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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5호] '먹방'을 자랑하는 광주지역의 두 활동가


[사람들] 

'먹방'을 자랑하는 광주지역의 두 활동가

빈둥 & 밀루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광주지부



공현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사람들] : 한 단체 두 활동가 인터뷰!"

단체에서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 2명을 인터뷰하는 꼭지입니다. 

[사람들]코너, 이제 다섯 번째! 이번에는 서울을 벗어나 광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활동가들을 만나봤습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광주지부 사람들입니다. 

제가 광주에서 일정이 있던 10월이 끝나가던 어느날, 겸사겸사 저녁에 약속을 잡아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밥 먹을 시간을 저녁 7시부터 미뤄가며 한 인터뷰라 다들 배고파했고... 공교롭게도 두 분 다 생리날이 겹쳐서 힘들어했는데요. 그런 와중에도 즐겁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광주지부의 빈둥과 밀루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광주지부에서 활동하는 밀루와 빈둥! 먼저 자기 소개와 아수나로 광주지부 소개를 부탁드렸습니다.


공현 : 안녕하세요, 음 혹시 두 분 활력소 소식지 읽긴 하세요? (웃음)


빈둥

가끔? 심심하면?


밀루

<요즘것들>보다 재밌는 거 같아요.


빈둥

밀루랑 공현 둘 다 <요즘것들> 만드는 팀이잖아요...



공현 : 하하. 네, 여러 청소년활동가들을 소개하고 소통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활력소에서 이렇게 청소년활동가들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요. 단체들이 많이 서울 쪽에 몰려 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서울 아닌 다른 지역의 지부를 좀 하자, 하다가 아수나로에서 요새 새로 들어온 사람이 많은 지부, 광주지부를 섭외하게 됐습니다. 제가 "어, 나 이번달에 광주에 인권교육 가는데~" 라고 했더니 소식지팀에서 그럼 가서 하라고 해서... 저에게 맡겨졌습니다. ㅠ_ㅠ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밀루

아수나로 광주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밀루라고 해요. 학교는 안 다니고 있어요. 올해에 고등학교를 가자마자 자퇴했어요. 그래서 잉여롭게 살고 있고요. 저는 작년 11월달에 아수나로에서 낸 <학생의날 신문>을 보고 들어왔어요.

좀 전에는 알바를 구하러 갔다왔네요. 알바 구하는 게 되게 힘들어요.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같은 데 들어가서 보면 거의 다 막 18세, 19세 이상, 고졸 이상 구하고 그러니까...


빈둥

저는 아수나로 광주지부에서 나름 고령 이미지를 갖고 있는 빈둥인데요. 요새 청소년 분들이 좀 광주지부에 많이 들어와서 그런 이미지가 됐어요. 광주지부에서 활동한 지는 제일 오래 됐기 때문에, 사람이 정말 없던 때부터, 굴곡들을 알고 있죠.

저는 고3 때, 한 4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대학을 갈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했어요. 한 2년 전 쯤에 대학 휴학을 한 뒤에 집을 나왔고, 현재는 토끼랑 같이 살고 있어요. 각종 알바들을 전전하다가 야간 알바를 가끔씩 하면서 활동도 하고 있고...

저는 이제 20대가 되었고 비청소년이에요. 그래도 계속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이유는요, 변한 게 없는 거 같아서에요. 변하지 않은 채로 계속 두 싶지도 않고. 그리고 나보다 나이가 더 적은 사람들과 더 평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어요. 같이 활동하다보니까 청소년이 존재 자체로 차별 받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계속 보게 되고, 같이 이야기를 하고, 문제제기하면서 힘도 얻고...

청소년운동을 하다보니 소위 '어른들'이란 사람들에게 문제에 대해 제가 더 용기를 내서 말할 수도 있게 됐어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여기 남아 있네요.


  (생리통을 호소하며) ...... 음...... 나는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힘들다... 죽겠다...



빈둥 :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공현 : 그렇게 다들 화석이 되죠. (빙긋) 아수나로 광주지부를 소개한다면? 요즘 사람들이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최근에 하고 있는 활동들도 소개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빈둥

광주지부는 현재 활동회원은 10명 좀 넘어요. 어디 보자... 뉴페 빼고도 13명이 활동회원. 그리고 뉴페 분이 몇 명이지?


밀루

2명. 그런데 2명 또 오신다고 했어요.


빈둥

이렇게 흥한 원인은... 작년에 광주지부에서 "안 되겠다, 왜 우리가 계속 되지도 않는데 하고 있냐. 우리 문제점을 얘기해보자. 사람들이 왔다가 금방 빠져나가는데, 우리에게 있는 문제점이 뭘까?" 이야기를 했어요. 활동이 재미 없는 것도 있었고, 활동가들의 개인적 갈등 같은 걸로 나간 경우도 있었고, 기타 여러 이유가 있었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되짚어보고 내부 워크숍을 했어요. 그때 워크숍의 의의 중 하나는, 여기 있는 이 밀루가 참여하기 시작한 거?

아, 또 작년 말에는 거리 집회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였던 고등학생 황법량씨를 만났는데 그 황법량씨가 "아 나는 미드 봐야 하는데~" 하는 거를 제가 "아 저건 물어야겠다!" 생각하고 가서 말을 걸고 아수나로 명함을 내밀고 모임에 오시라고 했죠. 그렇게 사람이 늘기 시작했어요.

그 이후로는 <학생의날 신문>을 배포도 했고, '청소년이 피곤한 이유', '조퇴할 권리' 등을 주제로 한 캠페인이라든지, 아수나로에서 낸 청소년신문 <요즘것들>도 등하교길에서 배포하고, 알리는 활동을 계속했어요. 최근에 들어온 효진이라고 있는데,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계속 했어요. 광주지부에서는 지금은 '내 맘대로 용의 규제' 이런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또 기억에 남는 건... 광주지부가 <요즘것들> 배포하다가 학습시간 줄이기 운동 주장을 담은 피켓을 만들어서 학교 앞에서 들었는데요. 그게 아수나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좋아요가 7만개 넘고 많이 퍼지면서 SNS를 많이 탔는데요.

그러니까 흥한 것의 핵심은 그거에요. 그렇게 계속 입김을 불어넣은 행동들을 하니까 사람들이 늘어난 거 같아요.


밀루
그래서 앞으로도 한 달에 2번씩 주말에 캠페인을 하기로 했어요. '용의복장의 자유' 하고 '학습시간 줄이기'를 번갈아서.


빈둥

'씨알수다회'라고 해서, '씨알이 먹히는 수다회'라는 이름으로 수다회도 했어요. 청소년이 말하는 게 씨알도 안 먹힌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우리를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생각 중 하나라서, 그걸 모티브로 씨알 수다회를 하고, 후속 모임으로 캠페인을 하자 이야기 있었고... 후속 모임까지 같이 하면서 하자고 했는데, 그 뒤에 연락을 안 했네... 못 챙겼어...


공현 : 이제 사람 많으니까, 사람이 아쉽지 않은가보죠? (웃음)


밀루
가만히 있어도 들어오니까. (웃음) 그니까, 우리 게을러졌어... 수능 친다고 훅 나갈지도. ㅠㅠ


빈둥

아 그리고 괜찮았던 게, 사람들이 모여서 누구는 말을 많이 하고 누구는 말을 안 하고 이럴 수가 있는데, 말수가 없는 사람들도 그 안에서 같이 이야기하고, 다들 흘려듣지 않고, '우리 어떻게 이걸 재밌게 해보지?' 하면서 다같이 피켓도 만들고 하는 게 재밌어요.


밀루

공간이 좋은 것도 역할이 큰 거 같아요. 여기 보면 보드게임이나 책도 많이 있고. 조리 시설도 다 있고. 노동당이랑 KT광주노조랑 평화캠프랑 광주인연맺기 학교 등이 쓰는 곳인데, 빌려서 쓸 수가 있어요. 정말 좋아요, 기타도 있습니다, 심지어.






▶ 아수나로 광주지부가 흥한 게, 작년 하반기~말에 '안녕들하십니까' 사건이나, 아수나로에서도 SNS를 통한 홍보나, <학생의날 신문> 등 여러 활동이 있었는데 딱 그 시기에 재정비를 하고 활동을 다시 시동을 걸면서 타이밍이 잘 맞았던 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주제로 광주지부의 활동이나 특색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좀 들어봤어요.


공현 :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이나, 앞으로 하려는 활동 계획을 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밀루

음 그러니까, 용의복장의 자유랑, 학습시간 줄이기 운동을 가지고 피켓을 들고 나가서 캠페인을 할 계획인데요...

광주가 학생인권조례도 있고 말로는 강제학습 안 시킨다고 하는데 사실 다 시키거든요. 몇 년 전에, 2012년이었나? 교육감이 나름 '진보'교육감이라고 하는데, 고등학교에 보낸 공문 보면 강제학습 시키지 말라면서 이렇게 써있어요. 예체능 준비하거나 학원 다니는 학생들은 야자 같은 거 빼주라고. 그럼 안 그런 학생들은 강제로 시켜도 된단 소리잖아요. 허울 좋은 소리고, 실제로 친구들이라든지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 보면, 강제로 학교에 붙들려 있고 그런 경우가 되게 많아요.


빈둥

강제로 시키는데 자기들은 강제로 안 시킨다고 하고 서약서 받았다고 하고... 그것도 청소시간에 막 주면서 하교하기 전에 얼른 제출하라고 하고 그래요.

이런 것 자체가 강제 보충학습 뿐만 아니라 학원 다니는 거, 과외 받는 거, 그렇게 입시의 노예로 보내는 시간 자체가 길죠. 그런 학습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해서, 학습시간 줄이기 운동이라고 아수나로에서 집중활동팀이 만들어졌어요. 그 주제를 가지고 각 지부들이, 집중활동팀에서 만든 자료나 계획을 공유 받아서 토론을 했고요. 그렇게 토론해서 나온 주장이, "9시간 등교, 3시 하교" ...


공현 : 9시간 등교...?


빈둥

아 9시 등교 ㅋㅋㅋ 9시간 등교라니 ㅋㅋㅋ 아 좋다 느릿느릿 가도 되잖아요. 9시간 동안 등교하고... 하... 9시 등교에요. 9시 등교, 3시 하교, 그렇게 6시간만 학교 다니고, 나머지 시간은 우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삼아서 구호도 외치고 그런 학습시간 줄이기 운동을 아수나로에서 계획을 하고 있어요.

공현 : 용의복장의 자유 활동은 어떤 내용이죠?


빈둥

용의규제 같은 경우는, 음 광주 학생인권조례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거 같아요. 광주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3년이거든요? 2010년에 조례 제정을 위해 자문위원회가 위촉되고, 교육운동 하던 교사들이 많이 '투입'됐는데요. 그때 학생은 딱 한 명이었어요. (본인을 가리키며) 진짜 지옥... 그렇게 자문위원회 만들어지고 2011년 10월달인가에 제정이 됐어요. 2012년부터 시행한다고 했는데요. 학생인권조례 자체도 "너희들 인권이 보장 못 받고 있어" 하면서 교사들 위주로 만들어진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지 못한 거 같아요.

주변 학생들 이야기 들어보면 아직도 두발규제 하는 곳도 있고 용의복장 규제 하는 곳도 있다고 해요. 전반적으로 예전보다는 덜해졌고 규제가 없어진 곳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결이 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문제제기를 시작을 한 거죠. '용의복장규제'를. 다른 학생인권조례 조항들도 짚어보면서 그 내용들을 가지고 캠페인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밀루

용의복장규제 문제로 캠페인을 해야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요. 페이스북에서 광주의 고등학교의 한 교장이 올린 내용을 보고서였어요.


빈둥

아 맞다. 그 교장이 "명문 OOOO학교" 하고 사진을 올린 걸 보게 됐는데, 그게 학생회 주최로 캠페인을 하고 있는 거였어요. 그 캠페인 피켓들이 "머리 묶으으리", "머리가 꼬불꼬불하면 취업길도 꼬불꼬불", "너네 치마길이 비정상이담" 이런 내용들이었어요. 머리 묶고 단정하게 하고 막 이런 것들이 학생에게 중요한 거고 지키는 게 당연한 거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학생들 주최로 해서 이렇게 캠페인을 한 거더라고요. 그 교장이 올린 거에는 또 우리는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되게 좋아, 하면서 우리는 치마 길이나 머리 길이도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다 같이 합의해서 정한다고... 학생들 개개인이 알아서 할 일인데, 그걸 교사와 학부모와 합의해서 기준을 만들고 하는 게... 그리고 막 인사하는 법도 예의바르게 하고 있다 이런 소개를 하더라고요.

그거 보고 열 받았죠. 학생인권조례 제정된 지 3년인데, 용의복장을 당연하다는 듯이 학교가 규제를 하는지.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해봤어요. 그래서 그 학교 자체는 학생 당사자가 문제제기를 한 게 아니니까 어떻게 할 수는 없었고요. 우리 '학생인권조례 제대로 지키자'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해서 용의복장규제 문제를 가지고 활동해보자고 했어요. 

일단 목표는, 좀 여론을 만들어보는 그거. 용의복장규제를 문제라고 생각 안 하는데, 문제인 거 아니냐, 하고. 우리가 어떤 걸 주장하고 어떻게 바꾸고 싶어 하느냐는 건 그 다음일 거 같아요.



공현 : 광주지부가 먹방으로 유명하단 소문을 들었는데요.


빈둥

크. 다 저 때문입니다. 제가 한 2년 전부터 폭식을 시작했는데요. 그게 유지가 돼서... 막 라면 먹을 때 세 봉 먹다가 배가 안 차서 두 봉 더 끓였다가... 좀 심리적 허기? 폭식 때문에 이미지가 확 박히는? 막 먹고 있으면 빈둥이랑 같이 먹고 있으면 나도 더 먹을 수 있을 거 같고 더 먹어야 할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밀루

제가 그래요. 워크숍 때 애긴데 장을 보러 나가더니 과자를 이따만큼 사온 거예요. 초코파이 박스 같은 종이박스째로 사왔는데, 카스타드를 두 개 묶음으로 사고... 그거 보면서 누가 다 먹지? 그러고 있었는데... 정말 잘 먹더라고요.

제가 좀 컴플렉스가 원래 있었어요. 살 빼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잘 먹는 거 보면서, 왠지 먹어도 될 거 같고, 먹고 싶어지고, 그래서 옆에서 덩달아서 먹고 있고. 그랬어요.



(광주지부 먹방 자료사진)

빈둥

사람들이 나랑 같이 먹으면 더 많이 먹고 그러다보니까 다 같이 하나가 돼서 더 먹고 더 먹고 하다보니까, 그걸 사진 찍어서 SNS나 카페에 올리고 하다보니까 "먹방지부" 소리 듣고 있고, 어느 순간 전 "먹방의 신"으로 불리고 있고... 새로 온 뉴페들마다 나한테 놀라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밀루

같이 먹다보면 전투적으로 보일 때가 있어요.




밀루 : 배고파서 배가 아픈 건지... 생리통인지... 모르겠다...





▶ 서울이나 수도권 외의 지역에 있는 청소년운동 단체들은 아무래도 활동 조건이 다른 점이 있죠. 특히 주변 다른 단체들과의 연대 문제라든지, 5.18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광주만의 특징도 있을 거 같아서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공현 : 광주 같은 경우는 판이 좁아서라고 할까? 서울보다 다른 단체들과 관계가 중요할 거 같은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빈둥

음.. 사실 사이가 거의 좋지 않아요.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 아수나로와 광주에 있는 다른 몇몇 청소년 단체와는 성향과 입장 자체가 잘 안 맞아요. 예전에 광주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회가 만들어진 후 학생참여기획단(이하 학참단)이 만들어졌는데 거기에 들어온 다른 청소년단체의 학생 분들을 만난 적이 있거든요. 한 번은 회의를 하는데 어떤 분이 "난 명찰 차게 하는 거 좋던데~ 선생님들에게 내가 각인될 수 있으니까 좋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교사에게 예쁨 받는 것을 좋아하고 당연하게 여기고 여러 청소년 분들은 그 말에 동의했던 분위기가 흘렀죠. 그 외에도 반말과 존댓말을 나이에 따른 기준을 지키는 게 예의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수나로와 달랐네요. 말하자면, 청소년 대상화 등에 관련된 문제의식, 평등한 대우에 대한 입장 등등이 여러 다른 청소년단체에 속하신 분들과 입장이 잘 안 맞아서 가깝지가 않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밖에 <학벌 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이나 <노동당 광주시당>이 있는데요. 사실 한 사람이 이 단체 저 단체 껴있는 경우가 많아서 단체마다 사이가 안 좋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앞서 말한 단체나 정당에 있는 사람들과 좀 안 맞는 성향이 있어요. 자주 싸웠거든요. 아, 근데 노동당 광주시당과는 사이가 전반적으로 나름 괜찮은 것 같긴 해요. 


밀루

최근에는 <학벌 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에서 하는 강연회에 저희가 많이 갔었는데요. 그 자리에 일반 시민도 있고 그랬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저희 활동회원인 청소년한테 "이런 데도 오니 대견하네 학생" 그러면서 반말을 하는 거예요. 처음엔 기분 나빠도 참았는데, 강연회 끝나고 나와서도 계속 그러고 어깨 두드리고 해서, 당황도 했고, 그래서...

특히 거기 있는 대안학교 교사 중에 하나는, 저희 회원 중에 하나가 그 대안학교 들어가 있는 학생이거든요. 그래서 그 학생한테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는데, 그러면서 우리한테도 다 평소에 그렇게 (반말 등) 하는 거예요. 그때 겸사겸사해서 평소에 그런 것을 불쾌하다고 얘길 했어요. 그랬더니 당황해서, "어 그러면 나는 서로 반말을 하면 편하겠는데...요" 이렇게 어색하게 답을 하더라고요.


빈둥

그 자리에서 저도, 제가 광주지부 회원인 효진이랑 말을 놓을 생각이 평소에도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조금 조용해진 뒤에 "효진 님 저희 말 놓을래요?" 해서 말을 놨어요. 그러고서 제가 사람들한테 "말은 이렇게 놓는 거예요." 이랬죠.

나이가 적어보이는 사람들에게 반말을 하고, 이런 곳도 온다며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하는 거를 하지 말라고 하면 그 사람들은 또 기분 나빠해요. 그게 배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애초에 거기서 입장이 다르고 청소년인권의 입장과 달라지는 선이라고 생각해요. 동등하게 대우하는 게 배려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청소년과 비청소년이 똑같이 반말하고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강연회를 가는 청소년들을 일부의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강연회를 가는 사람으로 동등하게 바라봐야 하는 게 저의 입장이기도 하고 아수나로에서 공식적으로 합의된 입장인데요 그 부분에서는 늘 싸움이 일어나더라구요. 하하. 다만 그 부분에서 지적을 했을 때 지적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경우에는 싸우기만 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제 학벌 없는 사회 광주시민모임이나 그런 단체들이랑, 청소년인권 운동하고 할 때 같이 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썩 친하진 않아요. 좀 아쉬움이 있죠. 언제 한 번 풀긴 풀어야 할 텐데, 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죠. 초대해서 우리가 느끼는 문제의식은 뭔지 이런 걸 공유할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 지부 안에서 다른 단체들과 서먹서먹해진 것을 풀고, 제대로 문제의식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어요.



공현 : 아무래도 나이주의 문제라든지, 청소년을 보는 시선이나 관점 문제 등에서 충돌이 있는 것 같네요.

          광주 하면 5.18도 있고 역사 기념일이 많은데, 광주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빈둥

5.18 같은 경우는 있는데... 싫죠. 학생들이 동원되는 식으로 5.18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레드페스타'라고 5.18 기념 행사가 있는데, 그 행사도 그렇고요. 교사가 자기 학교 학생들을 불러서 "너흰 내 제자들이니까 니들이 좀 거들어" 그렇게 시키는 걸 행사할 때 본 적도 있어요. 제가 5.18 기념재단에서 자원활동가도 해봤는데, 5.18 행사 준비하면서 보면 사람들을 동원도 많이 하고... 청소년들이 올 때가 있는데 와서 굽신굽신거려야 하는 분위기도 느껴졌어요.


밀루

5.18 청소년 토론대회를 제가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도 5.18 국립묘지 참배가 있었는데, 가면서 막 4줄로 줄 맞춰서 서라고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린 줄 안 서면 걸어가지도 못하냐고 일부러 삐딱하게 서고... 헌화하는데 줄 맞춰 서라고 시키고 배경음악 깔고 사진 찍고 그랬거든요. 아 내가 왜 왔지, 이런 허례허식을 하려고 온 게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공현 : 11월 3일 학생의 날 관련해서는 어떤가요? 몇 년 전엔 조선 시대 옷 입고서 시위 재연 행사 같은 것도 하던데요.


빈둥

학생의 날 되면 교사들이 교문 앞에서 유자차 나눠 주고 싸인펜 나눠 주고 그러는데요. 그러면서 "너네 공부 열심히 해." 말하고. 음... 11월 3일 학생의 날 관련해서는 저희는 뭐 한 적은 없어요. 해야겠다 얘기 나온 적은 있는데.


공현 : 학생의 날 관련해서 지원해줄 곳이나 참여할 곳도 많을 거 같은데 한 번 생각해보세요. (웃음)





▶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죠?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활기와는 멀 수밖에 없는 광주의 활동가들이 활기에 대해 바라는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공현 : 활기에 대해서는 아시죠?


밀루

음... 우리 돈 주는 곳?


공현 : 소식지도 만드니까 좀 봐주세요... ㅠ.ㅠ 활기에 바라는 게 있다면?


빈둥

바라는 게 있다면? 음... 아수나로에 돈이 없을 때 긴급히 좀 빌려주면... 아냐 더 이상 빌리지 말아야 돼...

저희 총회 때 좀 느낀게요. 아수나로 총회 때, ㅁㅅ라는 분이 와서 청소년에 대한 심리학적인 분석, '사춘기'에 대한 이야기 등을 강연을 해줬어요. 그런데 그게 활기에서 전에 서울에서 열었던 강좌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서 다시 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광주가 맨날 학생인권 어쩌구 인권 어쩌구 청소년행사 하는데 정작 의미있는 건 별로 없어요. 꼰대꼰대한 그런 거밖에 없거든요?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에서 시민들을 위한 강좌를 하기는 하는데, 청소년활동가들 입장에서 볼 때 '핵심'을 가진 그런 강좌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 강연을 광주에서도 좀 열어주면 좋겠어요. 수도권에서는 활기가 그런 강좌도 열고 하잖아요. 여긴 그런 게 없으니까 개개인이 알아서 공부하고 그런 식이에요. 수도권에서 활기가 열었던 강좌라든지, 계획하는 게 있으면, 광주지부에도 와서 했으면 좋겠어요. 광주 말고 광주지부!




활기 사람들이 직접 광주까지 가서 강좌를 운영하진 못해도, 내용과 기획을 만들어서 광주나 다른 지역에서도 열 수 있도록 고민을 해볼 만할 거 같았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일주일에 며칠은 비건 채식을 하는 실천을 시작한 밀루님과 같이 갈 식당을 찾다가 근처의 한 백반집에 가서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 ^_^


비록 지역 사이의 거리는 멀어도, 활동에 대한 소식과 생각을 나누면서 계속 같이 활동해나가는 게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