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들

[1호] 서로 거짓말도 할 수 없는 둘 (선우, 동이 -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사람들]

서로 거짓말도 할 수 없는 둘

선우&동이 -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둠코 · 별다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사람들] : 한 단체 두 활동가 인터뷰"!

단체에서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 2명을 인터뷰하는 꼭지입니다. 


첫 번째 단체는 멀고도 가까운 그대, "10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입니다. 간단히 "대리인"으로 줄여 부르는데요.

활기가 운영하는 청소년 단체들의 공간 <나름아지트> 를 함께 쓸 만큼 가깝지만, 대리인 활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없었어요. 그래서 둠코와 별다가 나섰습니다. 대리인 활동가 선우와 동이를 인터뷰했어요.






둠코 : 두 분이 어떻게 청소년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요. 처음 동이님을 만났을 때는 학생이셨는데, 학교에 다니는 모습보다는 다니지 않는 모습을 더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동이

제가 학생인권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가 본격적이었어요. 그 후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 다수가 인권침해라는 걸 알게 되었죠. 학교생활이 상당히 괴로웠어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아마 고3 가을이었을 거예요. 학생부장 선생님이랑 마찰이 있었어요. 하교할 때 체육복을 입고 나갔어요. 저는 치마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체육복이 편하니까요. 그런데 선생님이 저를 불러 세우곤 하교 시간에도 교복을 쫙 갖춰 입고 나가라 하셨어요. 사실 하교시간은 해방에 가까운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하교시간에 편한 옷도 입지 못하게 하니... 그 날부터 무단결석을 했어요. 무단결석일수가 다 채워지진 않아서 졸업은 하게 되었죠.


선우

저는 학교 들어갈 때부터 문제가 있었어요. 저는 FTM이에요. 원래는 고등학교에 가지 않으려 했는데 집에서 설득이 있었어요. 대신 학교 남자반에 들어가고, 남자교복을 입고 생활한다는 조건을 달고 학교에 들어갔어요. 나름 조건으로서는 쾌거였죠.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니 생각과는 다르더라구요. 가령 남자반이면 명렬표에 성별이 적혀 있잖아요. 다른 학생들은 남자라고 쓰여 있다가 맨 마지막에 한 명만 여자라고 쓰여 있었어요. 사정을 모르는 다른 학생이나 교과 선생님은 무슨 영문인가 했겠죠.

그리고 고1 때 동이를 통해서 학생인권조례 1주년 기념식을 가고, LGBT 인권포럼을 가면서 인권을 처음 맞닥뜨렸어요. 그 후로 학교의 인권상황이 너무 거지같아 보이는 거예요. 대학이라도 가자는 마음으로 간 건데 성적도 마음만큼 나오지 않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이 있었어요. 결국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죠. 원래 고등학교 안 가기로 했던 선택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별다 : 아하.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분이 청소년 인권을 접한 시기가 얼추 겹치시네요. 예상하셨겠지만, 저희가 두 분을 함께 인터뷰 요청을 드린 데는 사악한 기획 욕심도 있었어요. 두 분은 같이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같은 거주단위에 있잖아요?

둠코 : 저는 이게 되게 신기했어요. 주변에 형제자매남매 있는 사람들 보면 다들 데면데면하고 서로가 서로의 삶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해요. 정치성향 같은 건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어떻게 두 분은 서로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활동을 하시게 된 거예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선우

일단 어릴 때부터 친권자가 모두 일을 해서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맨날 제가 동이를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동이가 저를 쫄래쫄래 따라다니곤 했어요. 그래서 자연히 대화도 많이 하고 그 만큼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하지만 둘 다 이런 데 관심을 가지게 된 거는 서로의 성향이 이유가 되었어요. 저는 남자가 되고 싶었고, 제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것에 반감이 있었어요. 한편 동이는 섹스도, 젠더도 여자지만 여성성을 강요하는 사회에 반감을 갖고 있었어요. 둘이 좀 다른 의미이긴 했지만 여성성과 여성차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제가 남자이고 싶은 것을 두고 친권자와 이야기를 할 때에 동이가 저를 지지해주곤 했죠. 물에 휴지가 조금씩 젖어 들듯이 저의 주장을 전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해요.



둠코 : 어쨌든 같이 살면서 같이 활동도 하다 보니 동선이 겹치고, 묶이는 게 많을 것 같아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어떨까요?


선우 

좋은 점은, 언제 어디서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는 약속을 잡아야하는데 동이와는 지하철에서, 집에서 이야기하면 돼요. 또 일을 분담하는 것도 편해요. 힘든 일이 있으면 나누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물을 수 있어요.

안 좋은 점은, 좋은 점을 뒤집은 거예요. 서로가 일을 안 하면 닦달하기도 쉽죠. 다른 사람들은 제가 놀고 있는 걸 모르잖아요. 하지만 동이는 저를 다 아니까 동이에겐 거짓말 할 수가 없죠.

동이 

가정문제를 공유하는 것도 비슷해요. 같이 집 나가고, 같이 들어오는 건 좋아요. 문제는 한 명이 집에 없을 때 다른 한 명이 잔소리를 다 받아야 해요. "걔 왜 안 들어와!" 예를 들면 전 약간 집에 안 들어가는 쪽에 속해요. 그런 경우에 친권자가 선우가 FTM이라는 점을 잡고 필요한 금전적 지원을 끊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해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 일정을 마구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친권자가 비겁하다고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굽히게 되어요.



인터뷰는 카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스무디도 팔고 라면도 파는 재밌는 카페였어요. 선우는 동이 스무디에 슬쩍 빨대를 꽂으면서 "이렇게 스무디도 막 뺏어먹을 수도 있고, 돈 없을 때 빌릴 수도 있어요."라며 웃었어요.

두 활동가의 관계는 이러한데, 이제는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보려고 합니다. 학생인권조례 1주년 기념식에서 동이는 감사패를 받았었는데, 거기에서부터 들어봐요.


동이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실시되면서 학생참여단을 모집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학교에 뿌려진 홍보물을 보고 지원을 했어요, 떨어졌어요. 그런데도 미련이 남았죠. 학생참여단 카페가 생기자 매일매일 들어가서 어떤 걸 하나 구경하고, 서포터즈가 생기자 들어갔어요. 학생참여단 실태조사에 응하면서 학생참여단 사람들도, 학생인권위원회 사람들도 알게 되었어요.

고3이 되고 강제적인 분위기에서 방학보충을 시행했어요. 저는 너무 싫었죠. 친구들도 지지를 해 주어서 강제적인 방학보충을 그만하라는 내용을 가지고 서명운동을 했어요. 그걸 가지고 한 3일간, 1교시 끝나고 교무실 가고 2교시 끝나고 교무실 가고 3교시 끝나고 교무실가고, 4교시 끝나고 밥 먹은 후에 교무실 가고 그랬어요. 그 일을 같이 봤던 학생인권회나 학생참여단이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사패에 담았다고 생각해요. 



(감사패를 받고 있는 동이 / 출처 : 「교육희망」)


선우

저는 동이가 시상 받는다고 해서 같이 갔었어요. 그리고 LGBT 포럼을 가고 청소년노동조합 간담회도 갔는데 제가 무슨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대리인에서 진행했던 청소년 TG(트랜스젠더)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아, 여기 뭐 재미있는 걸 하나보다. 같이 해볼까, 하는 마음에 들었어요. 그 후로 대리인 사업이었던 퀴어채널 T를 같이 하면서 대리인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둠코 : 대리인이 어떤 단체인지 궁금해요.

동이

대리인은 청소년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의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활동하는 단체예요. 초기에는 학생인권조례 때 성적지향, 성정체성 부분에서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적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어요. 2012년 퀴어 퍼레이드 때 "대놓고 야반도주", 그 후에 "나는 처녀가 아니다" 선언, "퀴어채널 T" "청소년 TG 설문조사" "꼰드롤 간담회" 같은 사업을 진행했어요.



별다 : 두 분이 가장 주목하고 있고, 밀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어떤 거예요?

동이

저는 꼰드롤이라고 생각해요. 꼰드롤이라는 말은 꼰대질 + mind control 이라는 합성어예요.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하시겠죠? 나이주의와 보호주의 권위주의 등 청소년을 타자화하고 약자화하는 관점들을 묶은 의미예요. 대리인이 그냥 성적 권리가 아니라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외치는 단체잖아요. 기존 시민사회운동과 어떤 방식으로 접점을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활동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선우

저는 TG 설문조사라고 생각해요. 새 학기를 맞아서 일상생활에서 청소년 TG들이 겪는 문제점과 고쳐져야 할 부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어요. 그 동안 성소수자들 사이에서 LG(레즈비언, 게이)에 관련한 부분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이야기 되었지만, TG에 대한 조사는 정말 없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이번 설문조사가 의미가 있어요.



별다 :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청소년의" 성적 권리, "청소년 TG"의 권리를 위한 활동을 하는 대리인의 정체성에 대해 말씀해주셨네요. 활동하면 드는 고민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선우

청소년인권에 대해 사회가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 또 그것을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고민이 되어요. 청소년활동가라는 제 정체성을 일상생활에서 드러내기가 힘들어요. 드러냈을 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란 불안감과 두려움도 있어요.

동이

이번에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의견서 양을 보면서 확실히 느꼈던 것 같아요. 개정안 찬성 의견서 2만장, 반대 의견서 200장. 조직화 사업을 어떻게 하면 입체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연구된 의제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할지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둠코 : 마지막 질문이에요. 활기에 바라는 게 있다면?

동이 & 선우

활기요? 돈이요. 돈~~





T_T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지원할 수 없다는 게 슬펐어요... 이번부터 지원사업 신청을 받지만 부족한 금액이니까요.


활기는 청소년 단체들이 교류하는 네트워킹 작업과, 이론적 기반을 만드는 강좌사업, 돈 나올 구멍을 찾는 기금사업. 이렇게 세 축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동이님이 제안하신 것처럼 다른 지원사업을 청소년단체에 소개해주거나, 선우님이 칭찬하신 것처럼 청소년활동가마당 같이 청소년 단체가 만나는 자리를 만든다면 좋겠네요!


대리인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며. 인터뷰는 여기에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