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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들

[34호][관점들] 처음 해본 크라우드펀딩, 아무튼 우리는 잘했다

이번 호의 [관점들]에서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으로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한 후기를 실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요즘 여러 단체에서 하고 있으니 좋은 참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후기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민서연 님이 써 주셨습니다.

 

 

나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캠페인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음의 캠페인팀에서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 일상언어 속 나이 차별 문제 개선 캠페인’이란 이름으로, 사회에 만연한 어린 사람을 하대시하는 문화에 반대하며 캠페인들을 진행해 왔다.


올해, 2022년 5월 5일은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우리 캠페인팀에서는 어린이날 시행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텀블벅에 굿즈를 펀딩하기로 하였고 그렇게 캠페인팀 팀원들은 텀블벅 펀딩을 시작하게 된다. 텀블벅 펀딩 준비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21년인 작년 12월쯤이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시간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2022년 5월 5일 이전에 펀딩을 시작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텀블벅 펀딩 준비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에 쫓기며 펀딩을 시작하였다.(물론 내가 많이 게으름을 피워서 많이 늦어졌었다…)


사실 나는 단체의 굿즈를 이렇게 처음부터 정하고 디자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막막했다.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사고 싶어하고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했다. 캠페인팀 팀원들은 회의를 하면서 “서연 님 컵 필요하지 않아요? 저도 있으면 좋긴 할 것 같은데...”라는 식의 대화가 이어지며 결국 우리가 가지고 싶고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는 행복했다. 별로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펀딩을 하기로 결정된 굿즈들 이외에도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었다. 하지만 정하다 보니 우리가 쓸 수 있는 예산을 넘기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슬프지만 다시 예산에 맞추어 만들 굿즈들을 선정하였다. (캠페인팀이 행복하게 캠페인을 하기를 바란다면 지음을 후원해달라. 기업은행 141-081609-04-011 (예금주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그렇게 다시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여 우리가 필요하고 가지고 싶은 것들을 나누면서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린 사람은 아랫 사람이 아니다’ 캠페인 소책자, 리유저블 컵 2종, ‘어린 사람은 아랫 사람이 아니다’ 금속 뱃지가 펀딩을 할 굿즈로 정해졌다. 

 

굿즈 종류가 정해지니 이제 디자인이 막막해졌다. 우리는 ‘어린이날 100주년’ 컨셉에 맞추어 오래된 듯한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굿즈들을 꾸미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디자인하는 것과 상상했던 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고 우리가 상상한 것을 실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감각과 디자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굿즈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아무튼 캠페인팀 팀원들은 오래된 듯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물론 지음의 다른 팀의 활동가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지금의 멋진 디자인이 나오게 되었다.

 

리유저블 컵에는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 보아 주시오’라는 100년 전 어린이날에 발표했던 문구를 담은 리유저블 컵을 제작하게 되었고 당시에 텀블벅 펀딩을 한다면 세트로 ‘어린 사람은 아랫 사람이 아니다’ 문구가 그림과 함께 있는 에코백을 주었다. 심지어 ‘어린 사람은 아랫 사람이 아니다’ 포스터까지 주었다. 지음은 정말 멋진 단체다.

 

여담으로 텀블벅 펀딩을 할 당시에 주변 사람으로부터 디자인이 그렇게까지 마음에 들지 않아 펀딩을 망설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 나는 만족했다. 힘들게 제작을 함께해서 그런 지는 몰라도 지음 캠페인팀은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 아무튼 우리는 잘했다.

 

 

다음엔 응원이나 할까

 

그렇게 지음의 텀블벅 펀딩은 최종적으로 8,120,000원을 달성하며 펀딩에 성공하였다. 텀블벅에 모이는 금액이 빠르게 오르지 않아 나를 포함한 지음 활동가들이 펀딩에 실패하게 될까 봐 걱정이 많았다. 텀블벅은 목표 금액을 달성해야만 후원이 성사되기 때문에, 목표 금액을 설정할 때 기준보다 좀 더 낮게 해야 했다는 평가를 나중에 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목표 금액보다 높은 돈이 모였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었는데 며칠 후, 이제 굿즈들 포장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굿즈의 수가 너무 많아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하면 금방 포장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굿즈 포장을 하러 갔는데 박스가 산더미로 쌓여 있었다. 그때 또 같이 포장하겠다고 했던 걸 후회했다. 신기하긴 했다.

 

텀블벅 굿즈들은 지음의 여러 활동가들이 모여 직접 포장을 했다. 그날 포장할 것들이 엄청 많아서 사람들이 쉴 새가 없었다. 포장을 하면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를 정도로 피곤했다. 덕분에 집 가는 길에 잘 잤다. 집에서도 잘 잤다. 오히려 좋은 건가?

 

아무튼 처음 텀블벅 프로젝트를 하며 이것저것 여러가지 경험을 해본 것 같다. 또 텀블벅 펀딩을 도전하자고 하면 도망갈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경험이지만 힘이 많이 들어서 나는 응원을 하는 역할이 맞는 것 같다. 다음에는 응원을 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하게 되더라도 텀블벅 펀딩은 가끔하면 즐거운 일인 것 같다.

 

- 글: 민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