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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30호][사람들] "뒤에서 활동을 챙기는 것으로 활동을 하려고 했어요." 루블릿님 인터뷰

[사람들] 코너에서는 '과거의 청소년인권운동가들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과거 활동했던 청소년활동가들을 만나고 있어요! 이번 호에서는 2010년부터 아수나로에서 함께 활동했던 루블릿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범접할 수 없는 공금담당 역량'을 보여주었다는 루블릿님의 인터뷰, 바로 만나볼까요?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공현, 피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루블릿이라고 하고요, 지금은 이름만 대면 웬만한 사람들은 알 만한 사교육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하셨던 청소년인권활동은 무엇인가요?

 

저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라는 단체에서 활동했어요. 처음엔 아수나로 광주지부에서 활동을 하다가 대학 때문에 서울로 와 서울지부에서 활동을 했어요. 2011년에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같이 했는데, 주로 주민발의 서명을 받으러 다녔어요. 아수나로 안에선 주로 행정 업무, 운영 관련 일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아수나로에 상근활동가가 운영 관련 담당 일을 겸직해서 하는 걸로 아는데, 그 당시엔 상근활동가가 없어서 그냥 지원자들이 담당을 맡아서 하는 식이었거든요. 저는 전체공금담당이나 총회준비팀, 아니면 단체 내부에서 하는 회의 진행, 회의록 정리 등의 일을 했어요. 그리고 2014년 이후에는 지부지원팀이라고, 아수나로 안에서 새 지부를 만들 때 지원하는 업무가 있는데 그 팀에서 활동을 하고, 서울지부에서 새찾사라고 해서... 뉴페이스를 찾아 만나고 모으는 활동을 진행하고 기획하는 활동을 했어요. 활동했던 이슈로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관련 활동과, 아수나로에서 집중활동으로 한 학습시간 줄이기’, 그 둘을 중점으로 했죠.

 

 

 

 

기억에 남았던 활동이 있나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대책위이긴 했어요. 여러 관계들 속에서 사실 관계를 밝히고 갈등을 조율하고 하는 일이었어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해결하기가 까다롭거나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결정을 내리기까지 지난했던 조율 과정이라던지, 주변 활동가들의 반응이라던지 그런 것들 때문에 유독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으니 다른 활동 이야기할게요. ㅎㅎ 아무래도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때 활동한 사람들이 피땀 흘려가며 거리에서 서명을 받아내서 만든 조례인 거잖아요. 서명 받아야 하는 기한은 다가오는데 서명은 부족하고, 사람은 얼마 없으니까 거의 매일 나가는 사람도 있고.. 곁에서 보기에도 '엄청 힘들게 활동한다' 싶었어요. 그때 전 학교 다니니까 자주는 못 가고 1주일에 많으면 두 세번.. 아니면 한 두번 갔는데, 미안하단 생각도 들고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도 들고 그랬어요. 제정 과정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화가 많이 나기도 하고. 와서 나쁜 조례 폐기하라 이런 구호 외치고, 시의회를 난입해서 방해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냥 애초부터 혐오를 하겠다 작정한 그런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는데 진짜 힘든 건 그런 것들이었어요. 서명을 하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서명지를 눈앞에서 던지고 간다거나, 찢어 버린다거나, 주민등록번호 대체 왜 받는 거냐고 항의하는 분도 있었고. 아주 가끔씩 어떤 분이 서명하시면서 이런 거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갈 때 힘이 나기도 했지만요. 특히 서명을 받는 마지막 날에는, 진짜 다들 목이 갈라질 때까지 소리치면서 받으려고 했었어요. 어쨌든 부족하면 안 되는 거니까. 그런.. 현장에서 소리치고 했던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거 같아요.

 

 

전체공금담당 한 것에 대해 아수나로 총회에서 범접할 수 없는 공금담당 역량을 보여주었다라는 평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뿌듯하게 생각하긴 해요. 활동이라고 하면 앞에 나가서 막 시위도 하고 엎고 말도 잘 하고, 그래야 할 거 같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건 엄청 못했어요. 그래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아까도 운영이나 행정 중심으로 했다고 이야기한 게, 나는 그런 일이 잘 맞고 하니까 이런 걸로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나는 앞에 나가서 할 용기는 없는데, 뒤에서 사람들 챙기거나 정리하거나 그런 건 잘할 자신이 있으니까, 앞에 나가서 하는 이들에 대해 부채감도 들고 했지만 저는 그런 걸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청소년운동 이후에 어떤 삶의 경로를 밟아오셨나요?

 

루블릿 제가 2016년인가 2017년까지 활동을 하다가 그만뒀는데, 그즈음 지금 다니는 회사를 아르바이트로 들어갔어요. 원래 대학원 진학을 고려했는데, 떨어지기도 했고 집에서도 경제적 지원이 어렵다고 해서. 돈을 벌어야 했는데 상황적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곳으로 바로 들어갔어요. 지금 일하고 있는 학원에서 온라인 강의 촬영하는 일이에요. 일한지 1년 정도가 되었을 때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 중에 한 자리가 비었다해서 추천받아서 들어가게 됐고,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들 관리도 하면서, 촬영과 관련된 장비를 관리한다든지 그런 일을 하며 지내고 있어요. 그 이후로는 활동은 진짜 안 했고, 활동할 때 자주 봤던 사람들도 1년에 1~2번 볼까 말까 하게 지냈고, 큰 행사 있을 때 가끔 얼굴 비추거나 하기만 했어요. 그냥 아르바이트로 할 때엔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일이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제대로 없어서, 활동과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어서 활동을 그만두게 됐어요. 지금이야 9시 출근 6시 퇴근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 저는 일하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일하고서 퇴근하고 바로 사무실 와서 일을 하지?’ 하고. 하여튼 지금은 그냥 회사원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하시는 것에서, 청소년운동의 경험이 영향을 주나요?

 

, 영향을 줬죠. 그 안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저의 태도에 굉장한 영향을 줬어요. 저는 입사했을 때 나이가 많은 편이었는데, 단체에서 활동할 때 다른 사람들과 평등하게 지내는 문화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일터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평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태도에 많은 영향이 있었죠.

 

 

마지막 질문! 인터뷰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야 사실 활동 떠난 마당에.. 지금 활동하고 있는 분들한테 할 말이라곤 그렇게 많지 않기도 한데... 그냥... 고등학생운동 했던 사람들이랑 201911그때, 우리는 학교와 정권에 맞서 싸웠다이야기마당에 참여하고 들었던 생각인데요. 지금 활동하는 사람이든 이후에 하는 사람이든 잘 살아서 그런 기록과 기억이 잘 전달되고 남아서, 나중에는 예전에 이런 때도 있었지하고 이야기 나누며 즐거워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름아지트 오면서도 좀 기분이 묘했어요. 평소 같으면 퇴근하고 집에 가서 쉬었을 텐데.. 이렇게 와서 예전에 오랜 시간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그 때 그 사람들이 똑같이 밤 늦게까지 일하고 있는 걸 보고있고..(웃음) 오랜만에 보고 여기에 있는데도, 저도 어제도 여기에 같이 있던 사람인 거 같은 느낌도 들어요. 여전히 다들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고, 더 이상 같이 못 해서 미안하단 마음도 들고. 다들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