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호][소식과 목소리들] '빽빽'한 청소년운동이 쌓은 활동들 (2018.10.01.~2018.12.31.)
10월부터 12월까지의 소식입니다. 활기에서는 10월을 기점으로, 청소년활동가 3명에게 상근활동비를 지원하는 '빽빽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10월부터 12월까지 청소년운동은 하루하루 '빽빽'한 날들을 보냈습니다. 투명가방끈에서는 올해도 대학과 입시를 거부하는 선언을 진행했고, 경남의 조례만드는청소년에서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힘썼습니다. 아수나로에서는 체벌거부선언자를 모으는 데 집중했고,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해 '스쿨미투' 이후 학교와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한편, 아픈 소식들도 있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활동가 케이시-느루-모모님이 우리 곁을 떠났고, 늘 문제가 많았던 현장실습 과정에서 돌아가신 이민호님의 1주기가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추모식을 통해 그들을 기억하고, 이 죽음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앞으로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권리, 청소년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열심히 활동할 것입니다.
youthhr (청소년운동 소식 공유) 메일링, 검색, 청소년단체들의 웹페이지 등을 살펴보며 모은 활동 소식과 성명/논평 등이지만, 빠진 내용이 있을 수도 있어요. 수정이 필요하거나 추가해야 할 소식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정리 : 치이즈, 난다
활동소식들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빽빽 프로젝트" 시작 (2018.10.05.)
“청소년인권운동, ‘3명’의 상근활동가를 만들자!”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들의 인건비를 마련하고자 활기에서 새롭게 시작한 <'빽빽' 프로젝트>입니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청소년참정권(선거연령 하향 등)운동, 입시폐지 및 경쟁교육 반대운동(대학입시거부, 일제고사거부) 등 청소년인권운동은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지금껏 활동해왔습니다. 하지만 청소년인권운동에는 그 동안 ‘상근활동가’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금 상태가 이어진다면 청소년운동이 지속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활동가들의 인건비를 마련하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부터는 활동가의 자리가 만들어져서 지금보다 튼튼한 활동 기반이 다져지기를 바라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활동가, '케이시-느루-모모'님의 추모식 (2018.10.07.)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등에서 활동하며, 2018년 2월에 발간된 <걸페미니즘>에 공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던 '느루'님의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많은 활동가 동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느루 님을 기억했습니다.
청소년평등선언 발표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평등행진 (2018.10.20.)
10월 20일, 국회와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평등행진이 열렸습니다. 청소년활동가들도 이 행진에 함께했는데요, 광화문에서 여의도 국회 앞까지 4시간 넘는 시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고 각계각층의 요구가 담긴 "평등선언"이 울려퍼지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은 "청소년평등선언"을 발표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뜻을 함께했습니다.
청소년운동 길찾기 워크숍 (2018.10.26.~10.28.)
10월 말, 현재 우리의 청소년운동이 어디쯤 와있는지,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은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잠깐 숨을 고르며 멈춰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기가 준비한 <청소년운동 길찾기 워크숍>은 놀고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2박 3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아수나로, 투명가방끈, 새로운 활동가 단체인 '지음' 등 단체 소속의 활동가들이 모여 우리에게 필요한 조직 체계, 활동가 교육 과정에 대한 고민부터 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까지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아주 정치적인 밤> 국회 앞 집회 열려 (2018.10.31.)
정치개혁공동행동에서 "아주 정치적인 밤"이라는 제목으로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 날은 10월 31일, 할로윈 데이이기도 했는데요, 곳곳에서 할로윈 데이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청소년활동가들도 이 행사에 참여하여 선거연령 하향을 비롯한 선거법 개정,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정치 개혁이 하루빨리 추진되기를 요구했습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선거 연령 하향" 촉구 (2018.11.01.)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롭게 시작된 국회의 정개특위에서 '선거 연령 하향'을 포함하여 정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18년 학생의날을 맞아 여러 지역 및 단체에서는 학생의날 행사가 열렸는데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는 선거연령 하향 및 학생인권법 제정을 요구하며, 청소년의 인권을 가두고 있는창살을 상징적으로 무너뜨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전국 학칙조사 결과를 통해 본 2018 학교의 현실, 스쿨미투를 비롯한 여학생 인권의 현주소를 고발하는 발언과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을 요구하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학생인권과 함께 학교에 갇힌 교사의 노동3권에 대한 전교조 위원장의 발언도 있었습니다. 현장 발언문 등은 아래 보도자료를 참고해주세요.
2018 학생의날, 스쿨미투 서울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2018.11.03.)
2018년은 '스쿨 미투'로 기억될 수도 있을만큼 수많은 학내 성폭력/성차별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증언과 고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 등 서울에서 집회를 주최한 여러 청소년 단체, 회원, 시민들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 날 집회에서는 각지에서 모인 당사자들의 발언을 들은 후,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집회 참여자들은 성폭력/성차별 문제가 계속 이어졌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에 분노하며 변화를 촉구했는데요, 행진을 하며 부른 노래들이 우리의 현실을 잘 드러내주는 듯 했습니다. ("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나날이 갈수록 심해만 지네" - <스승의 은혜> 개사곡 등) 앞으로도 성평등한 학교, 사립학교법 개정, 학생인권법 제정 등을 끈질기게 요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남지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으나 도의회에서 부결되는 등 여러 우여곡절 끝에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학생인권 현실,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된 청소년인권 거리 행동 등을 발판 삼아 다시 한번 경남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이 힘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1월 3일 경남 창원에서는 학생의날을 맞아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는데요, 2019년에는 기쁜 소식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의 요구 발표 기자회견 (2018.11.03.)
현장실습 과정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사망하는 참사가 잇달아 벌어지면서 "학습 중심 현장실습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 후 1년, 11월 3일 학생의날을 맞아 특성화고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현재 현장실습생들의 현실은 어떠한지, 전국 특성화고 학생 권리 연합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어서 교육부 장관 면담 요구, 정책 제안 등이 발표되었습니다.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수능일 맞아 2018 대학입시거부선언 및 "멈춘 자들의 행진" 진행 (2018.11.15.)
어김없이 돌아온 수능시험일, 투명가방끈은 13명의 대학입시거부자들과 함께 <2018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경쟁과 차별의 논리에 등 떠밀리듯 경주하는 것을 거부하고 멈추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불안한 삶, 입시, 경쟁 압박, 학력학벌차별을 멈추고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담은 공동선언문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심상정 위원장이 위촉되었습니다. 이에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선거연령 낮춰라!" 라는 뜻에 동참한청소년들의 '이름표'를 전달했습니다. 청소년들의 '이름표'는 투표함에 담겨 있었습니다. 선거 연령이 하향되어, 정치적 기본권 중에 하나인 투표할 권리가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은 것입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2019년에도 국회와 정개특위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청소년 정치 참여, 핀란드로부터 배운다" 서현수 박사 초청 강연회 (2018.11.20.)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주최로 '핀란드 청소년 정치 참여' 에 대한 강연이 열렸습니다. 핀란드는 '조직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민들이 여러 조직, 단체, 조합 등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아마 그런 문화와 제도가 어린이 청소년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민주주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듯 합니다. 막연하게 알고만 있던 핀란드의 사회/제도 현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며 한국의 청소년 참정권 운동의 방향에 대해서도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청소년운동 대중조직 만들기"를 목표로 활동했던 '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 이 해산하게 되었습니다. 활동 내용과 해산 이유 등을 담은 자료집도 발간했습니다. 또한 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에 참여하던 활동가들 중 울산지역모임은 '울산청소년인권모임 teenrights'로 활동을 이어가고, 서울지역의 활동가 중 일부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을 만들어서 청소년운동의 활동가조직으로 자리잡기 위해 활동한다고 합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아수나로 광주추진모임의 주최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광주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광주의 학생 인권 현실을 돌아보고,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18 서울 인권 컨퍼런스 (2018. 12. 6 - 12. 7)
2018 서울 인권 컨퍼런스가 12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시청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미투운동, 차별방지가이드라인, 장애인탈시설과 스웨덴 시설폐쇄법, 이주민과 난민 혐오, 청소년참정권, 성소수자 차별금지에 앞장선 지방정부 사례 등 다양한 주제의 세션이 준비되었습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기획을 맡은 청소년 세션에서는 한국 청소년 인권의 현실과 참정권의 필요성, 청소년 참정권과 지방정부의 과제, 그리고 미국, 프랑스, 핀란드의 청소년 정치참여 현황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미국 전국청소년인권협회 이사인 엘리야 멘리님을 모시고 미국의 청소년 인권 상황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여의도 불꽃집회 (2018.12.15)
선거연령 하향,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여성 대표성 강화 등 시급한 선거제도 개혁 과제들이 발목잡혀 있는 상황에서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여의도 불꽃집회가 국회 앞에서 열렸습니다. 정치개혁공동행동과 원내외 7개 정당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본 행사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은 선거연령 하향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날, 5당 원내대표들은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행동단, "제 8회 이돈명인권상" 수상 (2018.12.17)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행동단이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수상하는 "제 8회 이돈명인권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는 "선거연령하향 청소년행동단이 기자회견이나 퍼포먼스와 더불어 43일간 국회 앞 농성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과 행동으로 청소년들의 참정권 쟁취라는 시대적 과제를 일깨우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이돈명 인권상은 고 이돈명 변호사를 추모하고 인권의 가치를 높였던 고인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천주교 인권위원회가 2012년 제정한 상입니다.
"스쿨미투는 끝나지 않았다 in 충청권" 집회 (2018. 12. 22)
천안 B고, 청주 C고 등 학내 성폭력 고발이 있었던 충청권 학교 학생들과 충청 지역 인권단체들이 연대해 천안 중심가에서 스쿨미투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에서 학생들은 학내 성폭력의 심각성과 학교의 권위로 인해 학생들이 교사와 동등하게 발언하지 못하는 점 등을 문제 제기했고, 학교 측의 낮은 성 인권 감수성에 대해교육부의 대처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체벌 거부 선언을 담은 책자, "체벌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발간 (2018. 12. 24)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100여 명의 청소년, 부모, 교사들로부터 받은 체벌거부선언문을 책자로 펴냈습니다. 체벌 거부 선언 참여자들은 체벌이 청소년에 대한 폭력임을 선언하고, 자신보다 약한 이에게 체벌을 하지 않으며 자신의 주변에서 체벌이 일어났을 때 방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책자에는 왜 지금 체벌 거부에 대한 움직임이 필요한지에 대한 내용 또한 담겨있습니다. 책자는 체벌거부선언 참여자 및 아수나로 후원회원에게 배포되었습니다.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22호, "입시와 입씨름하기" 발간 (2018. 12. 24)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발간하는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22호가 발간되었습니다. 22호의 주제는 '입시'로, 학교 안팎에서의 성적과 학력에 따른 차벌이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었습니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을 포함한 인천 지역 페미니즘 단체들의 주관으로 인천에서 스쿨 미투 집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5월 신명여자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인천지역 8개 학교에서 스쿨미투 운동이 이어졌고, 익명으로 자신들의 피해사실을 폭로했던 학생들이 집회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성평등한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소년 노동을 바꾸는 시간! 15분 청.바.시 (2018.12.30.)
특성화고 권리 연합회에서 청소년의 노동 현실, 청소년 노동 보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과 노무사들은 각자 15분간 청소년 노동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하고, 청소년 노동이 더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들을 발표했습니다.
목소리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논평] 학생인권 보장의 발목을 잡아온 법령들을 즉각 개정하라 (2018.10.15.)
–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요구를 환영하며 –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0월 5일 정기 총회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와 제31조의 개정을 요구하기로 의결하였다. 협의회는 그 이유로 해당 조항들이 “학생인권 신장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전국 시도 교육감들의 이러한 결정을 환영하며, 정부의 조속한 응답을 촉구한다.
체벌 일부 허용인 것처럼 해석된 조항
이 두 조항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모두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내용이다. 제31조에서는 8항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부분이다. 2011년 개정 당시에는, 2010년 하반기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서울시 교육감이 체벌금지를 천명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시행령을 고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던 바 있다.
이 조항은 그 자체만으로는 체벌을 금지한 것으로 보이고 이전 내용에 비해 더 나아간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정부에서 이를 ‘도구나 신체를 이용하여 직접 때리지 않으면서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은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마치 체벌을 일부 허용하는 조항인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여러 지역의 학생인권조례들이 이 조항을 벗어난다는 논란이 일었고,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벌이 계속되고 있으며 간접 체벌의 빈도는 한층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아동복지법」 개정 등으로 학교·가정 등을 막론하고 체벌이 금지된 지금은 명백히 후진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루 빨리 오해의 여지 없이 체벌의 완전한 금지를 분명히 밝히는 내용으로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무효 소송 등에 이용된 조항
제9조에서는 1항에서 학교 규칙에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목적상 필요한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 및 학교 내 교육·연구활동 보호와 질서 유지에 관한 사항 등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다고 한 부분이 학생인권 신장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 조항 역시 2012년 개정 당시 경기·광주·서울 등지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비록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령 제9조 4항에 학교 규칙 제·개정시 학생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으나, 학생들의 참여권과 의견 반영을 보장할 방법이 없이 듣는 시늉만 해도 되는 선언적인 내용이었기에 실효성이 없었다.
이 조항 개정에 의해 학생인권조례가 무효가 되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하였고,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장이 학교 규칙에 의하여 두발·복장규제를 비롯하여 자의적으로 학생인권 침해를 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또한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 무효 소송을 제기할 때도,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를 각하할 때도 근거 조항으로도 활용되었다. 최근 서울시 교육감의 ‘두발자유화 선언’에 대해서도 이 조항을 위반한다는 시비가 일 만큼 학생인권 개선의 과정에서 그 해악은 명백하다. 학교 규칙의 기재 사항 중 학생의 인권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할 여지가 있는 내용을 삭제하고, 학교 규칙 제·개정시 학생의 참여권 역시 더욱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의 신속한 행동을 요구한다
이렇듯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와 제31조의 독소 조항들은 이명박 정부가 시도 교육감의 학생인권 개선 조치를 훼방 놓기 위하여 개정한 성격이 강하였다. 그러니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이러한 조항들의 개정을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가 ‘적폐 청산’의 차원에서도, 학생인권 보장의 차원에서도, 지방자치 강화의 차원에서도 해당 조항들을 조속히 개정하기를 바란다.
올해 불거진 ‘스쿨미투’ 사례 등은 물론이요 민주주의의 사각지대인 학교 안에서 학생인권 현실의 열악함은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국회는 해당 시행령 조항 외에도 고칠 점, 개선할 점은 없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학교 안에서 학생의 인권을 법령으로 보장하기 위해, 학교 규칙 제·개정을 비롯해 학교 운영에 학생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신속하게 법 개정과 정책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 시대 구성원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이며,
타인에 대한 배제와 경멸이 이 사회의 혐오와 차별을 초래하였으며,
모든 인간이 평등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사회의 도래가 지고한 열망으로 모이고 있으니,
인간이 차별과 억압에 대항하는 최소한의 수단으로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평등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서로의 감각을 일깨워 가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 사회 구성원들이 기본적 인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모두의 동등한 권리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는 시작이 되길 바라며,
보다 폭넓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지금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한 토대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인권과 평등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밑바탕이 된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가장 중요하므로,
이에, 이 사회 모든 구성원은,
이 나라 모든 곳이 차별 없고 평등한 세상이 되어 인권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모든 인간과 국가가 성취하여야 할 공통의 기준으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2018년 10월 20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청소년평등선언] 우리의 삶을 유예시키는 것이 바로 차별이다. 청소년은 오늘을 사는 시민이다. (2018.10.20)
청소년의 일상은 차별로 가득하다. 청소년이라는 우리의 위치 자체가 차별인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 겪는 차별은 차별로 잘 인식되지 않는다.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무능하다는 이유로, 때로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에 대한 차별은 정당화되곤 한다. 나이에 따라 서열을 구분하기도 하며,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는 쉽게 하대하기도 한다. 이는 어린 사람을 아랫사람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람은 누구나 어린이였고 누구나 청소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 시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이 겪는 부당하고 불의한 경험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인식된다.
이는 청소년이 현재의 시민으로 인정되지 않고 미래의 시민으로만 여겨지기 때문이다. 오늘, 여기, 같이 살아가고 있는 존재임에도 미래에 있을 존재로만 생각되기 때문이다. 평등한 시민으로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정치적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다. 선거 연령 하향을 비롯한 청소년 참정권은 수십년째 미뤄지고 있다. 청소년이 겪는 인권침해를 알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쉽게 묻히고 만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시간과 가능성을 유예당하고 있다. 어차피 나이 먹으면 자유롭게 누릴 수 있을 테니 지금은 조금만 참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청소년이 아니게 된다고 해서 차별이 차별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며, 폭력이 폭력이 아닌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진실이 청소년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청소년이 청소년으로서만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원한다. 특정 나이대라는 것, 청소년이라는 것이 인간을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기를 원한다. 청소년이 평등하게 존중받고 나이에 따른 차별이 사라지기를,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 폭력, 규제들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성숙하다고 인정되는 사람들만이 권리를 누리고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는 세상의 기준을 바꾸고자 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인생의 그 어느 시기에서도 인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차별교육에 저항하며 항일독립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이다.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학생들이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촛불집회의 시작을 열었으며, 2016년에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함께 외쳤던 청소년들이다.
그러나 지금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학생들에게 지금의 억압적인 학교와 사회는 일제강점기와 다르지 않다. 학생인권이 ‘학생다움’의 감옥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생다움’이라는 명목으로 부당한 학칙에 의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열 당한다. 학생에 대한 체벌은 교육/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교사-학생 간 위계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성폭력은 그 위계적 관계 때문에 쉽게 은폐된다.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수업을 들어야 하며, 입시중심의 경쟁교육과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인해 휴식권은 커녕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은 그저 말뿐, 부당하고 불합리한 규칙을 바꿀 권리, 학교 운영에 참여하여 의견을 반영할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다.
학교 밖의 청소년인권은 어떠한가? 청소년인권은 ‘미성숙함’의 감옥에 갇혀있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보호/교육의 대상 혹은 미래의 시민으로만 여겨진다. 지금, 여기에서,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임에도 지금은 ‘없는 셈’ 취급당하며 숨죽이고 살 것을 강요받는다. 청소년의 자발적 활동과 참여는 한정된 자원과 틀 안에서만 허용되곤 한다. 이러한 현실은 대한민국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유일하게 ‘만 19세’ 선거연령 기준을 고집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의 인권을 가두는 창살을 무너뜨리자. 더 이상 갇혀있지 않겠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학생다움’이라는 감옥을, ‘가만히 있으라’는 창살을, 연대의 힘으로 무너뜨리겠다. 우리의 목소리는 오늘의 외침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온 것처럼, 우리는 학교와 교육을 바꿀 것이고, 사회를 바꿀 것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꿀 것이다.
학교를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청소년참정권 보장하라! 학생인권법 제정하라!
우리는 더 이상 갇혀있지 않겠다! 우리의 힘으로 감옥을 무너뜨리자!
인간답게 살고 싶다! 나가자, 창살 밖으로!
2018년 11월 2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논평]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논의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키로 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 결정을 환영한다. (2018.11.06.)
어제(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논의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하기로 결정하였다. 특히 선거연령 하향을 논의하기로 약속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다고 보도되었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2018년의 두 번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을 시작했다. 상반기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선거연령 하향이 안건으로 올라와 논의된 바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특위 참여 정당 중 유일하게 합의하지 않아 번번이 부결되었다. 참정권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삭발 시위, 국회 앞에 천막을 친 시민들의 농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및 교육감 후보 등 각계의 선거연령 하향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인해 결국 올해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는 청소년을 배제한 채 만 19세 이상만의 참여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난 30일에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또다시 ‘학제개편을 하지 않으면 선거연령 하향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헌정특위에서도 자유한국당은 입학연령을 1년 당겨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만 18세가 되게끔 학제개편을 하지 않으면 선거연령을 하향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린 바 있다. 학제개편을 위해서는 별도의 심도 깊은 논의와 행정적 조정, 예산 배치,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해 당장 시행하기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할 명분으로 삼아 국민의 참정권 확대라는 이미 지연된 정의를 또다시 지연시켰던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학생들이 피 흘려 일군 민주주의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대한독립운동에 나섰던 십대들에게, 총칼의 위협에 맞서 4.19 혁명을 이끌어냈던 학생들에게, 부패한 정권을 탄핵시킨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빚을 지고 있다. 선거연령 하향은 청소년이 이 사회의 주인이자 함께 사는 시민으로서 대우받는 미래를 향한 미룰 수 없는 한 걸음이다.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뜻을 모은 바대로, 하루빨리 국회에서 선거연령 하향을 비롯해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촉구한다.
2018년 11월 6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숙명여고 부정행위 사건에 대한 투명가방끈의 논평] 경쟁과 서열화는 이제 교육에서 사라져야 한다! (2018.11.13)
▲ 부정행위 사건은 경쟁 속에서 교육과 평가가 본래 의미를 잃어버린 문제를 드러낸 사건
▲ 일각에서 제기하는 ‘수능·정시 확대’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닌 후퇴와 방치일 뿐
▲ 입시경쟁을 폐지하고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기 위한 변화를 논의해야
서울 숙명여자고등학교에서, 재학생과 그 부모인 교사가 연루되어 학교 내 시험 관련 부정행위가 반복적으로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조치가 진행 중이다. 11월 12일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5차례 중간·기말고사에서 문제 유출 등 부정행위가 있었고 이를 입증할 증거들도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부정행위가 사실이라면 한국 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면 이에 대한 처벌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분노가 이상하리만큼 높았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결국 이 사건의 피의자들은, 단지 한 고등학교의 교육 활동을 방해하고 성적을 조작한 혐의가 아닌, 신성하고 공정해야 할 입시경쟁을 감히 어지럽힌 혐의로 비난받았던 것은 아닌가? 또한 이 사건은 학교별 평가의 신뢰도를 의심하고 대입에서 수능 시험 비중을 키우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과 시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
우리 사회와 교육계가 이 사건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 고작 ‘대입에서 수능 시험 비중 확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본래 교육에서 시험 등의 평가는 학생이 얼마나 교육에 잘 참여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더 잘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다. 만일 우리 교육에서 평가가 이러한 원래의 뜻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굳이 부정행위로 속이려 할 이유도 없다. 시험 문제와 정답을 미리 알고 점수만 높이는 행위는 학생 자신의 교육적 상황을 알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학생에게 손해가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현실의 교육 제도와 학교 현장에서 시험 등의 평가는 결과에 따른 서열화와 차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며, 대학입시경쟁과 선발 과정의 핵심이 되는 절차이다. 교사들도 이미 교육보다는 시험 성적과 경쟁을 말해온 지 오래다. 그 결과 평가의 교육적 의미는 사라지고, 시험 결과를 좋게 만들어서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렸다. 시험 문제를 미리 빼내 정답을 달달 외워 점수·등수만 높게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바로 이러한 교육 구조 위에서 자라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는 지점조차 교육의 과정과 의미를 훼손했다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지위를 이용해 공정한 경쟁의 과정을 속이고 부당한 혜택을 받으려 했다는 데 더 집중되어 있다. 숙명여고 부정행위 사건은 경쟁과 서열화의 도구로 전락한 우리 교육과 시험의 현주소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 사회는 이 사건 앞에서, 망가진 교육 현실에 대해 함께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깊은 반성부터 해야 마땅하며, 수십 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입시경쟁교육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입시경쟁은 환상이다
이제 2019학년도 수능 시험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한날 한시에 수십만 명의 수험생들이 같이 시험을 치르는 수능 시험은, 공정하고도 공평하게 개인의 능력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고 선발과 차별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의식이다. 그러나 수험생이 시험장에 들어가기까지 그 이전의 삶과 그 배경에는 이미 얼마나 많은 불평등과 불공정, 우연과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고 있던가? ‘온전히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의한 공정한 시험과 경쟁’이란 존재할 수 없는 환상이다. 더구나 이러한 능력주의와 경쟁의 논리가 강조될수록 교육은 황폐해지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교육이 그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시험과 서열화를 위한 과정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우리 투명가방끈은 대학입시거부선언자들과 함께 이러한 교육 현실에 대해 저항하고 문제제기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기도 하다.
이번 숙명여고 부정행위 사건을 앞에 두고 ‘대학입시에서 정시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하는 것이다. 대학입시가 목표가 되어버린 교육, 성적으로 줄 세우고 차별하기 위한 절차가 되어버린 시험의 문제부터 논의되어야 한다. 교육이 전혀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 앞에서도, 더 이상 ‘교육’을 걱정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걱정하는 모습은 경쟁에 중독된 우리 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수능 시험은 비록 공식적인 ‘반칙’의 여지는 적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정하다’고 할 수 없으며 교육적이라고는 더더욱 할 수 없다. 대입 제도를 수능 시험과 정시 확대로 후퇴시키는 것은 전혀 교육 개혁이 아니다. ‘공정한 척’하는 경쟁의 현실과 파괴된 교육의 가치를 방치하는 일일 뿐이다.
대학입시의 방식을 바꾸고 말 것이 아니라, 입시경쟁교육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경쟁과 서열화와 차별의 원리로 이루어진 입시를 없애야 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 대학평준화와 차별금지 등의 정책으로 교육권과 생존권 등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경쟁시킬 것인가’ 하는 논의가 아닌, 경쟁과 서열화로부터 벗어난, 제대로 된 교육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변화이다.
2018년 11월 13일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2018 대학입시거부 공동선언문] "멈춰서자,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자" (2018.11.15.)
우리 대학입시거부선언자는 여기 이곳에서 함께 멈춰 서 있습니다. 우리는 여태껏 우리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며 등을 떠밀었던 경주를 그만두기 위해 멈췄습니다. 더 이상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 뛰어가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우리는 경쟁에 떠밀리기를 멈춥니다. 쫓기듯 달려온 삶에 안녕을 고합니다. 하지만 그저 거기에 멈춰 있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경쟁에 내몰리고 불안에 쫓기는 삶 그 이상을 상상하고 만들어 가기 위해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합니다.
오늘의 대학입시거부는 제도권 교육에 대한 항의 뿐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멈춰 서서, 어떻게 다양한 삶을 상상하고 새로운 고민을 시작할지 의논하자는 목소리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가리켜 멈춰 버렸다고, 뒤처졌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멈춘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처럼 여겨집니다. 잘 살기 위해서, 아니 일단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멈추지 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합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가치를 위해 숨 가쁘게 경쟁하는 동안, 한 순간이라도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협박 속에서 달리는 동안, 우리는 남들보다 빨리 달리는 것 말고 다른 것은 고민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경쟁 사회의 부품으로 사용되고 소모되느라 멈출 자유를 빼앗겼습니다. 대학을 가지 않는 삶을 손쉽게 부정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할 권리를 빼앗겼습니다.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 이기는 것 바깥의 고민들,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무엇인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가치 있는 삶의 요소는 무엇인지. 우리는 이러한 고민들을 되찾아 오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멈추는 이유입니다.
현재 학생들의 등을 떠미는 것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과잉 학습과 ‘학원 뺑뺑이’로 상징되는 노골적인 입시 압박만이 아닙니다. 사회적인 편견과 배제, 대학 가지 않은 삶에 대한 정책 부재, 노동환경에서의 차별 등 여러 형태를 띱니다. 어떤 진로를 택하든 학력·학벌의 줄 세우기와 차별로부터 벗어날 수 없고, 이제는 ‘창의성’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자신과의 무한 경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교육제도 속에서도 ‘그래도 일단 대학은 가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의해 대학이 강요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대학에 가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을지, 사회적 편견 때문에 무시당하며 살게 되지는 않을지 두려워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바로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생존하기 위해 멈추지 말고 경쟁하라는 논리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대학입시거부선언은 교육정책에 대한 항의 이상의, 다양한 이유와 결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학벌주의에 거부감을 느껴서, 내 존재가 아닌 대학으로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싫어서, 입시 경쟁이 고통스럽고 비인간적이라서, 떠밀리듯 살아가고 싶지 않아서,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서 등. 오늘 모인 대학입시거부선언자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경험을 해왔지만, 대학입시라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바라는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려 합니다. 이제는 사회가 강요하는 대로 경쟁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바라지도 않은 트로피를 위해 곁에 있는 사람과 싸워야 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이제는 멈추어야 합니다. 멈추어서, 경쟁과 차별의 논리를 넘어서는 대학에 대해, 교육에 대해, 우리 삶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무엇이 올바르고 좋은 사회인지 그러한 고민들을 되찾아 오고 싶습니다. 하나씩 천천히 생각하고, 사회구성원이 이러한 고민을 함께하도록 할 때, 우리는 불안과 강요로 작동해 온 경쟁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다채로운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자유롭게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고민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입니다. 고민의 전환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입니다.
우리의 대학입시거부선언이 우리의 삶을 당장 바꾸는 것은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닿고 새로운 고민과 상상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상상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숨 막히는 경쟁 속에서 소수만이 이길 수 있는 경쟁에서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것처럼 믿게 하는 거짓된 신화를 깨트린 후의 세상이 어떨지 상상해봅시다. 동시에 누군가 이기고 지는 것은 왜 당연하고 올바르지 않은지, 패자가 겪게 되는 부당한 대우들이 왜 잘못됐는지 고찰해봅시다. 교육이 입시와 취업에 갇히지 않고, 생존에 대한 불안 없이 공부할 권리가 모두에게 자유로이 보장된다면, 대학은 진정한 선택이 되고 교육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요? ‘성공’은 남보다 더 잘사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 평등하게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우리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숨이 막히도록 달려야만 하는 이 경주에 지쳐 고단한 마음을 이끌며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의욕을 갖는 일도, 타인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열어 소통하는 것도 생존 경쟁 속에서는 어려워져만 갑니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이 차가운 좌절감은 좀 더 열심히 뛰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함께 멈추어 빼앗긴 고민을 되찾고, 새로운 고민을 시작합시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시민연대 성명] 경남학생인권조례 공청회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짓밟은 난동을 강력히 규탄한다 (2018.11.21)
지난 11월 20일 진행된 경남학생인권조례안 의견수렴 공청회는 일부 반대단체 사람들의 난동 속에서 겨우 마무리되었다. 공청회가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되어 소리를 지르며 진행을 방해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급기야 단상 위에 올라가 진행요원의 몸을 잡아당기는가 하면, 책상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기도 했다. 8명 토론자들의 토론을 시작하려고 하자 반대단체 사람들은 사회자를 교체하라고 시위를 벌였고, 사회자가 자진 퇴장하고 사회자 없이 진행하기로 결정했는데도 공정성 시비를 걸며 토론을 지체시켰다. 찬성하는 입장의 토론자가 발언을 하자 얼굴에 자료집을 던지고 물을 뿌리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발표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말하는 다른 참여자들에게도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했다. 이번 공청회는 찬반 대립이 과열되는 장이 아니라, 조례를 반대하는 사람들만의 무논리 적이고 광기 어린 폭력이 난무하는 장이었다.
토론회 마지막 토론자인 학생이 “무엇이 날아와서 맞을지도 모르고 아까 제 이름을 읽고 가신 분들이 저는 너무 무섭습니다.”는 말은 공청회장의 분위기를 분명히 보여준다. 과연 반대단체에서 걱정하는 학생은 누구이며, 지키려는 학생은 누구인가. 발표자 학생과 그 자리에 앉아있던 참가 학생들은 당신들이 지키려는 학생이 아닌가? 우리는 이 상황에서 아무런 두려움 없이 온갖 차별선동과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과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맞을까봐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의 차이를 본다. 이것이 바로 부당한 권력이며, 인권을 보장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이들의 실체다.
우리는 학생 발표자가 발언을 이어가자 “아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외친 당신들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학생을 정말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은 바로 당신들이다. “우리는 조례를 원한다”고 간절히 외치는 학생들은 죄다 선동당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학생들의 말은 듣지도 않으면서 제대로 된 근거도 논리도 없이 타인의 인권을 짓밟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선동당한 것이 아닌가.
학부모와 지역민 자격으로 참여한 반대단체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가 소란을 피우는데도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자기 자리에 앉아 발표를 경청했다. 자신과 자기 학교의 일이기에 토론에 진지하게 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공청회의 가장 아쉬운 점은 당사자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 책임은 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라는 탈을 쓴 반대단체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진짜 당신들이 교육과 학교를 걱정했다면 이들이 말할 수 있는 공청회를 보장했어야 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번 공청회에서 공식적으로 자신의 의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박수만 쳤다. 첫번째 토론자로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말하는 학생 발표자가 등장하자 발표 한 마디 한 마디에 박수가 이어졌다.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다른 발표자들의 발언에 박수가 이어졌다. 학생 석의 박수소리는 특히 크고 강했다.
반대단체 사람들이 행사를 계속 방해하자 학생 석에서는 “우리는 조례를 원한다”는 구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자신의 존재를 반대하고, 존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성을 잃은 광기어린 눈으로 소란을 피우는 자리에서는 그 어떤 당사자도 쉽게 입을 열 수 없다. 우리는 그 학생들의 구호가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를 안다.
우리는 그 손뼉에서 맴돌았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간절함을 읽는다. 위협을 느끼면서도 구호를 외쳐야 했던 학생들의 삶을 본다. 경남학생인권조례의 정당성은 바로 그 박수소리와 목소리에서 나온다. 자신들의 이익과 의견만 앞세워 학생들을 짓밟는 자들은 가만히 있으라. 경남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과 도민의 간절한 요구이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정신이다. 우리는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끝까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가겠다.
2018년11월21일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논평] 막무가내 난동에 굴하지 않는 경남도교육청을 기대한다 (2018.11.21.)
바로 어제(20일), 경남학생인권조례 공청회가 반대측의 횡포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일부 언론이 ‘도민 갈등 심화’, ‘대립 격화’ 등의 표제를 뽑아 어제의 사건을 보도했으나, 이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일방적 난동이자 횡포’였다.
공청회장에서 다시금 확인된 바와 같이, 반대측의 주장은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억측일 뿐 아니라 헌법적 권리마저 대놓고 부정하는 악다구니에 불과하다. 그들은 온갖 혐오발언으로 학생들의 존엄을 모욕했고, 교육정책에 참여할 시민의 민주적 기회를 찬탈했으며, 무엇보다 인권에 기반한 경남교육을 바라는 이들의 열망을 조롱했다.
어제의 사건에서 우리는 또 다시 교훈을 얻는다. 학생을 포함한 경남도민들은 아수라장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토론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거기에 민주주의의 희망이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아수라장을 만들면 도민과 교육청이 주춤할 거라는 반대측의 얄팍한 속셈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듣지 않으려는 자들과는 대화할 길이 없다. 공론의 장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에 좌면우고할 이유는 없다. 인권이 숨 쉬는 학교를 바라는 도민의 염원에 부끄럽지 않은 경남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억지와 난동을 사그라들도록 만드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지금 전국이 경남을 지켜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의 부단한 전진을 기대한다.
2018년 11월 21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성명] 자유한국당은 학제와 선거권에 대한 가짜뉴스 유포를 중단하고, 선거연령 하향에 즉각 나서라 - 자유한국당 김용남 前 국회의원의 2018.12.1.일자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방송 발언에 부쳐 (2018.12.04.)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은 ‘꼰대 정당’이라는 비난에 직면하자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학제개편을 먼저 하자는 것”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입학과 졸업연령을 1년씩 당겨 고등학교 졸업 이후 만 18세에 도달하도록 학제개편을 하는 조건으로 선거연령 하향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학제개편의 필요성이나 가능성이 논의되지도 않은 상황이기에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2018. 12. 1.자 KBS 엄경철의 심야토론 방송에서는 자유한국당을 대표하여 전 국회의원 김용남이 출연하여 “OECD 국가 중 대부분이 고등학교 졸업 후 투표에 참여한다.”는 거짓된 정보로 시청자를 농락하였다.
자유한국당을 대표하여 출연한 김용남 전 의원의 해당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OECD 국가 35개국 중 19세 선거권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16세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고는 33개 회원국이 18세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중 다수의 나라가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기 전 선거권을 행사하고 있다.
2016년 교육부와 중앙선관위가 세계의 고등학교 졸업연령을 ‘OECD 교육지표’ 일환으로써 조사하여 발표한 바 있다. 통계상으로 보면, OECD 35개국 중 체코·스위스,핀란드, 아이슬란드, 폴란드, 덴마크, 아일랜드,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스웨덴, 독일 등 11개 국가가 평균적으로 18세 또는 19세 이상의 나이에 고등학교를 마치지만, 18세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도 평균 17-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만 만 16세가 되면 선거를 할 수 있어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생 신분으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국도 만 16~17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학제가 다른 영국은 초등학교 6년, 중등학교에서 5년을 배운 뒤 만 16세에 중등교육수료시험(GCSE)을 본다. 이 시험을 본 뒤 대학입학시험(A-Level)을 준비하기 위해 2년 더 공부할 수도 있고, 사회로 진출할 수도 있다. 최근 추세는 영국에서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A-Level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학생들 또한 고등학생으로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춘 일본의 경우 한국과 소학교·중학교·고등학교 12년으로 학제가 같다. 다만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1년 빨라 평균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는 하나 생일이 빠를수록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학생신분 여부와 관계없이 투표권을 갖는 경우도 많다.
참정권은 모든 국민의 기본권이다. 선거연령 하향은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교실의 정치화’ 우려를 운운하지만, 청소년도 시민으로서 교육정책 및 청소년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 청소년을 단순히 교육 및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자 엄연한 시민으로 대우할 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또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연령 하향은 한국 내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후일의 역사적 평가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다. 학제개편을 들먹이는 말장난을 멈추고, 하루빨리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조건 없이 동의하기를 자유한국당에 촉구한다.
2018.12.04.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청소년운동단체 공동 논평] 교총 선생님들은 왜 허구한 날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반대하시나요?
- 한국교원총연합회의 선거연령 하향 반대 입장을 규탄한다 (2018.12.12)
지난 2018년 12월 1일, KBS 토론방송 <엄경철의 심야토론>에서는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 주제로 다뤘다. 한국교총 김동석 교권정책본부장은 해당 방송에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패널로 참석하여, “정치 활동과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고3 교실”을 운운하며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반대하였다. 우리 청소년인권단체들은 청소년의 인권과 권리 보장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교사 단체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일을 하고 있다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12월 1일자 방송에서 한국교총 김동석 교권정책본부장이 했던 발언에는 몇 가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그는 선거연령이 하향되면 고등학교에서 무분별한 선거운동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에 대해 이미 많은 제한을 두고 있어 오히려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만약 선거연령 하향으로 인해 새롭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법을 보완하면 될 일이지, 선거권의 확대를 반대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러한 주장은 노동자에게, 공무원에게 선거권이 있으니 회사 사무실이나 공장이나 관공서에서 무분별한 선거운동이 벌어져서 업무가 불가능해질 거라는 식의 억지와 다를 바가 없다.
2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교총 패널은 근거 없는 우려와 청소년에 대한 비하를 반복할 뿐 의미 있는 반대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그가 예시로 들었던 해외의 사례들도 그 맥락과 최신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해 다른 토론자들에게 곧바로 반박당했다. 그가 남긴 발언들은 많았으나 결국, 선거연령 하향을 할 시 “문제가 생긴다는 근거는 없지만 어쨌든 문제가 생길 테니 반대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난 3월 만 18세 선거권을 명시한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었을 때, 한국교총은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었다. 당시 교총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정치적 판단능력이 아직 미흡하고 교실의 정치화 등 문제점이 예상돼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만 18세 선거권이 사회적으로 논의된 지 20년 가량이 흘렀지만, 한국의 대표적 교사단체인 교총은 언제나 반대 입장을 표할 뿐, 그들이 이야기하는 우려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반대하는 한국교총의 이러한 행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두발 자유, 체벌 금지, 학생인권조례 등 학생인권 사안마다 교총은 번번이 반대 입장을 내왔다. 학생인권, 청소년인권을 증진시킬 정책이 도입되려 하면 매번 아직 시기상조라며 맹목적인 반대만을 반복해왔다.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는 것은 교육 정책이나 학교 운영에도 청소년들이 활발히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교총의 맹목적 반대가 청소년들과 함께 민주적으로 학교와 교육을 꾸려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교총은 정말로 교육자다운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또는 자신들의 이익과 편의만을 추구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한국교총의 이러한 행태는 교총이 대변하는 교사들이 청소년의 권리 보장보다는 편하게 청소년을 통제할 위계적인 권력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교육자라는 직함을 달았으되, 학생과 청소년들의 인권을 보장하는데 사사건건 방해만 하고 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반대하는 교사들에게 교육을 받아야 할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통탄을 금할 수 없다. 교총은 지금이라도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입장을 재고하기 바란다.
2018년 12월 12일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시민연대 기자회견문] 권역별 공청회를 앞둔 촛불시민연대의 입장
-더 인권친화적이고 힘있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듭시다 (2018. 12. 17)
지난 달 20일 열렸던 첫 경남학생인권조례 공청회는 일부 반대단체 사람들의 난동 속에서 겨우 마무리되었다. 이후 경남교육청은 5개 권역에서 추가적으로 의견수렴 공청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오는 수요일에 김해, 양산, 통영, 진주, 창원 5개 권역에서 동시에 권역별 공청회가 진행된다. 첫 공청회에서 일부 반대자들은 단상에 난입하여 책상을 발로 차고 발표자들을 향해 폭력을 가하는 난동을 부렸다.
반대자들의 난동이 문제인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행동이 공무를 방해하는 것을 넘어 엄연히 피해자를 만드는 폭력행위라는 것이다. 첫 공청회에서 찬성 입장을 밝힌 발표자들은 고함과 욕설, 심하게는 자료집과 불상의 액체, 페트병까지 맞아야 했다. 경찰들은 위협적이고 폭력적으로 행동하던 그들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고, 공청회 참여자들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경남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함께 조례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남교육청이 권역별 공청회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그런 기대보다는 두려움과 공포가 앞설 수밖에 없었다. 공청회 자리에서 이성을 잃은 사람들의 폭력행위와 광기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럴 수밖에 없다. 발표자와 방청객이 느껴야 할 공포감, 그리고 그들의 난동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지 못할지도 모르는 참여자들의 무력감이나 분노. 이런 첫 공청회의 괴로운 감정과 피해가 재현될까 두려운 것이다.
공청회 자리에서 타인의 의견을 듣고, 타인이 의견을 말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초적인 약속이며 시민의 의무다. 그렇기에 반대자들이 저번 공청회와 같은 난동과 폭력행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의무를 다하라. 또한 방청객과 발표자의 안전과 신변을 보장하는 것은 교육청의 의무다. 저번 공청회와 같은 수동적인 대처라면 권역별 공청회에선 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교육청이 폭력행위를 선동하는 사람을 강력히 제재하고, 폭력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경찰을 투입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것을 요구한다. 교육청도 의무를 다하라.
이번 공청회는 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 소중한 기회를 참여자들에게 충분히 보장하는 공청회를 함께 만들자. 학생의 존엄을 어떻게 더 잘 보장할 것인지, 교육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건설적이고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지는 자리를 만들자. 인권적인 공청회와 숙의는 더 인권적인 학생인권조례와 학교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교육청에서 발표한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수준에 맞추어진 안이다. 먼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지역들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가장 나은 지역의 조례보다는 낮은 수준의 조례안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지난 6일 박종훈 교육감의 조례안의 원안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은 당혹스럽다. 조례안에 담긴 인권의 원칙이 훼손되거나 수정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인권을 더 포괄적으로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상황이라면 최소한 현 조례안 수준의 내용은 꼭 보장되어야 한다. 공청회는 인권의 원칙을 훼손하고 타협하는 장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권역별 공청회는 어떻게 학생의 인권을 잘 보장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자리여야 한다. 첫 공청회에서도 학생의 인권을 잘 보장하기 위한 날카로운 지적과 새로운 의견이 많았지만, 자극적인 폭력만이 논란이 되어 그 의견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 이번 권역별 공청회는 보다 많은 방청객과 발표자가 있는 만큼 다양하고 멋진 의견을 많이 모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교육청이 두 차례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토대로 더 인권적이고 민주적인, 힘 있는 조례안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꼭 그런 인권의 원칙을 지키는 조례안을 도의회 발의까지 지켜내기를, 간절히 요구한다.
2018년 12월 17일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시민연대 성명] 학생인권조례 반대단체의 공청회 불참 선언에 대한 촛불시민연대의 입장 (2018.12.19)
1. 학생인권조례 반대 단체들이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공청회 불참 의사를 밝혔다. 그들은 1차 공청회가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이에 대한 교육청의 해명과 조치 없이 이루어지는 권역별 공청회를 받아드릴 수 없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2. 반대단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의견수렴 공청회는 찬반 토론회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공청회 발표자의 선정 기준도 찬성/반대 여부보다는 다양한 의견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먼저이다. 게다가 저번 발표자의 구성은 반대 측 발표자들도 사전에 합의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약속을 깨고 공청회를 파행시키기 위해 폭력을 행사했다.
3. 오늘 진행될 권역별 공청회는 교육청에서 반대단체의 요구에 최대한 양보하여 찬성과 반대의 비율을 일대일로 나누어 발표자와 방청객을 선정했다. 이는 다양한 의견수렴과 토론이 권장되어야 할 공청회를 기계적인 찬반 토론회로 만드는, 공청회의 원래 취지에 역행하는 일이다. 게다가 교육청은 권역별 공청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불합리한 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이고, 발표자들을 사전에 모아 진행방식을 협의하고 합의점을 찾았다. 그런데 반대단체는 또 약속을 깨고 갑자기 불참 선언을 하고 있다. 공청회를 불공정하게 만드는 것은 교육청이 아니라 '학생인권조례 반대단체'이다. 자신들의 이익관계에 따라 자신들이 유리한 방식으로 공청회 진행 방식을 바꾸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모자라, 그런 불공정한 요구라도 수용해 겨우 치르는 공청회마저 당일에 불참선언을 하고 있다.
4. 우리는 반대단체들이 공청회를 도대체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공청회는 반대단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도민 전부를 위한 것이다. 도민들은 공청회에 참여하여 의견을 나눌 권리가 있으며, 참여하지 않는 도민들도 그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반대단체는 억지를 부리며 공청회의 취지와 공정성을 훼손한 것을 넘어 당일 불참을 선언하며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이는 공청회를 기다리는 다른 도민들의 참여권과 알 권리를 빼앗는 일이며, 그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5. 우리는 이번 권역별 공청회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수렴되는 장이 되길 바라는 맘에서 반대단체들의 무리한 요구들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청회에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그렇기에 반대단체들이 약속을 또 깨고 공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려는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토론자 사전 협상을 해 놓고 무책임하게 불참 선언한 것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절차적 민주성을 짓밟는 것이다. 반대단체는 공정성을 핑계로 공청회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오히려 불공정을 자초한 점, 공청회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의견과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미성숙한 태도를 보인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반대단체는 똑똑히 들어라. 더이상 불공정의 이름을 들먹이며 공청회를 부정하지 마라. 당신들은 불공정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당신들 스스로가 증명하고 있다. 인권의 반대말은 폭력이고 당신들이 하고 있는 행태가 폭력 그 자체다. 그 폭력적이고 기만적인 억지와 약속 깨기, 불참 선언을 당장 그만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