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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들

[22호][관점들]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원하는 목소리들

이번 [관점들] 코너에서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의 발언들 중 두 분의 발언을 모았습니다. 경남 '조례만드는청소년'에서는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28일까지 7주 동안 매 주 빠짐없이 촛불을 들었는데요, 일곱 번의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품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경남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활동을 펼쳐온 '조례만드는청소년'의 활동 소식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올라옵니다. 궁금하신 분은 들러보세요! https://www.facebook.com/sturightgn/

 

 

 

최근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개학 후 첫날.
학년부장선생님은
‘이젠 외부활동 그만하고 조용히 고삼으로 살아라'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제 활동이 제 삶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탈’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싫었으나
그것을 티를 낼 수 없었기에 애써 웃음을 지으며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가만히’ 있었습니다.
 
어느 조회시간,
담임선생님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들이밀며 1등급인 학생들의 이름을 불렀고,
그들을 향해 박수치게 했습니다. 저는 박수를 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성적으로 사람들을 차별하고 누군가에게는 열등감을, 누군가에게는 우월감을 심어주는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용히’ 박수를 쳐야 했습니다.
 
어느 쉬는시간,
노트북에다가 페미니즘, 퀴어, 비건, 미투에 관련된 스티커를 어떻게 붙일까
친구와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에게 눈에 띌까, 괜히 선생님들한테 한 소리를 들을까봐, 최대한 ‘조심히’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저는 철저히 ‘조용히' 있도록 학습받았습니다.
페미니즘과 퀴어, 비건과 같은 이야기를 하며 나대서는 안되는,
그러나 선생님들이 아는 사회이슈를 모를만큼 무지해서는 안되는,
열심히 학교 공부를 해야하는,
옳고 그름이 아닌 적응과 순응을 따르는
그런 학생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런 학생이 되려면 ‘나'는 철저히 지워야 했습니다.
즉, 조용히 있으라는 것은,
‘나의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살라는 것은
제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이 ‘자신 본연’으로 존재할 수 없는데
어떻게 살아있는 것일까요. 그건 분명 죽은 삶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사회 속에서 어떻게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보니,
학교 생활 속에서 짬을 내어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함께 관련 영화를 보는 등의 시간을 갖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끔 집회도 참여하면서요.
 
물론, 매일 7시간 가량의 학교 공부를 버텨내면서
짬을 내 운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운동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지금 학교에서 겪는 부당한 일들이 
앞으로 학교 밖 사회에서도 계속될 것이기에
지금 ‘나’를 잃어버리면 영영 앞으로도 저를 잃어버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딘 발걸음일지라도, 아직 조금씩이라도 
‘나의 목소리’를 내가 놓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그런 제 곁에 
저와 함께 이야기와 고민을 나눌
여러분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존재했기에, 저 혼자서 이 모든 부담을 안고 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첫 촛불집회 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촛불 하나는 어둠을 밝히기 어렵지만, 촛불들이 모이면 어둠을 밝힐 수 있다‘
제가 했던 이 말처럼,
힘들고 갑갑하고 빡빡한 현실의 압박 속에서도
우리가 모여서 다함께 밝혀낼 수 있 수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놓지않고,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게 함께 살아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 모모 (조례만드는청소년)

 

 

 

 

안녕하세요? 저는 사파고 2학년 이명지 학생의 엄마 김현숙입니다. 이렇게 뜻있는 여러분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앞으로 이 사회의 약자와 함께하고,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몫을 톡톡하게 해낼 훌륭한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이렇게 매주 집회를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압니다. 여러분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서울이나 경기도 광주광역시등은 이미 있는 것인데 우리 경남은 이제 생기면서 진통이 만만하지 않지요. 저는 이 학생인권조례안은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하고, 우리는 하나이며,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는 시작을 학교에서부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은 청소년 전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차별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숨겨두고 또 차별하지 않는다고 포장해 왔습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을 조례안으로 공개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가 같은 공간에서 살 수도 있고, 다른 너와 나는 이 사회의 시민이며 서로 더불어 너도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연스럽게 사는 것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규제를 풀어 놓으면 엉망이 되지 않을까? 시끄럽지 않을까? 뒤죽박죽 되지 않을까? 우리 애들 망치는 거 아냐? 하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저는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더 엉망이 되기 전에 어서 이 조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세상은 글로벌해졌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글로벌한 세상에서 우리 학생들이 훗날 직업을 갖고 당당하게 리더가 되어 살기를 바래서 유학도 보내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험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학생들의 사고는 계속 옛 것을 지켜나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공부는 새것을, 생각은 창조적으로, 그러나 사고는 옛날대로? 이것은 맞지 않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해외에 유학을 가면 사고의 차이로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 봅니다. 다름을 틀린것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자유로운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요?
학생인권조례안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주장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직 미숙합니다. 그래서 학생인권조례안은 안됩니다.” 라고 하는데, 여러분이 미숙합니까? 이렇게 학생인권조례안을 통과해야 한다고 모여서 자기의 뜻을 말하는 여러분이 미숙합니까? 조례안이 통과를 반대하는 그 학생도 미숙한 걸까요? 자기의 뜻을 이렇게 떳떳하게 밝히 밝히고 말하는 여러분은 결코 미숙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믿지 못하고 틀에 맞춰 놓으려는 어른들이 미숙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일찍이 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된 학교에서 공부하고 자랐더라면 이렇게 편협하게 답답한 어른이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매주 목요일 이렇게 나와 모이는 것을 보며 참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이것은 세상을 더 밝게 함께 더불어 살고자 하는 생각이 없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나만 잘 살아보겠다 하는 분들은 여기에 못 나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쉽지 않는 길을 가게 될 겁니다. 세상의 돌아가는 것을 판단하게 될 것이고, 불의한 것을 잘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문제가 눈에 너무 잘 띄어서 하루하루가 고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까봐 걱정입니다. 재밌게 실컷 웃으며 놀길 바랍니다. 여러분 결코 우울해 하지 마시고, 괴로워 마시고, 서로 서로 연대하며 세상은 이상할지라도 여러분은 건강한 몸을 유지하시고, 늘 평안한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왜냐 여러분 같은 분들이 건재하게 세상에 버티고 있어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평화롭게 잘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생인권조례안이 절충이 되어 중간 정도로 정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훗날 몇 년이 더 지나고 여러분이 30대, 401대가 되면 점점 더 그 진정한 학생인권조례안이 되어 갈 것입니다. 그때마다 여러분들이 소리를 내어 주신다면 말입니다. 일시에 바꿔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얼마나 그것이 어려운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급하게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현재의 일보 이보 삼보 나가게 됨을 대단하게 여기시길 바랍니다. 그 조금의 걸음도 여러분들이 해 낸 것입니다. 여러분은 대단합니다.
여러분 학생인권조례안을 지지하는 여러분들이 많으면 학교는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함께 하는 친구들을 차별하지 않겠다 하는 여러분들이 있는 곳에서는 학교 폭력도 또래 간의 왕따나 차별적 대우는 적어지겠지요. 그렇게 보호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여러분 오늘이 집회 마지막이라 들었습니다. 수정된 것이 나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 실망하지 마세요. 실패가 아닙니다. 이제 시작이었고, 이렇게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이렇게 집회를 계속 이어왔다는 많은 진보입니다. 이제 각자의 자리에 가더라도 이 문제를 이야기 할 기회기 있을 때 당당하게 생각을 잘 말해 주시고, 우리는 여전히 이 운동을 내가 있는 자리에서 계속 해 나갑시다!! 저도 제가 있는 곳에서 같은 생각으로 더 고민하며 관심을 갖겠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여러분이 있어서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만난 친구들을 격려하고 고마워 합시다. 너가 있어서 나도 이렇게 계속 나오게 되었고, 나 혼자 만의 생각이 아니었으며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어디에 있어도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또 다시 만날 겁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의 수고와 열정에 감사합니다.

 

- 발언: 김현숙 (학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