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들

[25호][사람들] "활기만이 할 수 있는 활동과 역할"을 해나가는 사람들, 난다와 치이즈를 만나다

이번 [사람들] 코너에서는 활기의 책임활동가인 난다, 치이즈가 '셀프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2016년부터 상근활동을 해온 난다 활동가는 올해 안식년을 가질 예정인데요, 그 전에 [사람들]을 통해 활기 활동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처음으로 같이 상근활동을 했던 난다, 치이즈 활동가가 어떤 케미를 보여주었는지도 살짝 엿볼 수 있어요! 그럼 난다, 치이즈 활동가의 이야기를 만나볼까요?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치이즈

 

2018년 농성 당시 찍었던 사진. (2019년에 두 사람이 같이 나온 사진을 찾아보려고 애썼으나 한 장도 없었다는 놀라운 소식...! 2020년에는 사진도 자주 찍겠습니다ㅠㅠ 저희 친해요ㅠㅠ)

 

두 사람 모두 올 한 해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이하 활기)뿐만 아니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이하 지음),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하 투명가방끈) 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을 해왔다. 올 해는 어떤 해였는지?

 

-난다 : 2019년은 나의 지난 활동을 돌아보는 한 해였다. 활기의 재정지기 업무로 말하자면 그 전까지는 재정 결산을 꼬박꼬박 챙겨서 하지 못했는데 올해에는 분기별로 잘 챙겨서 정리했다. 빽빽프로젝트를 작년에 잘 마쳤으니까 들어온 후원금들을 특히 더 잘 관리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결산을 하면서 뿌듯했다.

 

지음에서는 올 해 8월까지 1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하면서 아름다운재단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을 신청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준비하면서, 지음이 왜 선정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동안 했던 활동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청소년인권운동이 얼마나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문장으로 풀어쓰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처음에 지음 활동을 시작할 때는 그저 활동하는 단체가 하나 더 늘었다는 부담으로만 느껴졌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지음에서 하려는 활동이 사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이 하는 활동가들도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활동의 의미를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년에 자체적으로 안식년을 가지자는 계획을 가지면서부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지난 활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활기에서 했던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도 지난 활동들이 많이 생각났다.

 

- 치이즈 : 연말에는 한 해를 돌아보라고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했던 활동들을 생각하면 내가 잘못했던 일들 위주로 생각이 나서 힘들다. 그래도 최근에 아수나로에서 했던 워크샵에서 서울지부 평가 글을 써가야 했기 때문에 1년을 돌아보기는 했다. 작년 하반기에 서울지부가 모임을 한 번도 잡지 못해서 올 해 1월에 정규식님과 함께 2주에 한 번씩 꼭 정기적으로 모임을 잡자고 결의를 했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과 모여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 어린이책시민연대의 진영님이 어린이책시민연대 양천지회와 함께 독서 모임을 하자고 제안해주셔서 노키즈존과 청소년을 배제하는 사회의 모습을 주제로 잡고 독서 모임과 토론회를 열었다. 하반기에는 거의 내내 워크숍 준비를 내내 했다. 아수나로의 미래 활동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라서 부담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11월에는 학생저항의날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준비팀으로 결합하기로 했던 서울지부 일반회원들이 적응을 잘하지 못했고, 행사 자체도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해서 아쉬웠다.

 

활기에서는 7월에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진행했다. 참여했던 활동가들에게 그렇게 큰 도움이 된 자리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한 해 동안 했던 활동들이 다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다. 바쁘기는 정말 바빴지만, 그만큼 성과는 내지 못한 것 같다.

 

 

서로와 상근활동가 하는 건 어땠나요?

 

- 치이즈: 여러 번 말하긴 했지만 활기 활동은 늘 난다님한테 의존해서 하는 것 같다. 난다님이 잘 챙겨주시니까 주체적으로 챙길 생각을 잘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했던 책임활동가 회의는 늘 즐거웠다.

 

다른 단체에서는 둘이서 핵심적인 업무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걸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활동가들이랑 단둘이 일을 할 일이 잘 없다. 그런데 난다님과 1년 해보니까 잘 맞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 난다: 치이즈님이 나한테 많이 기대셨다고 했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먼저 책임활동가를 오래 했으니까. 사실 혜원과는 책임활동가 회의를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치이즈님과 운영을 더 같이 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일과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책임활동가 회의 때는 만나서 수다도 많이 떨고, 삶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회의로서는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되게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둘 다 다른 단체 일을 하면서 활기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여러 가지 마음이 같이 있는 것 같다. ‘활동비도 얼마 안 받는데 이 정도만 하면 괜찮지’ 싶다가도, ‘그래도 책임활동가인데 활기의 전망을 생각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그래도 책임활동가 회의를 꾸준히 하면서 활기의 기본 사업인 활력소도 정기적으로 내고, 나름 평탄하게 운영을 해온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 활동하거나, 여러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지?

 

치이즈: 요새 그런 걸 고민하고 있다. 학교랑 활동을 같이 해서 더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가 분열되는 것 같다. 이 일 하다가도 다른 일이 생각나고. 활동에만 매진하고 싶은데 당장 내일 있는 시험도 무시할 수 없고, 그랬던 게 너무 힘들었다. 5년 가까이 활동하는 동안 학교를 다니지 않을 때가 없었다. 그런데 학교 다니느라 활동을 못한다고 말하기는 싫어서 좀 무리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내년엔 졸업을 하니까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난다 : 소속된 단체 수로 보면 작년과 올해가 제일 많았다. 작년부터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몽실프로젝트 담당으로 반상근 일을 하게 됐고, 지음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내 위치를 옮겨온 흐름이 있다. 아수나로 활동을 지속하지 않고 넘어오는 흐름에서 위치가 옮겨지기 시작했다.

 

작년에 길찾기 워크숍 하면서 ‘우리에게 어떤 조직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활기 입장에서 발제를 했었는데, 활기만 하면 지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청소년운동 현장에 있으면서 활기를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힘들고 바쁘기도 하지만 활기에도 저에게도 필요한 활동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단체가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닌가?

 

올해 초에 활동의 방향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는 했다. 작년 말, 올해 초 고민하면서 2020년 쉬어야겠다는 생각했다.

 

한 단체만 깊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지?

 

돌이켜보니 2014년부터 그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한 단체만 하고 싶다는 생각. 그런데 이미 투명가방끈 활동도 하고 있고 활기도 하고 있고, 어느 것 하나 그만둘 수 없었다. 사실 답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나만 진득하게 해본 적이 없다. 여러 단체에 속해 있으면 일은 너무 많고, 이것저것 다 책임져야 하다 보니 힘들고 버겁다. 그러다 이것도 놓치고, 저것도 놓치고 하다 보면 나는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그 단체 안에서는 왜 망쳤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운동 단체들이 워낙 연대해서 하는 일들이 많으니까 연대체 활동은 피할 수 없고, 단체를 여러 개 하는 것과 연대체 활동이랑 비슷한 것 같다.

 

여러 개를 하다보면 너무 깊이가 없나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꼭 깊어야 하나? 깊으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회가 임의로 부여한 가치이지 않을까.

 

 

활기에 애정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활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다: 활기만이 할 수 있는 활동과 역할이 있다. 특히 재정이나 회원 교육을 단체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청소년운동단체들의 특수성 때문에 활기가 더 필요하다. 예전에 활기가 ‘울타리 워크숍’이라는 이름의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활기의 역할이 청소년 운동의 울타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이즈: 활기를 하기 전에는 어떤 단체인지 잘 몰랐고, 당시에 아수나로 서울지부에서 연대체 담당으로 인수인계를 받아서 우연히 들어왔다. 점점 하다 보면서 활기 일이 나와 맞는다고 느꼈고, 지금은 상근활동도 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활동가들의 복지나 경제적 상황, 마음 건강 등을 챙기게 됐다. 활동가들이 떠나가는 게 싫고, 안 떠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활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데에는 활동 자체의 매력이나 전망도 중요한 요소겠지만, 개인적인 삶의 문제도 관련이 크다. 그래서 활기에서 빽빽 프로젝트나 집단 상담 등을 통해 활동가들의 삶의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청소년활동가마당 역시 서로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만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이다. 다른 단체 활동가들을 자주 만나는 몇몇 사람들을 빼면, 생각보다 사람들이 다른 단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활기는 연대체니까 다른 청소년운동단체를 모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난다 : 쉬는 것이다~ 일단 쉬겠다! 어쩌다보니 활동을 10년 넘게 했는데 한 번도 쉬지 않은 게 말이 안 된다. 다른 인권활동가들 보니까 6,7년 만에 안식년 갖던데 사실 그것도 긴 것 같고, 5년차에는 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인권운동은 활동가들이 활동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전업인 듯 아닌 듯 활동하다 보니까 안식년과 같은 개념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내가 한번 쉬어보려고 한다. 1년의 쉼 계획이 6개월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원래 6개월 단위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쉬는 것도 6개월간 쉬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불안하기는 하지만 겪어보면 또 알지 않을까? 겪어보면 알 것 같다. 내가 쉬고 오면 다른 분도 쉬고 오면 좋겠다. 인권재단 사람의 ‘일단 쉬고’ 프로그램에 신청할 예정이다.

 

치이즈: 아수나로 활동을 하는 게 두렵긴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아수나로 활동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활기 활동도 계속 한다. 난다님이 없어서 불안하기는 하지만... 유학을 결정했다가 마음을 바꾸었는데 부모에게 말을 못하고 있다가 저번 주에 가서 말했다. 공부를 계속 하기보다는 활동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엄마가 무슨 월드비전 같은 데서 일하는 거냐고 하더라. 대충 둘러댔다. 아무튼 이제 부모에게도 말했고, 빼도 박도 못하게 활동을 하게 됐다! 활동을 열심히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