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호] [목소리들] 교육과정과 국정교과서에 관한 입장 등 (2015.09.01 ~ 2015.10.31.)
공현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청소년운동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 논평, 기자회견문 등의 입장을 모아서 전합니다. 활동가들이 언론에 발표한 글 등도 전합니다. 일일이 모든 단체들을 찾아보지 못하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청소년운동 메일링으로 온 소식, 제 눈에 띈 것들을 위주로 정리하겠습니다. 혹시 추가되길 바라는 게 있으면 알려주시면 언제든 반영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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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성명] (2015. 9. 22.)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된
‘2015개정 교육과정’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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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개정 교육과정? 도대체 무슨 학습부담을 덜었다는 것인가?
<2015 대한민국 초중고등학생 학습시간과 부담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학생 69.3%가 학업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학교와 사교육이 끝나고 집에 가서 쉴 수 있는 평균적인 시간은 초등학생이 오후 7시 7분, 중학생 오후 9시 7분, 고등학생 오후 10시 36분으로, 초중고 모두 평균적인 직장인들의 퇴근시간 보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쉴 수 있는 상황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에 11시간에서 13시간 가량을 공부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은 ‘나는 공부를 하는 시간이 부족한 편이다’, ‘학교수업의 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어렵다’ 등의 불안에 시달리며 부담을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 교육부가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그 명분과 방향으로 “교과별로 꼭 배워야 할 핵심개념과 원리 중심으로 학습내용을 정선하고,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을 개선해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고자 한다”며 학습부담 완화를 제시해 왔다. 교육부 또한 학습부담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을 뜯어보면 왜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말로는 ‘학습부담완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외치지만 교육과정 개정의 내용을 보면 그 무엇도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 교과별 학습내용에서도 여러 교육단체들이 지적하듯 어려운 개념들이 상향이동 되지 않거나, 여러 내용과 개념을 압축시켜 놓아,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덜어질 것이다’ ‘내가 이해 할 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질거 같다’ 같은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현재의 길어도 너무 긴 수업시수/수업일수를 축소하는 것 역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업시수/수업일수를 줄이려면, 교과과정의 과감한 축소와 개혁이 필요하지만,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소프트웨어, 안전 등의 교과를 신설하면서 매주 수업시수가 1시간 이상 늘어나는 등 오히려 교과가 늘어남에 따라 수업시수 또한 늘어나면서 새로운 학습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불어 주입식교육이 아닌 ‘개념 중심의 학습’ ‘토론학습’ ‘참여학습’ 등 듣기엔 참 좋은, 다양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주입식교육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줄세우기식 시험/평가, 고교/대학서열화 등 꾸준하게 지적된 무한경쟁을 조장하는 입시경쟁교육정책에 대한 그 어떠한 근본적인 대책도, 변화도 마련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학생들에게 여전히 장시간의 과도한 학습, 입시경쟁교육을 강요하면서도 책도 많이 읽고, 토론도 열심히 하고,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교육부가 밝힌대로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의 과도한 교육과정에 꾸역꾸역 쑤셔넣기를 멈추고, 무리한 교과과정과 수업시수/수업일수부터 덜어내야 한다. 상상력이든, 창조력이든 사람이 충분히 쉬고, 놀고, 자고,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한 능력이다. 지금 필요한 교육과정 개정은 학생들이 잠을 자고 쉴 수 있는 교육, 눈치 보지 않고 다양한 문화/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보장하는 방향을 기본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졸속적인 개정을 철회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라!
특히나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충분한 연구와 의견수렴 절차도 없는데다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과정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졸속으로 강행되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앞으로 자신이 배우게 될 교육과정이 개정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된 교육과정이 반영된 교육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개정을 졸속으로 강행한 교육부장관인가, 아니면 교육과정 개정을 압박하는 대통령인가? 새로운 수익사업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교육업체인가, 혹은 자신들이 원하는 노동력을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인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교육을 받는 사람은, 개정된 교육과정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은 바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제대로 된 절차와 과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면, 최소한 당사자의 의견을 묻고 결정하는 과정은 기본이 아닌가?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만든 교육과정이 어디 2015개정교육과정뿐이겠는가. 하지만 그 결과를 보자. 학생들도,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죽어나가는 실패의 연속일 뿐이었다. 당사자 학생들이 감당할 수 없는 교육과정, 학생을 일방적인 교육의 대상으로만 본 채, 당사자의 고민, 어려움, 의견을 배제한 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패를 반복하기 위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새로운 교육과정/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학생들의 인권과 삶의 문제가 고려조차 되지 않은 채 만들어진 ‘2015개정 교육과정’에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 교육부는 졸속으로 추진되는 교육과정개정 고시를 즉각 철회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제대로 된 교육과정개정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2015.09.22.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논평] (2015. 9. 29.)
청소년인권을 현관문 안으로!
- 가족 내 체벌 금지를 환영하며, 청소년인권 발전의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
드디어 한국도 가족 안에서 친권자/보호자에 의한 체벌과 언어폭력이 금지되었다.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에 따라, “아동의 보호자는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법률의 시행을 환영하는 한편, 이것이 단지 법문구의 변화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청소년인권 개선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체벌금지는 청소년이 인간임을 인정하는 이상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인권 규범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가족과 학교 그리고 모든 곳에서의 체벌을 금지하도록 권고해왔다. 2011년에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체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도록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체벌의 피해를 입은 청소년이 사건을 알리고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한국 정부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이제라도 한국 정부가 그러한 국제인권규범의 일부라도 따르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기준에서 청소년만 예외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청소년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학교에서의 체벌도 완전히 금지한 것이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는 이후 청소년에 대한 학교와 가족 그리고 모든 곳에서의 체벌을 완전히 금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가족 내 체벌금지 시행을 환영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실효성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을 밝힌다. 지난 2012년, 서울시에서 제정한 어린이‧청소년인권조례에도 “보호자는 양육하는 어린이ㆍ청소년에게 체벌을 포함한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가족 내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민 중에 이러한 내용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서울시에 사는 청소년 중 가족 내 체벌을 당했을 때 이 조례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법은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명확히 알리고 집행해야만 의미가 있다. 개정된 아동복지법 역시 널리 알려지고, 또 실제로 체벌이 일어날 때 관련 기관들이 적절하게 개입하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한 것이 되고 말 터이다. 한국 사회처럼 청소년인권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고, 가족주의가 강고하며, 청소년에 대한 폭력에 관대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럴 위험성이 크다.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폭력 — 체벌을 근절시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십몇 년 간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인권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신체의 자유 문제나 사생활의 자유 문제 등, 여러 청소년인권 문제들은 사적인 문제이거나 부모‧보호자의 친권 등을 이유로 제대로 문제로 생각되지 않았다. 가족 사이의 일을 권리의 문제나 권력관계의 문제로 논하는 것 자체가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은 청소년들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청소년인권침해가 일어나는 주요한 무대이기도 하며, 보편적 인권 보장의 치외법권이 될 수 없다. 청소년인권은 교문만이 아니라 현관문 안으로도 들어가야 한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최근 가족 안에서의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높아지는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가족 내 체벌금지가 그 한 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족 안에서도, 체벌만이 아니라 청소년인권 침해가 모두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15년 9월 29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논평] (2015. 10. 9.)
이게 한글이 아니면 두글이애오?
청소년 언어문화 그만 까새오
한글날, 우리가 전국적으로 다굴*을 당하는 날이다. “요즘 애들의 언어 파괴가 심각하다”, “알아먹지도 못할 은어를 쓴다”, “욕설을 한다”며 까대는 것이다. ‘한국어’와 ‘한글’도 구분을 못하는지 꼭 세종대왕을 들먹이며 학교에서나 인터넷에서나 하루종일 꼰대질을 시전하는데 어이가 1도 없음이다**. 우리가 쓰는 말도 분명 자음 14자 모음 10자로 조합하는 한글이다.
말 좀 줄여서 하는 게 어때서 그런가? 자기들도 줄임말로 ‘단통법’이니 ‘이태백’이니 ‘지자체’니 잘도 쓰던데 왜 ‘버카충’만 쓰레기냔 말이다. 그딴 기사 써대는 기자들도 자기들끼리 은어 많이 쓰기로 유명하지 않나. 너네가 하면 유식한 거고 우리가 하면 나대는 거냐.
욕 좀 하는 게 어때서 그런가? 우리가 욕하는 건 더럽고 폭력적인데 욕쟁이 할머니는 정감 있다고 하고, 자기들은 친구 만날 때마다 '이새끼 씨발 저년 씨발' 하는 건 이중잣대 오진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욕설 중에 소수자 차별적인 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쓰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함께 이야기하는 방법이 맞는 거지 무조건 ‘어린 것들은 그런 말 쓰지마’ 하는 건 진짜 아니다.
언어파괴가 아니라, 언어문화다. 사람들은 언어를 만들고 변화시키고 사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많은 세대/집단들이 자신들의 언어문화를 만든다. 우리 청소년들의 언어문화에 대해서만 ‘언어파괴’라고 하는 건 우리가 만만하고 우리끼리 통하는 게 아니꼽기 때문 아닌가?
권력을 가지지 못했고 지배적 문화로부터 먼 사람들일수록, ‘고급진’ 언어가 낯설기 마련이다. 예컨대 빈곤계층이나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비속어 등이 더 널리 쓰인다. 대부분의 청소년들 역시, 여러 공식적인 논의나 결정에서 배제되고, 발언할 기회도 존중받는 경험도 갖지 못한다. 청소년들은 비청소년들과 평등하게 소통할 기회도 적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고급진 언어를 쓸 일도 별로 없으며 학교에 갇혀서나 거리에서나 청소년들끼리만 지낼 일이 많다. 이처럼 사회적 소수자인 청소년들 사이에서 비청소년들 사이의 주류적 문화와는 다른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건 생각하지도 않은 채 우리의 언어문화가 자기들과 다르다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극혐****이다.
이 꼰대질도 참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1970~80년대에도 청소년의 언어생활이 “극히 거칠고 퇴폐적”이라고 우려하는 기사들과 함께 한글날에 청소년들이 “쌤통이다”, “피봤다”, “구라”, “공갈” 등의 신조어나 은어를 쓰고 맞춤법도 제대로 모른다며 걱정하는 기사들이 나온다. 겁나 우려먹은 소재라는 것이다. 새로운 말을 못 알아먹겠으면 검색을 하거나 우리에게 질문을 해라. 그 좋아하는 자기주도학습을 좀 해봐라. 괜히 만만하다고 우리만 까지 말고. 청소년들의 언어문화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자세부터 가져라. 이제 한글날에는 새로운 이야기 좀 듣고 싶다. 좋은 문학작품도 한순간에 분석하고 외워야 할 글자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입시교육부터 같이 어떻게 해보는 게 어떨까? 인정하는 부분?*****
2015년 10월 9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다굴 : 집단폭력, 린치
**1도 없음이다 : 하나도 없다
***오진다 : (감정이나 상태 등의 정도가) 엄청나다. 만족스럽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오지다’의 변형. ‘쩐다’와 비슷하게 쓰인다.
****극혐 : 매우 혐오스러움
****인정하는 부분? : 동의하는지 묻는 말
투명가방끈 [성명] (2015. 10. 19.)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획일적 ‘입시 역사’를 벗어나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중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온갖 무리수를 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왜곡과 ‘유언비어’들은 그들의 무책임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대한민국을 긍정해야 한다느니 지금의 교과서가 좌경화되어 있느니 하는 발언들은 그들의 편협하고 극우적인 역사관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 교육에서 과거에 대한 미화와 체제긍정적인 보수적 역사관을 표준화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시민사회의 성찰 능력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태도이며 반교육적이기까지 하다. 지금의 사태는 교육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라는 원칙마저 걱정되는 지경이다. 많은 시민들이 정부의 의도와 그 결과 탄생하게 될 ‘국정 역사교과서’의 내용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형편이며 이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해온 언행을 볼 때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용의 문제에 대한 이와 같은 우려를 논외로 하더라도, 검인정으로 변화해온 큰 흐름을 역행하여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한 종류로 획일화하려는 것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이는 정부가 지금의 검인정 체제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역사교육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나의 역사’, ‘올바른 역사’ 같은 말을 쓰며 모든 학생들이 정부가 정한 하나의 역사 인식만을 표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다양한 역사 해석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역사를 하나의 국민 의식 제조를 위한 도구로 보는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이번 국정교과서 강행 논란의 배경에는 사실 기존의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교육방식의 문제가 있다. 기존의 검인정 교과서 체제에서도 역사 교육은 결코 다양성을 가진 살아있는 교육이었다고 할 수 없다. 국가를 넘어선 보편적 관점과는 거리가 먼, 국가를 중심에 둔 한국사 교육의 틀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내용을 외우도록 하는 역사교육을 낳기 십상이다. 교과서는 단지 교육을 위한 하나의 주요 참고도서가 되어야겠지만, 일제고사식의 시험을 보기 때문에 교과서는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입시를 위한 역사 교육 속에서 역사를 보는 비판적 관점을 성장시키거나 역사의 현재적 의미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한국사를 비롯한 역사 과목은 교과서의 내용을 획일적으로 외우는 것이어야 했으며, 다수의 학생들에게는 단지 부담스러운 암기 과목일 뿐이었다. 설령 교과서가 여러 종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 중심의 역사 교육의 틀과 ‘입시 역사’ 속에서는 어쨌건 간에 획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야말로 국정교과서를 도입하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조건이 되는 것이다.
투명가방끈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시도에 반대한다. 정부와 여당은 잘못된 교육관에 따른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철회하라. 그리고 우리는 진정으로 역사교육의 다양성과 학생들의 주체성을 생각한다면, 역사교육이 ‘입시 역사’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입시교육은 다른 많은 것들에도 그렇듯이 역사의식에도 독이 된다. 대학입시를 목표로 삼는 중등교육의 현실, 획일적 기준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줄세우는 교육, 교과서를 경전으로 삼고 교사를 그 전달자로만 세우는 수업을 개혁한 이후에야 살아있는 역사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2015년 10월 19일
투명가방끈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성명] (2015. 10. 27.)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청소년을 무시하는 정부는 반성하라
또 시작이다, 또. 학생, 교사, 역사학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리는데도, 기어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정부가 정한 1종류로만 만들겠단다. 청소년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모든 걸 자기들 맘대로 가르치겠다는 그 한결 같은 고집, 박근혜 정부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역사교육이 청소년들을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광고했다.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과연 ‘올바른 역사관’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지 의문이다. 역사는 보는 관점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하나의 답이 정해져있지 않고, 금기 없는 의심과 토론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권력자의 입장에 치우치기 쉬우니 약자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여 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니 하나의 ‘올바른’ 교과서를, 그것도 정부에서 만들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걱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하여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이 보여주고 있는 역사관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역사 속의 국가의 과오와 책임과 인권침해문제 등을 더 축소하고 정당화하겠다는 징후를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생각을 교과서 국정화로 청소년들에게 전파하겠다는 그 의도는 매우 구리고도 위험하다. UN이 역사교육에 관해 채택한 보고서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지침을 박근혜 정부가 따끔하게 귀담아 듣길 바란다. "역사교육이 애국심 강화, 국가적/민족적 정체성 강화, 공식적 이념이나 지배적인 종교의 지도에 청소년들을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에 관한 문화적 권리 분야의 특별 조사관의 보고서2013년 8월 9일 유엔총회 A/68/296)
유관순을 들먹이기 부끄럽지도 않은가?
교육부는 이렇게도 광고했다. 검인정교과서에 유관순이 없어 학생들이 유관순을 모른다고. 그러나 이는 매우 뻔뻔하고 몰염치한 일이다.유관순을 비롯하여 그 시대의 많은 청소년들은 역사와 사회의 주인으로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행동하여 함께 삼일운동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유관순을 기억하는 것은 그가 그렇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행동하는 청소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정부는 청소년들을 역사와 사회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는가? 반대로 청소년들의 입을 막고, 탄압하고, 억누르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지난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청소년들이 붙이기 시작하자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도록 생활지도를 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은 누구였나. 학교에서 세월호에 관련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은 또 누구였나.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소년들이‘미성숙’하다며 술․담배를 규제하듯 학문과 사상과 교육의 자율성도 규제해야 한다는 망언을 내뱉었다. 바로 지금,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1인시위를 하거나 행동에 나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금지하려들고 있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중대한 인권침해이기도 하지만, ‘유관순 정신’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국정화의 구실로 유관순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 부끄럽지도 않은가.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교육을!
우리는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가? 삼일운동에 나섰던 청소년들이 그러했듯이,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며, 오늘날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 청소년은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청소년들에게 이런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저런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말들만 서로 무성하고, 청소년들이 저런 역사를 배워서는 안 된다고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이야기한다. 가르치면 마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존재로 청소년을 가정하면서, 청소년들이 주인이 되는 역사교육을 만드는 일이나 청소년들이 바로 지금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인권이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일에는 다들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역사교육에 관한 이번 논란을 계기 삼아, 한번 생각해보자. 검인정교과서라고 해서 비판적 학습과 토론과 다양성이 살아있는 역사교육이 가능했는지, 이 역시 정부의 통제 속에 있는 거의 획일적인 교육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검인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 두 가지 중에 하나로 가면 되는 것처럼 하지만 말고, 가르치는 대로 배우라고 하지만 말고, 이 답 없는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 얘기 좀 해보자. 그저 암기과목이 된 '역사'를 입시에서 해방시킬 방법은 무엇인가? 암기서 역할밖에 못하는 교과서를 없애는 건 안 될 일인가? 대안이 없다고? 그걸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해서 만들어가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구리고 위험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중단하라. 또한 국정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를 부정하는 공문과 각종 탄압에 대해서도 즉각 사과하고 이를 철회하라. 학생들이 교육정책이나 교과서선택 등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라. 국정교과서로 더욱 더 획일화된 역사교육이 아니라, 더욱 더 다양화되고 비판적 토론이 이루어지는 역사교육이 되어야 한다. 어제의 역사와 오늘의 역사가 대화하고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들이 그 주인이 되는 역사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청소년이 지금 여기에서 역사와 사회의 주인으로 인권과 주권을 존중받는 일이 필수적일 것이다.
2015년 10월 27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멈춰라입시경쟁 풀려라다크서클 [기자회견문] (2015. 10. 30.)
'일상'이 되어버린 끔찍한 교육을 바꾸자!
- 밤에는 학교·학원의 불을 끄자! '멈춰라 입시경쟁 풀려라 다크서클 공동행동'을 시작하며
얼마 전 학업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자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수능시험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아마도 또 다시 입시 성적과 스트레스로 인해 목숨을 잃는 학생들의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은 이제 틀에 박힌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교육제도로 인한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은 보도도 잘 되지 않는다. 올해 통계청은 중학생의 평일 학습시간은 평균 8시간 41분, 고등학생은 평균 10시간 13분으로 여전히 매우 길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정부는 이를 중대한 문제로 고려하지도 않는 듯하다. 청소년 행복지수가 국제적으로 최하위권에 든다는 것 소식도, 청소년들의 학업스트레스가 심각하고 학습시간은 길며 수면시간 및 여가시간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도, 우리 사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지나치게 되어버렸다. 청소년들이나 교육단체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지적하고 발언하는 것도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두렵다. 이런 현실보다도, 우리가 이런 현실에 너무나 무감각해져가는 것이.
정부가 내놓는 ‘교육개혁’이라는 것들 역시 반복된다. 자유니, 창의니, 학생들을 위한 것이니 하는 말을 앞세우지만 학생들의 현실을 정말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없다. 대부분이 줄 세우기 경쟁교육의 핵심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으며, 장시간 학습 문제나 학생들의 행복은 고려조차 제대로 않는 부차적인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학생인권 개선에 반대하고,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며, 학습부담을 늘리는 교육과정을 내놓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나라사랑교육법 추진, 전교조 법외노조화 통보 등, 학생들을 정부가 원하는 틀에 맞게 찍어내려는 욕망이 엿보이는 정책들.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이런 정책들이 현 정부의 응답이다. 과연 이것이 학생을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외치는 우리에게, 누군가는 교육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손가락질하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다. 특히 정부는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교육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마다, 거리로 나올 때마다, 그것이 금지된 정치활동이라며 억압하고 방해하려 하곤 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목소리 높이고 해결해야 할 우리의 삶의 문제이다. 밤 늦게까지 불이 켜진 학교와 학원의 풍경과 학생들 눈 밑의 ‘다크서클’이야말로 정부와 국회가 외면하고 방치해온 정치적 숙제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막 나가는 입시경쟁을 멈추고 교육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며 정부는 거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육정책에는 학생들을 비롯한 당사자들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차별과 경쟁으로 얼룩진 교육을 바꾸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상이 되어버린 끔찍한 교육 현실을 거부하고 함께 바꿔보자. 우리는 학생들의 장시간 과잉학습에 대해서 학교와 학원의 야간‧주말 학습을 금지하는 등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며, 교육과정을 줄이고, 등수를 매기기 위한 시험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입시를 교육의 목표로 만들어버리는 고교‧대학서열화를 없애고, 학력과 학벌에 따른 사회적 차별이 없이, 누구나 빈곤으로 죽게 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입시성적보다도 학생들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먼저 돈을 쓰고,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며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교육을 원한다.
우리는 오늘부터 수능시험일인 11월 12일까지, 이러한 주장을 알리고 교육을 바꾸기 위한 공동행동에 나선다. 입시가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어버리는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입시교육을 비판하고 바꾸자는 이야기들을 채워나갈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행동은 교육을 바꾸는 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멈춰라 입시경쟁 풀려라 다크서클 공동행동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모임, 학벌없는사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혁명공동행동, 원불교 인권위원회,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관악청소년연대 여유,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인권교육 온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서울학부모회,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서울지부]
2015년 10월 30일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선언문] (2015. 10. 31.)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 선언문
서기 2015년 대한민국은 많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몇 년 째 지속되는 가뭄 문제, 국방 비리, 세월호 이후에 안전에 관한 문제, 청년 실업, 금리 조정 문제 등등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국제 관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군사기지)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고, 각 나라는 우리나라에 어디 편을 들 것인지 선택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내외적으로 시끄럽고, 바쁠 때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여 좌편향 된 역사를 정상화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전국 역사학 대회, 웬만한 대학교의 교수들, 사학도들, 학교 선생님들, 야당 의원에 일부 여당 의원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하면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지금 현 역사 교과서는 좌편향 되어있고, 집필진도 좌편향 되어있고, 내용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내용이 많아서 국정화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2일 교육부에서는 역사학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확정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좌익세력이라고 규정하여 철 지난 이념논쟁까지 이끌어내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여 제 고집대로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쟁은 우리 학생들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합니다. 이에 우리 학생들은 이러한 사실에 눈 감을 수 없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이 선언문을 발표합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전 국민에게 획일화된 사고를 주입하고 다양한 역사관을 묵살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현 검정 교과서 체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관점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역사관을 형성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렇게 형성된 역사관을 통해 사회에 대한 인식이 다양해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을 거쳐 민주주의가 성장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국정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면, 하나의 역사가 일반적인 사고로 고착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역사관과 사회의식이 존중되지 않고,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토론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국정교과서가 말하는 하나의 역사관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애국이고 그렇지 않으면 종북 빨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만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곧 정부의 뜻에 따라 국민들의 역사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소리가 됩니다. 전체주의 사회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둘째, 반사회적인 내용이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과거 일제 강점기나 독재 정권 등 우리나라의 쓰라렸던 시절을 미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이 편찬했던 ‘교학사 교과서’가 있습니다. 당시 교학사 교과서는 일본의 식민통치의 아픔을 축소하고 독재정권이 불가피했다는 내용을 넣어 논란이 된 바가 있습니다. 또한 ‘수탈과 수출의 차이’도 모르시는 분들이 교과서를 집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그런데다가 국정화를 주도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친일이나 독재에 관련되셨거나 그런 의혹을 받는 사람들이 국정화 교과서를 주도하는 점도 매우 꺼림칙합니다. 이런 분들 아래에서 과연 왜곡없는 교과서가 나올지 의문이 큽니다.
셋째, 현재의 교과서는 좌편향 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새누리당, 일부 우파 학자 분들께서는 현 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당장에 새누리당의 플래카드였던 ‘주체사상’은 비판적으로 가르쳐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좌편향이란 과거 정치 지도자들을 비판하는 것 그 자체, 북한을 알려주는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을 알아 미래를 좀 더 좋은 사회로 만들 수 있다는, 북한에 대해 알아 공산독재의 실패와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궁극적인 목표는 생각하지도 않고 말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친북 교과서는 단 한 권도 없었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설사 그런 교과서가 만들어진다 한들 교육부는 이들을 검정 심사에서 탈락시킬 수 있습니다. 국정화 지지세력의 주장대로 현 교과서가 좌편향 되어 있다면 이는 그 교과서를 검정 인증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고 결국 자신의 무덤을 파는 꼴입니다.
넷째, 역사와 정치는 분리되어야 합니다. 교육부의 홍보 영상에서 나오는 ‘역사책에 유관순 열사가 없다’는 내용은 현재 모든 교과서에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런 언론 플레이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근거 부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교육부는 이런 광고에 우리 부모님의 혈세를 통해 정쟁화하려는 시도를 그만해주세요. 2005년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다. 어떤 경우든 역사를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독재 국가들은 역사왜곡을 진행하여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고 북한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이나 독재국가들의 역사왜곡을 봤을 때,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할 경우 필연적으로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현 정권 뿐만이 아니라 후대 대통령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역사학자들에게 역사 교과서를 맡겨 주세요. 그래야만 최대한 공정한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일 겁니다.
다섯째, 20년 전 헌법재판소에서도 국정화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92년 획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국정 교과서보다는 검인정 제도를, 검인정 제도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인정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아울러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20년 전에도 이런 판결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여섯째,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세계적 흐름에서도 맞지 않는 비상식입니다. 일단 우리가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나라인 일본도 검정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을 포함한 독재국가나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입니다. 현재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고 시도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독재국가라고 비난받는 러시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들과 같이 역사 교과서를 국정하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또한 국제연합은 국정 교과서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교과서를 하나로 줄이는 것이 퇴보적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심지어 공산국가인 베트남은 금년 국제연합 인권이사회에서 있었던 검정 교과서로의 전환의 권고를 수용하여 검정 교과서로의 전환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로 봤을 때 정부의 행동은 국제적 기준과 벗어난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국정 교과서는 분명히 잘못된 정책입니다. 그러나 학교선생님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이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막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도 우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청소년은 교육의 직접적인 대상자입니다. 그러므로 교육 정책에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것은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주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것을 방관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건전하고 다양한 역사관을 지니고 살아가는 밝은 미래를 원합니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동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국정화를 강행하는 정부에게 다음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첫째, 교육부에서 행정 예고한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즉시 철회해야 합니다. 원래 교과서 결정의 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권한입니다. 하지만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정치적으로 큰 논란 사안이고 사회적으로 반대 여론이 거셉니다. 정부는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 행정을 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으며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불통의 자세로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재고하고 반성해야 마땅합니다.
둘째,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실행한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중 44억을 국정화 예산으로 편성하였으며 이에 대한 세부 명세 제출마저 거부하였습니다. 예비비 편성을 위해 물밑 작업을 했다면 황우여 사회부 총리는 거짓 증언을 한 셈입니다. 또한 교육부는 비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여 여론에 반하는 정책의 집행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선전전을 펼쳤습니다. 이는 기밀 체제로 운영되었다는 점에서, TF는 편법 및 불법적 행위의 은폐를 위해 구성되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힘듭니다. 또한 정부와 새누리당, 일부 보수 언론 등의 거짓 또는 미확인 정보를 통한 선동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런 행위는 국민을 우롱한 행위이므로 사과해야 마땅합니다. 또한 거짓 증언을 포함한 일련의 과정들을 수사하여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하여 행정부의 법치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셋째, 국가 교육 정책에 청소년의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교육을 받는 주체로서 충분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 청소년들은 배제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육 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이를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권리입니다.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비롯해서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왕조차 사초는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 박근혜 정권에서는 친일파와 독재정권의 만행을 지우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후대의 사람들은 객관적인 사실을 모르고 역사는 소설이 됩니다.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지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과 여당에게 요구합니다. 역사는 모두의 것입니다. 사유화하지 말아주십시오. 왜 국민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강행하여 과오를 만드십니까? 대한민국은 헌법에 의해 국민들로부터 권력이 나오는 민주 공화국입니다. 우리 청소년과 국민의 반대 함성을 무시하지 말아주십시오.
2015년 10월 31일
5,230명의 청소년과 17개 학생회, 동아리, 청소년단체
할로윈행진 [선언문] (2015. 10. 31.)
우리의 행진은 계속된다!
- 밤에는 학교·학원의 불을 끄자! '멈춰라 입시경쟁 풀려라 다크서클 공동행동' 할로윈행진 선언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 끔찍한 입시경쟁이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는 것을.
직장인보다도 이른 등교시간, 밤까지 이어지는 자율 아닌 야간자율학습, 주말에도 계속되는 학원 수업으로 학생들은 쉴 틈조차 없다.
학교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그저 성적표에 찍힌 ‘1등급’밖에 없다
우리는 숫자로 퉁쳐질 수 없는 다양한 삶의 맥락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이다.
‘학교 서열화’로 야기된 입시의 압박은 학생들을 쥐어 짜고 있으며,
그렇게 바늘구멍 같은 입시 지옥을 통과해도 경쟁은 끝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더 좋은 스펙을 갖추려 끊임없이 발버둥쳐야만 하는 삶.
평생을 쫓기고 내몰리는 생존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삶.
그런 삶들이 그렇게 좋다면, 댁들이나 실컷 즐겨라!
그래서 우리는 선언한다!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입시경쟁교육은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입시의 성공이 마치 삶의 성공인 양 오로지 경쟁만을 강요하는 이 빌어먹을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는 지금의 입시경쟁교육이 문제라는 것을 외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입시경쟁교육을 멈추기 위해 함께 선언하고 직접 행동할 것이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보라! 바로 여기에 온 몸으로 이 지옥 같은 입시경쟁을 거부하는 우리가 있다.
들어라! 우리의 외침을! 이 개 같은 교육을 뒤집어버릴 변화의 시작을!
자유롭고 평등한 배움을 위해, 존엄한 삶을 위해, 지금 이곳에서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외치고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2015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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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청소년인권활동가), 「인권오름」 (2015년 09월 09일)
난다(청소년인권활동가), 「인권오름」 (2015년 09월 17일)
쥬리(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 「월간 참여사회 227호」 (2015.10.02.)
밀루(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 「광주드림」 (2015.09.09.)
밀루(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 「무등일보」 (2015.09.23.)
[교단칼럼] 교육 아닌 걸 성교육표준이라 우기는 이들에게
공현(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 「무등일보」 (2015.10.28.)
밀루, 「요즘것들」 (2015.09.25.)
정우재, 「요즘것들」 (2015.09.25.)
쩡열 (교육공동체 나다 활동가/편집위원), 「나다wom 8호」(2015.09.03.)
엠건 (교육공동체 나다 활동가/편집위원), 「나다wom 8호」(2015.09.03.)
정인,박씨 (편집위원), 「나다wom 8호」(2015.09.03.)
특집 - 현장 리포트: 넌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1도 모르잖아 나래, 「나다wom 8호」(2015.09.23.)
공현(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오늘의 교육 27호」 (2015.7+8월호)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상처투성이 학생인권운동의 첫걸음 - 장여진, 2000년 전국중고등학생연합 노컷운동
공현, 서울시인권포럼 발제문, (2015.09.18.)
따이루, 서울시인권포럼 발제문, (2015.09.18.)
쥬리, 서울시인권포럼 발제문,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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