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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26호][사람들] “청소년인권운동의 고민을 이어나가다 보니 정책이나 법을 고민하게 됐어요” - 황두영님 인터뷰

2020년을 맞아 살짝 개편된 [사람들] 코너에서는 '과거의 청소년인권운동가들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예전에 활동했던 청소년인권운동가들을 찾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는데요! 이번 코너에서는 최근 《외롭지 않을 권리》 책을 내신 작가 황두영님을 만나보았습니다. 2000년 초반에 학생인권운동을 하셨던 황두영님은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며 가졌던 고민들을 이어나가다보니 정책이나 법을 고민하게 되어 국회에서 7년간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현재 청소년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많은 다른 활동가들의 고민과도 맞닿아있는 황두영님의 이야기, 바로 만나볼까요?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윤달, 피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황두영이라고 합니다. 최근에 《외롭지 않을 권리》(시사IN북)라는 책을 냈습니다. 주간지 〈시사IN〉에서 우리 사회와 정치에 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과거에 하셨던 청소년인권활동은 무엇인가요?

 

2000년 하반기부터 ‘학생인권과 교육개혁을 위한 전국중고등학생연합’(학생연합)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서울 지역 대표도 잠깐 했었고요. 2001년부터는 중앙편집국에서 두발 자유화나, 학교운영위원회 학생 참가 등의 내용을 담은 소식지를 발간하고, 대자보나 선언문, 보도자료를 쓰면서 학생인권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때만 해도 ‘교련’ 과목, 학교에서 안보 교육 같은 것을 하는 교과가 있을 때였거든요. 대자보의 내용은 주로 교련 참가 문제나, 학교 내 군사 문화에 문제제기하는 내용을 담았었어요. 그리고 당시에는 두발자유화가 주요한 의제였어서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집회나 이런저런 행사들에도 많이 참여했죠. 또, 그때 6차 교육과정에서 7차 교육과정으로 넘어가던 때였는데, ‘7차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자율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같은 주제로 토론도 많이 했었어요.

 

 

그 당시 청소년인권운동으로 일으킨 변화가 있었다면?

 

교육청에서 ‘두발 관련 교칙을 학생들이랑 협의해서 교칙을 개정하라’ 라는 명령을 받는 것까지 성공한 적이 있었어요. 그 덕에 다양한 학교들에서 두발 관련 교칙이 개선되기도 했죠. 저는 남고를 나왔는데, 소위 ‘빡빡머리’라고 하는 아주 짧은 스포츠머리였다가 눈썹 정도까지 기를 수 있게 교칙 개정이 이루어졌었어요. 그때는 이게 ‘아 하니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감격하면서도, 근원적으로 교칙이 내 머리스타일을 규제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같은 고민들을 많이 했었어요. 변화는 분명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아쉬운 점들이 있었죠. 그래서 최근 원칙적으로는 두발이 자유화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참 감회가 새로웠었어요.

(※ 편집 주 : 현재에도 학교 두발규제는 다수 학교에 존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의 학생인권조례 시행 등으로 두발규제가 사라지거나 적어도 길이는 규제하지 않는 학교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8년 서울시교육감이 ‘두발자유화 선언’을 한 것이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학교규칙 기재 사항 열거에서 두발 및 용의복장 문구를 삭제한 일 등 청소년인권운동의 성과로 긍정적인 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을 하시다가 이후에 어떤 삶의 경로를 밟아오셨나요?

 

청소년 때 하던 활동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러 고민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고, 들어가서는 ‘운동권’ 대학생으로 살지는 않았어요. 사회운동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예 전면에 나서서 운동을 하는 학생은 아니었죠. 청소년인권운동을 할 때 학벌 철폐를 함께 주장했던 입장에서 대학 입학 자체에 스스로에 대한 모순이나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좀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심을 가진 개개인들이 다 정의롭거나 희생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 제도나 정책 쪽에 많이 기웃거렸어요. 그러다가 국회에 들어가서 7년 정도 진선미 의원과 함께 보좌관 생활을 했어요. 국회에 있을 동안에는 생활동반자법이나 형제복지원진상규명법, 투표시간연장법, 소라넷 폐지 같은 정책들을 기획하는 업무를 주로 했고요. 어쨌든 국회에서는 현실 정치를 따져서 업무도 해야 하고, 그런 걸 고려해서 의견도 내야 했어요. 조금 더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작년에 국회를 그만두고 시사평론가를 하려고 문을 두드리는 중이예요.

 

 

활동을 그만두시면서 대학 입학에 앞서 하셨던 고민은 어떤 것인가요?

 

그 때 당시에 많은 또래 활동가들이 다 대학 진학을 비슷하게 하긴 했는데, 우리가 함께 고민하던 것을 표현하기를 선택하며 대학을 포기하는 길을 선택한 친구들도 있었어요. 저는 솔직히,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랬거든요. 가족들한테 꼬투리 잡힐까봐 성적에 더 신경쓰고 더 독하게 공부하면서. 그렇게 학교에서 잘리지는 않았는데, 같이 활동한 친구들은 종종 자퇴를 권고당하거나 학교에서 잘렸어요. 실제로 저를 보고 활동을 시작한 친구가 자퇴를 권고 당하는 걸 본 적도 있고. 그런 이들을 보면서 내가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걸 선택한 나 스스로의 모순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청소년인권운동을 했던 과거가 지금 하고 계신 일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그렇겠죠? 청소년일 때 사회의 부당함에 맞서 거리에 나와서 이것저것 했던 것들이 좋은 일로든 나쁜 일로든 인생에서 봤을 때 꽤 큰 경험이었으니까요. 가족이나 학교들과 타협도 해 보고, 저항도 하면서요. 나이가 들고 나서도 사기업에서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영역에서 삶을 이어 나가게 되었던 것도 그런 경험이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정책을 고민하고 기획했던 일도 결국, 사회 구조 같이 변하지 않거나, 또 변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들,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동안 했었던 고민들이 계속 이어져나갔던 것 같아요.

 

 

최근 책을 내셨다고 들었어요. 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외롭지 않을 권리》라는 책이예요. 짧게 소개해 보자면, 우리 사회에서 권리라는 것은 굉장히 공적인 것으로 얘기되는 반면에 외로움 같은 감정은 사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하잖아요. 책의 제목에 외로움과 권리를 함께 붙임으로서, 어떤 제도나 정책에 따라서 우리들의 외로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정책으로 ‘생활동반자법’을 소개하는 책이예요. 생활동반자법은 꼭 혈연이나 혼인으로 인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살면서 서로의 돌봄을 책임지는 관계를 맺겠다고 국가에 등록하면, 국가가 맺고 헤어질 때 합리적인 절차를 마련해 주고 사회복지 혜택을 줘서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장려하는 내용이예요. 최근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폭등하고 있는데, 혼자 사는 것이 좋아서 혼자 사는 사람도 있지만, 혈연 가족이랑 같이 살 수 없거나 혼인을 할 수 없어서, 이런 삶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혼자 사는 경우도 많잖아요. 생활동반자법은 결국 가족이라는 장벽을 낮춰서 원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사는 것이 제도 안의 가족으로 포섭될 수 있도록 하는 법이예요.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이 법이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가 왜 외로운지 정책적으로 고찰하고, 법의 세부 내용을 소개해요. 결국 이 책을 초안으로 삼고, 이런 사회에 대해 논의를 해보자, 이렇게 제안하는 책이죠.

* <외롭지 않을 권리> 책의 자세한 소개는 : http://sisainbook.com/notlonely/

 

 

생활동반자법에 관심 가지게 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인적인 동기도 있겠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도 너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지금 다들 외롭지 않나요? 외로움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20대 초중반 여성들을 만나보면 결혼도 그렇지만 한국 남자들과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더라고요. 노인들도 결혼하고 이혼한 이후에 다시 어떻게 친밀하게 관계를 맺을 것이냐 하는 고민도 있고. 이 사람들에게 적합한 대안이란 무엇일까, 여러 가지 현상들을 묶을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들을 하던 차에 알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소감과 운동에 대한 고민?

 

음... 과거 얘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것 같아요.(웃음) 운동에 대한 고민이라고 한다면, 성인이 되고 나서, 냉정하게 말하면 운동하던 당시에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저항한 것의 책임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본인들이 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상처가 남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그 때 운동했던 얘기를 잘 꺼내지 않아요. 건드리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청소년인권운동은 긴 역사로 보면 분명 성공할 것이지만, 개개인으로 보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고, 떠나게 되는 운동인 것 같아요. 누구한테나 영광스럽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해요.

 

 

마지막의 마지막, 현재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총선을 앞두고 청소년인권 활동가들이 만18세 선거권을 이뤄낸 것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우리 때부터 주장했던 이야기인데 안될 것 같았거든요. 결국은 이뤄내었고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부심 가져도 좋을 것 같다고요.

그리고... 제가 경험했던 운동은 옳고 그른 걸 따지는 것인데, 그런 걸 열심히 따지고 살다 보면 사람에 대해서도 쉽게 평가하고 판단하게 되는 습관을 가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보다는 사람을 좀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그런 관점을 가지는 것이 좀 더 좋은 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저부터가 그런 관점을 못 가졌었거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