아니라 현재 다다다가 운영하는 집에 사는 입주민을 만나게 됐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입주민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할지, 입주민들 간의 갈등은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어떻게 입주민 커뮤니티를 조성할지 같은 고민들이 솟아났다. 요즘은 그런 고민들과 한창 씨름하는 중이다. 쉽지는 않지만 효용감은 크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이들과 관계맺는 일이다보니 흔히 겪는 노동 소외가 적다. 폭넓게 사람들과 관계맺는 법을 모르고 살았던, 철저한 내향인인 나로서는 낯설고도 신선한 경험이다.

 

 

대학 비진학자들의 현장

 

DA같이사는집 구로가 내게 전환점인 또 다른 이유로 나의 활동가 정체성을 들 수 있다. 나는 다다다라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직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민사회단체인 투명가방끈의 활동가이기도 하다. 다다다 직원과 투명가방끈 활동가라는 이 두 정체성이 완전히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명가방끈이 대학 비진학자의 목소리를 엮고 모으는 바로 그 자장에 다다다가 존재한다. 사회운동이 지속되려면 조직화가 필요하고, 조직화를 하려면 조직화하려는 이들이 있는 현장에 가야 한다. 노동운동에는 일터라는 현장이, 학생운동에는 학교라는 현장이 있다면 대학 비진학자의 현장은 어디인가하는 고민이 늘 있었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뿐이지 대학 비진학자들은 도처에 흩어져있기에 어디서 대학 비진학자를 만나 그들을 운동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다다다의 주택사업이 이런 고민의 해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에서 다다다의 소셜미션이 안정적 주거를 바탕으로 한 대학 비진학자의 사회적 고립 해소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대학 비진학자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대학 비진학자들이 으레 겪는 공동체의 부재와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대학 비진학자들이 고립에서 벗어나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조직화의 첫 단추다. 대학 비진학자의 현장이라고 할 만한 곳이 마땅히 없으니 대안적 주거공간을 현장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기획이다. 그 기획의 첫 실현이 바로 DA같이사는집 구로다. DA같이사는집 구로는 대학 비진학자의 주거공간이자 대학 비진학자의 첫 현장이다. 각자 다른 삶의 이력을 지닌 이들이 단지 대학 비진학자라는 공통분모만을 가지고 한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이기는 모였다.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DA같이사는집 구로라는 공간에.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물음이 내 최근의 화두다. 막상 모이기는 모였지만, 집이라는 공간의 특성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에서 운동의 현장이 되기는 어렵다고 느끼기도 한다. 얼마 전 입주민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프로그램 수요조사를 했다. 수요조사를 하고 보니 입주민들 대부분은 공적 활동에 지친 나머지 집에서는 사적인 시간을 누리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책 모임보다는 생활체육 활동을, 적극적인 사회참여보다는 피동적으로 참여하는 영화감상 등을 선호했다. 다시 말해 입주민들은 이 집, DA같이사는집 구로를 사적이고 내밀한 자신들의 엄연한 집으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수요조사 결과 앞에서 조금 난감했다. 누군가를 조직하려면 그이와 사적 관계를 맺는 것도 좋지만 종국에는 공적 친밀감을 기반으로 해야 하지 않는가. 집에서만큼은 사적이고 싶은 입주민들의 바람과 대학 비진학자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공적으로 조직화하고자 하는 활동가의 바람이 충돌하는 듯했다.

 

 

점점 깊어지는 고민

 

사진 제공 : 정래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런 고민이 끝에는 결국 활동가와 당사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혹은 조직화 하는활동가와 조직화 당하는당사자의 이분법이 유효한지까지 가닿는다. 조직하는 사람 따로 있고 조직을 당하는 사람 따로 있겠는가 싶은 마음과 그래도 사회운동에 전위까지는 아니어도 중심 활동가 정도는 있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 사이에 왔다갔다 한다. 아직은 명확하게 어느 쪽이 맞다 말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부분은 이런 고민이 경험에 기반한 고민이라는 점이다. 경험과 고민이 상호작용하면서 활동가로서 경험치가 숙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직은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앞으로 해나갈 경험과 고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테니까. 다다다도, 나도 지금이 전환점이라는 건 분명한가보다. 설레기도, 걱정되기도 한다.

 

글을 어떻게 끝낼까 고심했다. 고심한 끝에 남길 말은 단 한 가지. 다다다의 설렘은 함께하고 걱정은 덜어주고자 하시는 분이 있다면 DA같이사는집 구로의 물품구입비 후원 계좌에 적은 금액이라도 보내주시라.

예금주 김정래, 카카오뱅크 333315755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