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 세월호 추모 금지 공문에 대한 비판, 고려대 총학의 중앙일보 대학평가 거부에 대한 논평 등(2014.08.1 ~ 2014.09.30.)
활기(활력소)2014. 9. 30. 22:00
[4호]
[목소리들] 세월호 추모 금지 공문에 대한 비판, 고려대 총학의 중앙일보 대학평가 거부에 대한 논평 등 (2014.08.1 ~ 2014.09.30.)
별다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청소년운동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 논평, 기자회견문 등의 입장을 모아서 전합니다. 활동가들이 언론에 발표한 글 등도 전합니다. 일일이 모든 단체들을 찾아보지 못하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청소년운동 메일링으로 온 소식, 제 눈에 띈 것들을 위주로 정리하겠습니다. 혹시 추가되길 바라는 게 있으면 알려주시면 언제든 반영하겠습니다. (꾸벅)
2014년 8월 20일 을지연습을 맞아 서울특별시, 방위사업청, 국방부는 공동주최로 서울 시청역에서 국가 안보 의식 고취 행사를 진행하였다. 행사의 일환으로 무기체험 시뮬레이션이 설치돼 지나가던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하였다. 이 시뮬레이션은 실제 군 사격훈련용이며 모의총기를 가지고 스크린상의 움직이는 사람표적을 맞추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그동안 국방부는 안보의식 고취라는 미명하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살상무기와 살상용 군사장비의 체험을 실시해왔다. 평화, 공존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는 이러한 행태가 시민들의 일상적 공간인 서울 시청역에까지 나타난 것은 우려스려운 일이다. 학교에서의 안보교육, 병영체험 수련회등에서만 실시되었던 군사교육이 그 영역을 점점더 확장해 청소년들에게 살상무기, 전투상황을 더욱 친숙하게 만들고 있다.
사회적 권력에서 약자인 청소년을 대상으로하는 군사교육은 더욱 반인권적인 것이며 국제적으로도 크게 비판받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교육의 기본목표에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 평화 및 관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따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각국에 아동대상 군사훈련 금지를 요구해왔다. 이러한 규범과 권고는 전쟁에 청소년을 징집, 동원하는 것을 막기위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을 무시하고 아동(유엔 아동권리협약상의 아동은 18세 미만이다.)을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이르는 '소년병'은 국제사회에서 매우 야만적인 행태로 규정되고 있다.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국가 안보 의식 고취행사는 애초에 시도 자체가 대단히 군사주의적인 것으로 서울특별시는 이러한 행사의 진행을 더욱 신중히 결정했어야만 한다. 공공기관들이 전시에 대비해 훈련을 하는 것과 이런식의 살상무기 전시 및 체험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결국 이러한 행사가 의도하는 국가 안보의식은 전쟁무기를 더욱 많은 시민들에게 친숙하게 함으로써 살상을 부추기는 것임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그리고 서울특별시는 명심해야 한다. 사회 전체를 전쟁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은 청소년을 포함 모든 시민들에게 결코 진정한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이번 행사와 같은 살상무기 체험, 군사교육의 확장에 반대하며, 더 나아가 중단을 요구한다.
2014년 8월 24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아수나로 [성명] (2014. 9. 18)
재발방지를 할 거라면 체벌 근절부터 하라!
- 체벌 피해 중학생의 자살 사건에 대해 -
2014년 9월 14일 강원도 삼척에서 중학생 A씨가 스스로 생을 끝냈다. 발견된 유서에는 학교 체육 교사가 벌을 주고 욕해서 힘들다는 내용이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교사는 A씨가 흡연을 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이른바 '지도'를 했으며 여름방학 중에도 A씨를 학교로 불러내 달리기, 오리걸음 등의 체벌을 가했다. 교사가 A씨를 폭행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진상조사에 들어갔으며 재발방지를 위해 '자살예방'활동도 함께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먼저 돌아가신 분께 애도를 표한다. 있어서는 안 될, 체벌로 인한 비극이 올해에만 벌써 몇 번째인지 매우 안타깝다. 우리는 그동안 체벌을 금지하고 뿌리 뽑을 것을 반복해서 촉구해왔다. 대한민국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사람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유독 쉽게 학교와 가정 등에서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던 학생이 자살을 택한 것이다. 정부와 언론들은 학생간 폭력 피해자인 학생이 목숨을 잃으면 학생간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왜 체벌로 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반복되어도 체벌 근절의 의지는 그만큼 보이지 않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더구나 이와 같은 사건의 책임을 생명존중의식이 결여된 학생 탓으로 돌린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이 말하는 '자살예방활동'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청소년에 대한 폭력 등 인권침해를 없애고 청소년을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한 노력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조치도 의미를 잃을 것이다.
해당 학교 측과 가해 교사는 "학생의 장래를 위해 생활지도를 의욕적으로 하다 생긴 일로 매우 당혹스러우며 A씨가 숨진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의 장래를 위해서'였다는 이유도 폭력을 정당화해줄 수 없다. 더불어 학교 측은 A씨의 흡연 사실을 부각시키며 자신들의 잘못을 경감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를 폈으니 체벌을 당할 만했다'는 식의 주장은 피해자 앞에서는 일종의 2차 가해일 뿐이다. 어떠한 사유이든 폭행이나 얼차려 등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은 용납될 수 없고, 이는 흡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측이 해야 할 일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솔한 사과와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지도'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여 개선하는 일이다.
덧붙여서 우리는 청소년이 흡연하는 경우에 사회에서 가하는 낙인과 학교 등의 폭력적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하고자 한다. 흡연의 해악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대개는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요구할 뿐 폭력과 강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의 흡연에 대해서는 손쉽게 강력한 처벌이나 강압적 조치를 취하곤 한다. 특히 학교에서는 흡연을 매우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청소년의 흡연이 건강상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하더라도,(물론 비청소년의 흡연도 바람직하진 않다.) 이것이 과연 강력히 처벌해야 할 대상인지,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벌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흡연 적발시 처벌이 시험부정행위나 위해 목적의 흉기 소지, 기물 파손 등보다 더 강력한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흡연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정도가 더 적다는 점에 비춰보면 불합리한 처벌 기준일 수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흡연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각종 언어적 신체적 폭력과 모욕적 처우가 반복되지는 않았는지 조사해봐야 한다. 흡연을 하는 청소년에 대한 과도한 편견과 학교 기관 등의 폭력적 대처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체벌금지를 십년 넘게 여러 차례 권고했다. 그리고 체벌은 이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해서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직접체벌', '간접체벌'이라는 말장난으로 체벌을 허용하는 태도를 보이며 인권유린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다시 한 번 교육부 및 전국의 교육청에 체벌 근절을 위한 모든 노력과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강원도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며 가해자에게는 마땅한 처벌을, 피해자에게는 마땅한 사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강원도교육청과 강원도의회 등이 학교의 교육 방식 전반을 점검하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학생인권조례 등 정책 추진에 나섬으로써, 이 사건을 진정한 재발방지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2014년 9월 18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아수나로 [성명] (2014. 9. 24)
"미성숙한 학생" 소리 좀 고만해! - 세월호 관련 활동 금지 공문에 대해, 교육부의 사과와 철회를 촉구한다
지난 9월 16일, 교육부는 "최근 일부단체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공동수업 및 1인 시위 등을 계획하고 있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가치판단이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중식 단식에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행위에 대해 불허 및 엄중단속"할 것, 리본 달기에 대해 "교육활동과 무관하고 정치적 활동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학교 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공문을 각 교육청들로 보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이 보도하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자, 교육부는 이후 "개인이 가슴에 다는 리본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전교조의 실천 활동을 자제하라는 공문이었다고 해명 자료를 냈다.
교육부의 공문 내용은 주로 교원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부가 활동 불허의 핑계로 "미성숙한 학생들"을 들먹이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엄중단속한다고 한 것에 눈길이 간다. 이는 사실상 학생들, 청소년들의 자발적 정치 활동을 부정하고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공문은 과거 미국 '메리 베스 팅커 판결'을 연상시킨다. 당시 13세였던 팅커 씨는 베트남전쟁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의미로 검은 완장을 차고 등교했다가 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은 팅커 씨 등 학생들의 행동이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리는 교육부가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이 판결의 교훈을 되새기길 바란다.
정부와 학교는 그동안 청소년들이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미성숙'하다며 각종 정치적 활동을 자의적으로 제한해왔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행동할 때, 아직 어리다며 무시당하기도 했고 폭력이나 처벌까지 감수해야 할 때도 있었다. 진영을 막론하고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누군가에게 조종당했다고 폄하하거나, 청소년들을 자신들의 뜻대로 길러낼 대상으로 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소리, '미성숙한 학생' 운운하는 소리를 이제 좀 그만 듣고 싶다. 청소년들도 사람이고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마땅히 정치적 권리와 자유를 가진다. 교육부 등이 감시하고 제재해야 할 것은 교사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하여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학생들에게 정치적 활동을 강요하는 등의 일이다. 학생인권 보장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는 교육부가 이런 인권의식을 가지고 있을지는 매우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우리는 교육부의 이번 공문이 교사들을 통제하기 위해 '미성숙한 학생'의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학생들 핑계를 대는 것도 그렇고, 학생들을 미성숙하다고 무시하는 것도 그렇고, 대단히 불쾌한 노릇이다.
말할 것도 없이, 정치는 '더러운 것'도 '비행'도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마땅히 보장받고 있는 권리이다. 학교에서도, 그리고 학생이나 청소년에게도 예외 없이 자유롭고 다양한 정치적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이처럼 정치적 다양성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지 자유를 압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비록 개인이 다는 것을 금지한 게 아니라는 해명(?)을 했더라도, 교육부는 여전히 청소년을 무시하고 표현의 자유 등을 억압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교육부가 즉각 이에 대해, 특히 청소년과 학생들을 무시한 '망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사례들을 감시하고 근절하는 것이다. 또한 9월 22일, 청소년들이 교육부의 이번 공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바 있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인권의 원칙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고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할 의무를 잊지 않길 바란다.
- 교육부는 학생을 미성숙하다고 무시하고 반인권적 내용을 담은 공문에 대해 사과하라!
- 교육부는 학생·청소년과 교사의 정치적 자유를 부정하는 조치를 취소하고,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라!
-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장과 정책을 발표하라!
2014년 9월 24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투명가방끈 [성명] (2014. 9. 25)
마음을 줄 수 없습니다
: '진짜' 대학순위는 피해가는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을 비판하며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22일, 언론사의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대학의 학생들이 대학순위 매기기 반대운동에 앞장선다고 하니,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운동에 서울대와 연세대 학생들도 동참한다니 더더욱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식에 결코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의 내용에는 한 언론사의 대학순위 매기기에 대한 비판만 있을 뿐,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본질적 요소인 획일적 입시제도, 기득권 학생들의 특권의식, 그리고 사교육업체의 대학순위 매기기(배치표)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은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미 공고히 존재하던 '진짜' 대학순위의 문제는 피해간 채, 한 언론사가 내는 대학순위만을 거부하겠다고 합니다. 사람의 질을 정량화하고 사람을 서열화하는 입시제도와 학벌의식, 학력차별이야말로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다양성을 가지쳐내며, 사람을 도구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투명가방끈모임은 이번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이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서열화할 수 있다는 '마음', 사람을 도구화해도 무방하다는 '마음', 모든 사람을 천편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해도 된다는 '마음', 사람을 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마음' ……. 이런 마음들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입시경쟁 고통, 대학 서열화, 질 낮은 대학교육은 영원할 것입니다.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 유감이지만 마음을 줄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대학의 본질을 찾고자 한다면, 공공연한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왜곡된 입시문화가 만들어낸 '진짜' 대학순위를 거부하길 바랍니다. 그동안의 '진짜' 대학순위로 인한 고통과 폐해도 헤아려보길 바랍니다. 그것이 진정한 '지성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고민 아닐까요?
우리는 대학 서열화의 본질적 요소를 피해가는 대학순위평가 거부운동에 마음을 줄 수 없습니다. 변화는 아직 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