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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게시글/활기 재정 보고

[4호 특집] 청소년운동 단체, 지갑 사정을 논하다





[특집] 청소년운동 단체들, 지갑 사정을 논하다



활기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특집!

청소년운동 단체 재정·공금 담당자 간담회입니다.


활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또 중요한 요소인 재정. 하지만 툭 까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여러 청소년운동 단체들의 재정 현실을 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활기에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청소년활동가들 사이에 고민도 나눠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청소년운동의 현실도 알릴 겸해서요.


소식지팀의 공현, 별다, 둠코가 함께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둠코는 아수나로 서울지부 공금담당이기도 해서 살짝 이야기에 끼어들기도 했습니다.


여러 성격의 단체들에서 재정·공금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2014년 9월 23일 오후 1시 30분 ~ 3시   |   장소 : 신촌역 인근 카페




별다 : 안녕하세요. 활기 소식지팀의 별다입니다. 저희가 활력소라는 소식지를 내는데, 활력소에서 각 단체의 재정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싣기 위해서 이번 자리를 마련했어요.

청소년운동 단체들의 현실을 확인하고 알려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재정 담당으로서의 분노 같은 것을 말씀해주셔도 돼요.

4개 단체에서 와주셨으니 나름대로 여러 단체가 모인 것 같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시고, 재정 상황이 현재 어떤지 재정 규모가 어떤지 그런 것을 이야기해주세요.




재정 규모는 1년 100만원에서 1년 1600만원까지. 수입구조가 불안정한 단체도.


루블릿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올해 2월부터 전체공금담당을 맡고 있는 루블릿이라고 합니다.

관리하면서 봤을 때 아수나로는 6개월간 총 수입이 8백만원 정도였고, 1년으로 잡으면 총 수입이 1600만원, 1700만원 정도 될 거예요. 지출도 거의 그거랑 비슷하게 1600만원 정도가 그대로 나가요. 이번에 계산해봤더니 매월 평균 잔액이 3만원 정도라고 나왔더라고요.


예솔 : 저는 활기에서 책임활동가로 활동하는 예솔이라고 합니다. 저도 반년간 재정을 말하자면, 총 수입은 700만원 정도였고, 1년으로 보면 1400~1500만원 정도. 그런데 저희는 지출이 더 많아요. 지출은 반년에 1150만원 정도... 1년 보면 2300만원 될 거고요. 작년에 후원행사로 쌓아놓은 돈이 있어서 이런 적자 재정이 가능한 거고, 사채를 끌어다 쓰는 건 아니에요. 돈을 까먹으면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적자가 반년에 400만원 정도 나거든요.

동이 :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에서 공금담당을 맡고 있어요.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은 저도 담당 맡은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는데 어림잡아 50만원? 70만원? 정도가 왔다갔다 하는 거 같아요. 수입 구조가 불안정해서, 소셜펀치로 모아서 사업을 하기도 했고요. 대리인이 2012년에 행사했을 때 모으고서 100만원 정도 남았는데, 그걸 1년 동안 까먹으면서 써왔어요. 저희는 수입과 지출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게, 매번 사업이 있으면 모금을 하고 해서 사업비를 충당했으니까요. 1년에 100만원 정도가 재정 규모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선우 : 노원지역 연합 청소년인권 동아리 '화야'의 선우입니다. 화야는 만들어진 지가 얼마 안 돼서 재정 규모를 말하기가 좀 그런데... 작년 6월에 만들어졌는데 작년에는 반년간 70만원 정도를 썼던 거 같아요. 올해 상반기에는 알음알음해서 후원금 받은 걸로 수입이 10만원 정도 조금 있었고, 상반기 동안 한 30만원 정도를 쓴 거 같아요. 활기에서 지원사업으로 30만원을 받기도 했어요.



별다 : 수입과 지출이 어떻게 구성이 되었는지? 체감상 어디서 돈이 많이 지출된다고 느껴지는 게 있잖아요? 어떤 활동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나요?

루블릿 : 수입은 가장 많은 건 CMS 정기 후원이에요. 통계를 내보면, CMS가 전체 수입의 62% 정도 차지를 하고... 규모는 월 100~120만원 왔다갔다 해요. 그리고 개인 비정기 후원금이 16% 정도인데, 이게 모르는 개인들이 줬다기보다는, 아수나로 회원들이 원고료나 발제비를 받으면 일부를 아수나로에 내는데 그것도 후원금으로 분류를 하거든요. 그리고 올해 새로 생긴 게 신문 구독료가 있는데, 상반기 전체 따져서 6% 정도 돼요.

수입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많지 않은 것이, 아수나로 안에서 지부가 11개 정도가 돼요. 이 지부들이 이 돈을 다 나눠서 쓰는 거죠. 지출에서는 총 지출이 반년 동안 800만원인데, 그 중에 200만원 좀 넘는 만큼을 지부에서 써요. 지부에서 모임을 운영하거나 활동하는 것. 그 다음에 개인활동지원비라고 해서 활동회원들이 개인적으로 매월 지원받는 게 있어요. 그게 120만원 정도 차지합니다.

지부보다 더 많이 돈이 드는 건 총회에요. 총회가 228만원 정도 돼서 지부 사업비랑 거의 비슷할 정도... 올해 상반기에는 총회를 열기 위해서 돈이 부족하다보니까 2개월간 공금 집행을 동결하자고 해서 지부 사업비가 그나마 덜 나가서 이런 거지, 동결이 없었으면 지부 사업비는 300만원이 넘었을 수도...


별다 : 아수나로의 총회는 어떤 거죠?

루블릿 : 아수나로에서 1년에 2회씩 활동회원들이 모여서 단체의 중요한 걸 결정하고 활동에 대해서 회의하고 하는 자리인데요. 2박3일 동안 회의하고 먹고 자고, 공간 빌리고 교통비 지원받고 하는 비용이 들어요.


공현 : 그냥 뭐가 제일 많이 나간다 그런 답을 기대했는데 % 까지 들이미니 부담스럽군요. (웃음)


예솔 : 활기도 수입 중에 가장 많이 차지하는 건 CMS이고, 저희는 전체 수입의 70% 정도 되는 거 같아요. 60~70만원 정도 매달 들어오고 있어요. 비정기 후원금도 있는데 월 5만원 정도 들어오고 있어요. 그리고 활기는 연대체 성격이 있어서 단체들이 분담금을 좀 내요.

지출에서 제일 많이 차지하는 건 운영비에요. 사무실 굴리고 월세 내고... 월세가 60만원이라서, 7개월 동안 지출이 1100만원인데, 그 중에 월세가 420만원 정도 되거든요. 기타 사무실 운영비, 공과금이나 분담금, 물품 구비 등을 포함하면 550만원 정도 되고요. 그 다음 또 420만원 정도가 인건비로... 인건비는 책임활동가들에게 주는 활동비에요.

운영비와 인건비 비율이 높고, 사업비는 150만원 정도. 이런 좌담회에 나가는 다과비도 사업비에 포함되는 거죠. (웃음)  운영비랑 인건비하면 수입이랑 거의 같은데, 더해서 사업비가 나가니까 적자가 되는...

선우 : 화야는 거의 대부분 지원사업으로 먹고 살고 있고요. 작년에도 지원사업 받아서 활동을 했고, 올해는 활기에서 지원사업 받은 것으로 먹고 살고. 개인 후원금을 비정기적으로 받지만 사실상 그 중에서도 반은 내부 사람들이 낸 거라서 후원금이라고 하기가... 좀 많이 슬픈 상황이에요.

가장 많이 나가는 지출 내역 중에서는 <종이비행기>라고 저희가 비정기적으로 내는 신문을 만드는 게 제일 많이 들어요. 한 번 뽑을 때 인쇄비만 거의 10~20만원이 쑥 하고 나가요. 원래는 작년에 지원사업을 하면서 했던 프로젝트 중에 하나인데, 올해에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원래 정기적으로 뽑으려 했는데 하다보니까 힘들어서 비정기적으로 하기로 했어요. 그 외에는 회의비인데 장소 때문에 이렇게 뭔가 먹는다거나, 전체 회의 때 다과를 조금씩 먹는데 절대 1만원이 넘은 적이 별로 없다는... 그밖에는 캠페인 준비했을 때 조금 나갔던 거. 사실 회의비랑 신문이 다 까먹고 있어요. 실제로 화야 돌아가는 것도 그게 중심이고.




("많이 슬픈 상황이에요..."  - 눈앞이 캄캄한 화야의 선우)



동이 : 저희는 사업을 해서 사업비가 필요해지면 거기에 충당해서 후원을 받든 뭘 하든 목표 금액을 상정해서 하고 있고요. 사업비 자체를 계획해서 계획한 그대로 쓰는 게 기본적인 큰 그림이에요. 실제로 사업비를 위해 개인 후원을 조금씩 끌어모으거나 하는데, 그게 10만원 정도 규모... 이번에 소셜펀치 통해서 후원 받은 게 55만원 정도? 저희가 예상했던 예산에 맞춰서 나가고 있어요. 그거 외에 운영에 가장 많이 드는 건 소모품 구매 같은 것? 인쇄비라든지...





후원을 받기 어려운 점은?



별다 : 단체 수입이 후원이 아무래도 많은 거 같아요. 정기 후원이든, 소셜펀치(사회운동 소셜펀딩 시스템)이든... 후원에 의존도가 높은데, 후원 요청을 할 때 어려운 점이나 힘든 건 뭐가 있을까요?

루블릿 : 저 같은 경우는 후원 요청한 적이 얼마 없어요. 아수나로는 지부들에서 알아서 받아오니까요. 우리끼리는 '영업'이라고 이야기하긴 하는데.(웃음) 아수나로 단체를 그냥 소개하는 것보다 후원을 해달라는 것은 더 까다로운 일 같기는 해요. 이 사람이 호감을 가지고 지지를 표하는 방식으로 돈을 내는 건데...

둠코 : 그런 거 아니에요? 청소년단체는 비청소년들한테 후원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청소년들이 돈이 별로 없어서... 그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하달까? 청소년단체에서 다루는 게 비청소년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면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후원을 받으려면 청소년인권에 대한 마인드가 충만한 비청소년을 찾거나, 기특하다고라도 말해주는 사람을 위해 겉 포장을 하거나... 하지만 전자는 거의 없잖아요. 희귀해! 천연기념물이야! 하지만 후자는 기분이 나쁘고...

루블릿 : 후자는 기분이 나쁘더라도 돈을 받을 수 있다면 그래도 하긴 하죠.

둠코 : 그리고 전자는 보통 돈이 없어 하하하하하하

(모두가 울고 하늘도 울고...)

예솔 : 활기는 저희는 후원해달라고 포스터도 뿌리고 있고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어요. 후원은 어쨌든 비청을 대상으로 받는 거잖아요. 제가 비청소년을 그리 많이 알질 못해요. 활동 풀이나 인맥도 좁고 그래서. 저는 후원 받으려 다녀본 적이 별로 없어요. 주로 후원을 받는 것은 활동가들 중에 교사나 돈 버는 사람들로, 뭐 아는 사람 이렇게 해서...


동이 : 대리인은 CMS가 없어서 정기 후원요청이 힘들어요. 같이 은행에 손 잡고 끌고 가서 이체 계약을 하는 게 아니면 명확히 받을 수가 없으니까. (웃음) 그래서 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번에 소셜펀치라는 좀 다른 형태의 소셜펀딩 형태의 모금을 했어요. 지원사업에 비하면 원할 때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고 하지만, 역시 딱 그 사업 외에는 쓸 수가 없다. 다른 남기는 거까지 계산하지 않는 이상은... 사실 원칙상 남기는 게 허용되지 않고.

둠코 : 소셜펀딩은 돈이 만약 안 모이면 어떻게 해요? 이건 기획은 있고 사업도 했는데 돈이 들어올 건 보장되지 않는 셈이니까...

동이 : 그래도 이번에 저희가 한 토론회는 펀딩이 잘 됐어요.

공현 : 예전에 아수나로 CMS 브로셔를 만들 때는 이런 지적도 있었어요. 브로셔에 후원해주시면 우리가 모임할 때 다과비로도 쓰고 활동하고 뒷풀이비 등으로도 쓰인다고 했는데, 그랬더니 후원회원이 그런 데 쓰는 거면 자긴 후원하기 싫다고 한 거죠. 실제로 우리가 활동하면서 쓰는 돈인데, 후원 요청하기가 껄끄러운 용처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이번에 보니까 소셜펀딩할 때, 사람들이 토론회에서도 발제비 명목 부분은 잘 후원을 안 해주더라고요.

선우 : 발제비 같은 경우는 왜 그럴까요? 대체로 인건비 같은 건 봉사로 때우라는 마인드? 그런 문화? 그런 게 있는 거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루블릿 : 애들이 벌써부터 돈을 밝히냐는 뭐 그런 것도 있는 걸까요?





지원사업, 청소년이라서 더...



공현 : 화야는 지원사업 비중이 크다고 하셨잖아요. 지원사업에 관해서 어려운 점은?

선우 : 일단, 지원사업은 공금담당을 죽이는 짓 같아요. 사업 짜는 것부터 시작해서 영수증 정리나 결산 등... 얼마만큼 예상한 대로 잘 썼는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서 써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지원사업 내역에 안 쓰인 건 쓸 수가 없으니까 활동의 폭이 마음대로 늘어날 수가 없다는 게 문제죠.

동이 : 예산을 쓰면 뭐하니 사업비로 다 나가는데...

선우 : 그리고 절대 단체가 돈을 모아둘 수가 없어.

둠코 : 활기도 요즘에야 후원금이 늘어서 그렇지, 전에는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엄청 받아서 했어요. 올해에 그걸 하지 말자고 내부적으로 좀 결정을 했죠. 돈 정리하는 게 힘든 문제도 있지만, 프로젝트로 돈을 받아서 청소년활동판에 활기를 좀 불어넣어보자고 구상은 했는데, 실제로는 언제나 '어디에 공모 떴다 이거 한 번 해보자' 하는 식으로 준비되다보니 급하게 준비하고 사람만 소모되는 거죠. 지원하고 돈 따내는 과정, 돈 따내고 챙기는 회계 작업이나 보고서 등도 다 그렇고. 사람은 소모되는데.  안정적이지 않잖아요. 다음에 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는 청소년 판의 좋은 자금원은 아닌 거 같다는...

선우 : 그래도 지원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단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단체라 많은 사람들이 존재를 몰라요. 그렇다고 청소년운동 단체는 특히나 회원들에게 회비 같은 거 걷기도 그렇잖아요. 가뜩이나 돈 없는 청소년들한테...

공현 : 많은 지원사업들이, 청소년단체에 대한 지원들은 교육, 문화체험, 여행 지원... 이런 식으로 편중되어 있어서 청소년운동 단체들이 더 어려운 게 있지 않나요?

선우 : 그렇죠. 청소년 쪽은 주제나 활동 방식이 아주 좁게 돼있죠.

동이 : 그리고 지원사업을 받으면, 정해진 구획 안에서 써야 하잖아요. 예를 들어 저희가 교통비가 꽤 나갈 때가 있어요. 그런 지출이 지원사업 돈으로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처음에 계획할 때는 우리 어디도 가고 어디도 가고 하면 지원될 거라고 했는데 전혀 할 수가 없고.. 항목도 음악 지원을 해도 악기 못 산다 이런 게 있어서... 지원사업도 너네 그냥 잠깐 체험해봐라 이런 느낌이에요.




("지원사업도 너네 그냥 잠깐 체험해느낌" -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동이)




둠코 : 보통 자산 취득이 안 되는 제한이 있죠. 그래도 비영리IT지원센터에서 중고 노트북이나 PC 등 지원해주는 게 있는데 그런 여러 인프라들을 알아보고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동이 : 아름다운재단에서 활동가 휴식 지원 이런 사업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거 보면 우리는 3년 이상 활동한 활동가에 한해서 이런 조건들이 있는데 청소년단체의 경우에는 그런 활동이력? 이런 것들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그런 고민도 들었어요.




예산도 돈이 있어야 짜지...



별다 : 단체 재정을 관리할 때 특별히 어려운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아직 얘기 안 하신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선우 : 수입을 얻기가 어렵죠 하하. (눙물)

루블릿 : 우선 체계가 잡히고 나서는 관리하기는 크게 어렵진 않은 거 같아요.

둠코 : 관리하는 사람들은 내역을 공유하지만 사람들이 잔액을 볼 때 실감이 잘 안 오는 거 같아요. 그래서 지출 신청은 계속 들어오는데, 지출을 하게 되고 잔액이 줄어들면 초조해지는 느낌... 담당만 느끼는 그런 느낌은 있어요.



공현 : 청소년운동 단체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루블릿 : 음 법적으로 단체 등록 같은 것이 안 돼있다보니까 지부도 그렇고 전체공금도 그렇고 개인의 통장으로 해야 하는 그런 것들?

둠코 : 예금주가 사고를 당하거나 운신을 못하거나 잠수를 타면 공금이 멈춰버리는 거예요.

선우 : 둠코가 잠수 타면 아수나로가 망한단 소문이 있던데. (* 아수나로 전체공금계좌는 둠코 명의로 되어 있다.)

공현 : 분실신고 내고 돈을 싹 빼가면 망하죠.

둠코 : 그걸 몇 년을 참았냐면... (웃음) 저는 마음을 다잡고 단체 이름을 부기한 통장을 만들어서 아수나로에 헌납했어요. 법적인 힘은 없더라도 그렇게 옆에 단체 이름을 괄호하고 넣는 것 같은 장치를 하는 게 그래도 단체의 공금이라는 인식을 줘요.

선우 : 사업자 등록증을 하면 그것대로 세금이 나가기 때문에 그것도 골치가 아파요.

동이 :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도, 단체 명의로 사업자 등록증을 했는데 주민세 고지서가 갑자기 날아오더니...




별다 : 최근에 다른 단체에서 문제가 된 경우도 있어서 민감한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요. 공금 관리, 예결산 과정, 영수증 처리 등을 어떤 식으로 하고 계신가요?

루블릿 : 공금 같은 경우 현재 계좌에 수입이 들어오면, 그걸 지출 요청, 의결된 것에 따라 집행을 하죠. 지부의 계좌들로 보내기도 하고. 집행할 때는 인터넷뱅킹을 통해 하고 있어요. 예전에 활기에서 양식 만들어서 준 것을 이용해서 매달 결산을 내고 있는데, 결산은 그리 어렵진 않고, 공금 관리하는 것도 밀리지만 않으면 별로 어렵진 않아요.

다만 영수증 처리의 경우는... 아수나로에서는 영수증을 따로 하나로 모으는 시스템은 없어요. 저는 전체공금 차원에서 제가 집행한 내역에 대해서는 영수증을 보고나하고, 인터넷뱅킹으로 하면 이체내역을 출력하고 PDF로 다시 공유하고 하는데 그게 정말 까다로운 작업 중 하나더라고요. 해야 된단 거는 아는데 까다로운 건 있어요.


둠코 : 아수나로는 수입은 모두 전체공금으로 모으는 게 원칙이에요. 반면 지출은 지부 차원에서 많이 하죠. 아수나로 서울지부가 특히 활동에 돈을 많이 쓰는 편인데요. 서울지부에선 영수증을 모으는 걸 시도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냐면, 영수증을 모아서 붙이고 철해서 보관하고, 그걸 스캔하거나 사진 찍어서 구글드라이브에 올리고 있어요. 즉 실물 하나 구글드라이브에 이미지 파일로 하나 해서 관리를 하고 있거든요. 번거로워서 돌아버릴 거 같아요. 하지만 원칙적으로 이렇게 해야 되는 게 맞고...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영수증 잃어버렸다고 할 위험이 있으니, 저희가 일단 지출하자마자 사진 찍어서 공금담당자한테 보낸다고 절차를 정했어요. 실물 보관도 원칙이고, 혹시라도 분실해도 찍은 건 남도록. 해보고 있는데 힘들지만 이거 제대로 해냈을 때 은근히 쾌감이 있어요.

루블릿 : 보통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선지출 같아요. 먼저 개인이 쓰고 나서 나중에 공금으로 지원받는 형태인데, 원래는 예산 심의를 받고 그렇게 해야 하는 거잖아요. 일단 먼저 써놓고 신청하는 것은 건강하진 않은 구조인 거죠. 공금을 받은 뒤에 써야 하는데...

공현 : 돈이 여유가 있으면 미리 넉넉히 보내놓고 남은 거 반납하라고 하는 게 나은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 그렇겠죠?

동이 : 저희는 단체 규모가 작아서, 회계담당자가 보통 같이 따라가고 해서, 선지출은 그렇게 고민은 아니에요. 그래도 만약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저희도 같은 고밍을 할 거 같아요. 또 돈이 없다보니 사람들이 개인 돈으로 그냥 쓰는 분위기도 있어요. 활동에 대해 쓰는 거니까 단체 공금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 지출인데... 안타까워요 그게.


선우 : 화야는 공금관리는 작년에는 지원사업을 받아서 해서 거기서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서 했고요. 영수증 처리나 결산이나. 올해는 공금관리는 전적으로 제가 하고 있는데, 엑셀 양식으로 예결산을 다 정리를 하거든요? 영수증은 둠코가 말한 복잡한 방식으로 하진 않고 공책에 붙여 넣는 정도로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차피 재정 올려봤자 사람들이 안 봐요. 나중에 돈이 떨어지고 아 이제 우리 전체 회의를 할 돈도 없을 지경이 되면, 이걸 사람들한테 어떻게 얘기 꺼낼지가 막막한 그런 때가 있어요.

예솔 : 맞아요. 활기도 올려놓으면 조회수가 1. ㅠㅠ ... 활기는 영수증들을 확인하고 있는데, 아직 따로 체계적인 보관은 안 하고 있어요. 자잘하게 돈 나가는 것들은 많은데... 가장 큰 지출인 월세나 인건비나 지원비들은 영수증이 필요한 부분은 아니라서요.

동이 : 궁금한 건데, 혹시 예산들을 짜요? 상반기나 하반기나. 1년치 전체 예산?

예솔 : 사업 시작 전에 사업별로 짜긴 하는데, 전체 기간으로는 안 짜요.

루블릿 : 대략적인 지출 예상 규모나 수입 예상 규모를 파악하긴 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 올해 그렇게 만들 생각은 하고 있긴 해요. 다음년도에 작년 걸 참고로 해서 자금 흐름이 대충 어떻게 되고 이런 것들을 만들고 미리 계획하고 싶어요.

동이 : 그러데 예산도 짜려면 상시적 사업이나 상시적 수입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얘기할수록 슬퍼진다...

둠코 : 옛날에 활기가 잠깐 침체기였다가 제가 넘겨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인수인계 과정에서 공금담당하던 파일로 정리를 하지 않고 영수증 모은 것만 넘긴 적이 있어요.그래서 그걸 다 집계해서 정리를 해냈죠. 영수증 보관은 그런 경우에 좋은 거 같아요.

루블릿 : 인수인계 하니까... 공금담당이 중간에 그만두고 나간 적이 있는데, 그래서 임시담당을 잠깐 뒀는데, 그러면서 공금 정리나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됐어요. 그래서 혼란기가 있어요. 올해부터 체계를 다시 세워서 정리하기 시작한 것도,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이 없게 하자고 했거든요. 지출 신청도 절차를 세워서 받고 있어요. 중간에 그만두는 건 큰 문제인 거 같아요. 인수인계도 제대로 돼야 하고...

둠코 : 모범적으로 하는 단체들은 재정담당이 인수인계를 하고 나서 한 달 정도 같이 한대요. 그만두고서야 인수인계하는 경우는 같이 할 수가 없어서...

선우 : 회계는 꼼꼼한 사람이 맡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둠코 : 저는 꼼꼼한 것보단 단체 지속성이 더 큰 문제인 거 같은데. 특히 명의자는...

공현 : 아수나로는 앞에서 한 번 말이 나왔듯이, 지부까지도 모두 공금 계좌는 명의에 모임 명을 넣기로 했습니다. (아수나로 인천지부) 이런 식으로요. 그런 원칙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둠코 : 이건 팁인데요. 인터넷뱅킹을 해야 수수료가 안 들어요. 체크 카드 이용 실적이 있으면 수수료 면제를 해주는 서비스가 있어요.  500원 아끼겠다고 그러고 있죠.

선우 : 저도 수수료 아끼려고 카드를 잘 쓰고 있어요.

루블릿 : 수수료 아끼는 그걸 해서 우리도 꽤 많이 아꼈어요. 특히 단체 규모가 작을수록, 수수료를 아끼는 게 은근히 큰 거 같아요.



공현 : 소셜펀치로 후원 받은 경우도 적용될 텐데요. 후원회원들에게 재정 내역 등을 어떻게 알려주고 있나요?

루블릿 : 저희는 매월 결산을 내서 후원회원들에게 이메일로 결산내역 파일과 그걸 요약한 내용을 보내요. 그게 반응이 좋은 거 같아요. 실제로 몇몇 사람들에게 예전에는 돈이 안 빠져나갔는데 아무 말이 없어서 관리를 안 하나 이런 이야길 듣다가, 파일 내역도 보내고 하니까 성심성의껏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후원자들 같은 경우, 우리가 돈을 어떻게 쓴 건지 하나하나 따지는 건 둘째 치더라도 우리가 그걸 결산하고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게 보이니까요.

예솔 : 활기는 이번 소식지부터 보내기 시작했어요. 결산은 계속 해왔는데 후원회원들에게 따로 보내진 않다가... 이번에 상반기 보고를 싹 하고 그 다음에 소식지 나가는 거에 따라 격월 보고 이렇게 하기로 했는데요. 상반기 정리 쭉 하다보니까 말씀드린 것처럼 운영비랑 인건비 비율이 너무 큰 거예요. 이거 알려주면 사람들이 싫어할 거 같단 생각을 좀 했어요. 사실 공간운영비 같은 경우, 나름아지트를 여러 청소년단체들이 쓰도록 빌려주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이긴 하지만...

동이 :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같은 경우에, 소셜펀치로 모금한 게 이번에 처음인데요. 어떻게 공개할 거냐는 아직 계획이 없어요. 그런 게 필요하다 정도 이야기는 했죠. 그래서 내역은 모두 기록해뒀어요. 사업을 하는 거 자체가 우선순위여서 아직 따로 보고는 못했어요.




재정·공금 담당자의 고충



별다 : 재정·공금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같은 단체 사람들에게 화날 때는?


루블릿 : 사람들이 예산 신청할 때 어디에 쓰는 건지, 어떤 근거인지, 그런 걸 올려줘야 하잖아요. 모르는 건지 귀찮은 건지... 과거에는 공금담당에 직접 연락해서 이만큼 입금해달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대요. 그런 걸 바꿔보자고 양식과 절차를 만들었는데 솔직히 좀 까다로울 수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거든요. 신청 근거라든지 지출 계획도 작성 않는 경우가 많고, 제일 많은 건 계좌번호 빼먹고. 아니, 알려줘야 보내지! 최소한 그런 형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또 챙기면 좋겠어요, 일 2번 안 하게.

또 하나는, 내역을 올렸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갖고 안 봐요. 나름 보람차게 정리를 했는데 조회수는 1이고... 지부별로 결산 올리라고 하는데 안 올리는 지부도 있고. 결산 안 올리면 집행 안 한다고 빡쳐서 얘기를 하기도 했죠.



("결산 안 올리면 집행 안 한다!"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루블릿)



둠코 : 골치를 썩는 게, 애매한 내역들이 있어요. 개인이 먼저 선지출을 했는데 그 선지출을 그 사람에게 며칠 내에 돌려줘야 하고... 근데 그걸 돌려줄 수 없어서 제 돈으로 먼저 주고 돌려막기... 결산 내역도 헬게이트가 열리죠. 비고에 누구 돈을 누구 돈으로 먼저 하고 누구 돈 먼저 주고... 그밖에도 돈 쓸 때 애매한 거 있잖아요. 이거 무슨 내역으로 정리할지 모를 것도 있고, 항목 정리가 어려운 것도 있고.

예솔 : 저는 공금 쓸 때 급하게 쓸 일 생기면 단체 사람들에게 카톡방 물어보고 지출을 해요. 카톡방에 공금 지출 해도 될까요? 물어도 아무도 답이 없을 때가 화가 나요.

선우 : 돈이 계속 사라지고 있는데 인간들이 대책 없이 공금 처리하자고 할 때. 바닥을 칠 때가 됐는데 사람들이 아무 말도 없고. 담당이 공금 재정 내역은 매달 올리고 있는데 조회수는 0이고 하면 진짜... 이걸 전체회의 가서 얘길 해야 돼 말아야 돼?

그리고 사람한테 화나는 건 아닌데, 영수증을 뽑을 수가 없는 상황일 때 좀 빡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회의 때 인쇄비를 아끼려고 저희 집에서 안건지를 뽑거나 잉크나 종이가 없을 때는 도서관에 가서 뽑거든요? 그런데 도서관은 코인이라서 영수증이 안 나와요. 그런 게 그냥 비고에 인쇄비고 영수증 없다고밖에 쓸 수 없는...





돈이 필요해요!



별다 : 하고 싶은 사업이 있었는데 재정이 없어서 못한 경우나 그런 걸 말씀해주실까요?


동이 : 하고 싶은 사업이라는 게 딱 있지는 않은 거 같아요. 큰 규모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는데, 이걸 하려면 그거에 맞먹는 돈을 모으는 작업도 필요하겠구나 막막한 생각이 들고...

한때는 우리도 회식 같은 데 한번 몇십만원씩 써보고 싶단 욕심도 들더라고요. 현실은 회식이 아니라 워크숍도 활동가들이 갹출해서 가야 하고 ㅠㅠ

둠코 : 이번에 아수나로 서울지부도 40만원짜리 워크샵을 회원들이 다 갹출해서 공금 안 쓰고 갔어요.

선우 : 저는 사업은 많이 구상은 안 했는데 일단 돈이 많아지면... 음... 역량 문제도 있어서, 사업 확장에는 시간이 걸릴 거 같아요. 저는 무엇보다 사무실 같은 거를 가지고 싶어요. 저희가 뭐 서울 전역의 단체면 나름아지트나 희망의 우리학교 같은 공간을 빌려서 할 수도 있을 텐데, 저희는 노원 지역 단체이고 노원 지역 안에서 주로 활동을 하다보니까, 그런 아는 사무실이나 빌릴 곳이 마땅치 않단 말이에요. 카페 같은 데서 하거나 해야 하는데... 서울시공공예약서비스센터에서 주민센터 방 같은 거 잡다 보면, 아 여기는 왜 안돼... 막 그렇게 찾아 헤매고. 토즈 같은 데 빌리면 편할 텐데 돈이 많이 들어서 못하고. 돈이 많이 생기면 회의 장소 같은 데를 구하기 좀 편해지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어요.

동이 : (동이도 선우와 함께 노원지역연합 청소년인권동아리 '화야'의 멤버이다.) 정확히 말하면 쓸 수 있는 사무실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있어도 생활 권역 밖이고 청소년들이랑 같이 가기도 어렵고 그래요. 지역에 뿌리내린 단체 사무실을 빌릴 수 있긴 한데 그럴 때도, 마치 후원 받는 게 어려운 것처럼 그들이 원할 만한 청소년 모습이라든가... 그런 검열을 하게 되고 눈치를 보게 돼요.

공현 : 확실히 돈이 공간이랑 사람에 딱 직결이 되는 거 같아요.

동이 : 그리고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 '반상근'이 있는데요. 제가 반상근비를 아직도 못 받고 있어요. 내 월급을 내가 만들어서 받아야 할 판이에요. 사업비인데 내부 토론자 발제비는 없는 걸로 하고 이런 거 있잖아요? 써야 할 돈인데 그 일부에 일부를 축소해서 다음 사업을 위해 남겨놓고 그런 경우가 일상적인데... 발제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그런 거 없이 써야 할 돈은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은 문제일지 몰라도.

예솔 : 제가 좀 고민하는 건 활기의 신 수익 계획이에요. 저의 야망! 후원금으로만 돈을 끌어모으는 게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후원금 이외의 수입 방안이 뭘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노동당에서 보드게임을 팔아서 선거자금 마련한 걸 보고 저거다! 했어요. 우리가 회사를 차려서 청소년활동가들에게 고임금 단시간 노동 일자리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공현 : 하지만 그것도 자본이 필요하겠죠.


둠코 : 우리가 재정 규모가 안 돼서 사업 못하고 할 땐, 진짜 회사나 차릴까 하다가도... 우리는 회사를 차릴 자본금도 없단 생각에 암울해지곤 하죠.






각 청소년단체 재정·공금담당자들의 입을 통해서 청소년운동 단체들의 지갑 사정에 대해 솔직한 토크를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각 단체들이 공금을 관리하는 양식, 영수증 정리 방법 등의 노하우를 나눔으로써, 공금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청소년단체들이 CMS 등 더 안정적인 후원 시스템을 갖추고 기본적인 활동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 되면 참 좋을 것입니다.


다들 청소년운동의 활동 기반에 대해서 계속 관심 가지고 힘 보태주세요! 활기도 청소년운동의 활동 기반 마련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단체들이 활기 덕분에 조금이라도 살림이 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