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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27호] [사람들] 학교에서, 사회에서 밀려나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위해 - 튤립연대

2020년을 맞아 살짝 개편된 [사람들] 코너. '과거의 청소년인권운동가들을 만나다'라는 주제와,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는 기사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이번에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를 취재했습니다.

“튤립연대는 트랜스젠더 청소년 인권 모임입니다. 트랜스젠더 청소년 간의 친목 도모, 인권 향상을 위한 정치적 행동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튤립연대를 소개하는 문구입니다. 2020년 6월 13일, 튤립연대 운영위원인 2명(인터뷰이 요청으로 익명 처리)을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공현

 

사진: 튤립연대 제공


먼저 튤립연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튤립연대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 모임입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모여서, 서로 연결되고 우리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졌습니다. 2018년 2월부터 모임을 시작했고요. 준비모임 단계였다가 2019년 12월 총회를 열고 정식으로 출범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해 오셨나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친목을 다지기도 했고, 언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퀴어문화축제에서 부스를 내는 등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는 튤립교실이라는,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튤립교실은 어떤 사업인가요?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어려움 중 대표적인 것이 학교에서 배제되고 밀려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의 교육 이슈를 고민하며 시작한 사업이 튤립교실입니다. 여러 지역, 여러 정체성의 10대 트랜스젠더들이 많이 참가 신청을 했어요. 검정고시 준비를 위한 수업도 하고, 교양 수업으로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의 삶에 필요한 정보도 제공하려고 합니다. 원래는 정기적으로 모여서 수업을 하는 식으로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리고 참가 신청한 분들의 지역이 다양해서, 일단은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공부 계획을 짜고 온라인 위주로 소통하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 튤립연대 제공


튤립연대에서 트랜스젠더 학생의 숙명여대 입학 이슈 등에 관해 입장문을 발표한 걸 본 기억이 있는데요.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발표할 때 특별히 고민하는 점이 있을까요?

트랜스젠더 이슈 등에 대해 입장을 낼 때나 인터뷰를 하곤 하는데요. 그럴 때 신경 쓰는 것은, 청소년 트랜스젠더가 ‘불쌍한’ 이미지로만 다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거예요. 그래서 힘든 이야기만 하지 않고 우리가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활동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이 있다면?

아무래도 꾸준히 활동할 당사자가 부족한 점이 가장 힘듭니다. 다들 입시나 생계 때문에 여유가 없고, 모임에 오랫동안 나오고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운동에 대한 논의나 문제의식도 제자리걸음을 하곤 합니다. 활동하면서 참고할 만한 대상이 부족한 문제도 있어요. 트랜스젠더 단체들도 미약하고, 교류할 만한 청소년 성소수자 단체도 마땅치 않습니다. 활동의 스킬을 배우고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도 어려워서 고민스럽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2020년 들어서는 운동의 역량도 발전하고 새로운 사람도 많이 늘어나는 등 발전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모임이 힘든 이유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의 차별적 시선?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안에서는, 차별적인 시선이라기보단, 자신들도 청소년 시기를 겪은 입장에서 불쌍하다고 여기고 케어해 줘야 한다고 여기는 게 더 주된 정서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다른 성소수자 커뮤니티보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가 청소년과 성인 사이의 경계가 덜하기도 한 것 같아요. 나이에 따라서 사는 모습의 차이(학교, 노동 등)가 별로 나지 않고 겪고 있는 어려움이 비슷비슷하거든요.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이 모임 등에 잘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디스포리아라고 생각이 들어요. 디스포리아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거나 모임에 나오는 것 자체가 힘든 거죠. 그리고 성별 정정을 한 뒤에는 트랜스젠더 모임에 잘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얻을 것도 별로 없고, 그 안에 있으면 지치기만 해서, 계속 나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다른 청소년인권운동단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청소년 성소수자 단체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요. 안전하게 모이고 소통할 창구가 부족하고, 고립되어 있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언론 등이 인터뷰 제의를 해 올 때도, 저희는 트랜스젠더 단체인데 다른 성소수자 전반에 대해서 취재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고요. 성소수자운동에서도 청소년 이슈를 다루는 데서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별로 없거든요. 그런 점이 아쉽고요.
활동하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삶도 활동도 다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