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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15호] 청소년 자립 지원 현장의 실무자들과 찐득한 인연 맺기! '몽실' 사업 담당자 날맹과의 인터뷰

이번 호 <사람들>에서는 인권교육센터 날맹 활동가를 만나보았습니다. 2015년부터 2년간 청소년 자립 지원 현장과 만나고 있는 의 자몽-몽실 사업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업의 주요 담당자로 활약하고 있는 날맹 님을 만나 2년 동안의 고민과 소회를 간략히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및 정리: 한낱

인터뷰 날짜: 20161222

 

 

Q. 간략히 자기소개 및 활동하고 있는 단체 소개 부탁드려요.

 

A. 인권교육센터 에서 상임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날맹입니다. 활기 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활기 후원인이기도 하고요. (웃음) ‘살아있는인권교육을 하려 노력하는 단체고요. ‘을 통해 교육이라는 것이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Q. ‘2015년부터 2년 동안 자몽-몽실 사업을 해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몽-몽실 사업이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A. 2015년에 사업을 시작할 때 사업명이 <위기청소년자립지원사업 자몽>이었어요. 이른바 위기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관들의 자립 관련 사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서 지원하는 사업이었고, ‘에게 함께해보자는 제안을 건네 왔어요. ‘은 자몽과 동행하는 모니터링단 몽실이란 이름으로 결합했고요.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재정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 받는 기관의 실무자/활동가들이 네트워킹 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에서 네트워킹과 실무자 분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고요. ‘은 그동안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교육을 많이 해왔지만, 실제 현장에서 청소년을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어요. 모니터링이라고 하면 보통 기관의 사업이 잘 진행되는지 지켜보는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몽실에서 하려는 모니터링은 실무자들을 매월 만나서 청소년인권이 자립과 결합했을 때 어떤 의미를 낳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 속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었어요. 이것이 크게 한 축이었고, 또 한 축으로는 자립의 개념과 관련해서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안적인 자립 개념을 만드는 연구 작업을 작년에 주로 했어요. 올해에도 역시 연구를 진행했고요. 모니터링과 교육을 함께 하면서 연구를 하는 것인데요. 실무자들을 만나면서 연구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채워간다는 것이 저희 연구의 흥미로운 점이에요. 올해는 특히나 지원 기관들에서 정서 지원이나 심리 치유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 많았어요. 그래서 상담을 비롯한 정서지원 프로그램들이 실제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청소년들은 그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봤어요. 이것이 자립 개념과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도 그려보고 있는데,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열심히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청소년인권과 자립은 어떤 점에서 서로 만나야 하는 걸까요? 몽실이 말하는 자립은 무엇인가요?

 

A. ‘에서 함께 고민해서 쓴 청소년 자립 개념 글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어요.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자립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몇 달간 개념을 추적해갔고요. ‘자립이라는 말이 주로 어떤 존재 뒤에 붙는가?’라는 질문도 던져봤어요. 장애인 자립, 성매매 여성의 자활, 청소년 자립 등등.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이나 틀이 있고, 그것을 달성하지 못한 이들에게 자립을 하나의 달성해야 할 목표나 과업처럼 요구(강요)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고요. 인권을 말할 때 개인이 잘못 살아서’,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야 함을 말하잖아요? 각자도생 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래서 그런 의미를 담아 자립을 설명하는 6가지 핵심 키워드를 찾아봤어요. 그 중 주체적이면서도 관계적인 자립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더불어 청소년 자립을 설명하는 데 있어 역량 개념을 적용한 것도 아주 의미 있었어요. 아마티아 센과 마사 너스바움이 말한 역량 개념을 대안적 자립개념과 접합했어요. 역량이란 삶의 가능성, 자유, 혹은 기회의 측면에서 존엄한 삶을 누리기 위한 조건이 보장되어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인데, 이렇게 접근하니 인식의 지평이 열렸어요. ‘열심히 살아야 자립한다가 아니라 어떤 기회와 조건, 사회적 기회가 열려야 하는지에 주목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관점이 열린 느낌이었어요. 작년에 연구 발표회를 열었을 때 현장 실무자/연구자들도 많이 왔었는데, 이 역량 틀에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당시에 대관 장소를 막바지에 바꿨었는데, 100명 넘게 참여했었어요.

 

Q. ‘위기 청소년이라는 낙인은 문제지만,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위기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무엇을 위기라고 봐야할지, 기존의 위기청소년 관련 지원제도와 정책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들려주세요.

 

A.

지원제도와 정책의 문제라고 하니 왠지 수치와 통계를 들어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ㅋㅋ 그건 지금 제가 말하기 좀 어려운 것 같고. 올해 자몽 사업 참여했던 기관 중에 아동양육시설에 근무하시는 선생님 이야기가 생각나요. 어려서부터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다 고등학교 졸업할 나이 되서 스무살 땡하고 되면 국가에선 자립을 하라고, 쉼터에서 나가라고 하는데 사람이 어느 순간 갑자기 바깥에 던져져서 지금부터 자립이야 이렇게 되진 않잖아요. 그런데 시설을 감독하는 국가 기관에서는 자꾸 자립 사례, 성과 이런 수치로 기관을 평가하니 실무자도 청소년도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국가적으로 자활사업의 목적 중의 하나가 탈수급이었잖아요. 복지제도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인간이 되란 건데, 실제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주체적인 경험의 기회는 차단하고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는 수동적인 존재로 취급하다가 나이 됐으니 이제 자립해라 하는 것도 부당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하다보니 다른 양육 시설 이야기도 생각나는데, 양육시설에선 청소년들이 라면을 직접 끓여먹어도 문제가 될 수 있대요. 정부나 위탁 기관에서 하는 시설평가가 너무 경직되어 있어서 청소년들이 설문/면접조사 과정에서 라면을 끓여먹은 적이 있다고 답하면 아동학대나 방임으로 간주되기도 한다고 해요. 너무 웃기고 이상하지 않나요?

위기 청소년이라고 했을 때 위기의 의미는 빈곤이나 가정폭력, 성매매, 탈학교, 거리청소년 등등 여러 단어들과 맞물려 설명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존재가 뭔가 해볼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현실적 조건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자기 삶에 긍정적인 자극을 얻고, 자신의 경험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면서 자기 삶을 다시 생각해볼 기회들이 있으려면 어쨌든 사람들을 만나야 하잖아요. 물론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아까 말한 그 양육시설에서는 스무살 되면 LH에서 지원하는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가 있는데, 거기에도 실무자들이 규칙을 둔다고 하더라고요. 친구 데려오면 안 된다고. 자기 집에 친구도 데려올 수 없다면 그건 자기 집이 아닌 거잖아요. 실무자 입장에서는 나쁜 친구들끼리 만나서 또 사고 칠까봐 걱정되서 그런 것이라고 얘기하셨는데, 사실 그 걱정이 이해 안 된다기 보다는 그렇게 신경쓰는 에너지의 방향을 조금 돌려서 그럼 어떤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이 장면도 결국은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자립지원을 둘러싼 제도 안에서 실무자들이 다른 새로운 시도나 고민을 해볼 여지가 쉬 열리지 않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몽실 연구를 진행하며 청소년 분들과도 직접 인터뷰 했다고 알고 있어요. 청소년들이 들려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A. 함께 몽실을 하고 있는 배경내 활동가가 인터뷰한 청소년의 이야기인데요. 지금은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인 여성 청소년이었어요. 지금은 자립팸에 살고 있고. 어렸을 때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줬는데 저도 같이 화가 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는 걸 보며 이 청소년이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활동가들)과의 관계가 대단하다 싶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1년차 발령받은 사람이었대요. 가정 폭력이 있었고, 할머니와 아빠와 함께 살았다고 하고요. 담임선생님이 가정폭력 사실을 알고 상담을 연결해 줬대요. 정신과 상담을 받았는데, 검사지 작성도 하고, 약 처방도 받았대요. 우울증이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는데,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결과가 납득이 안됐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가서도 울지 않으려고 하고, 의연한 척 하려고 했었고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애가 의연한 척 한다고그래서 가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약 처방도 받았고요. 안 울면 안 운다고 뭐라고 하고, 울면 운다고 우울증이라고 그런다고.. 진단하는 것의 문제를 인터뷰 속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요. 정신과 의사들 이해가 안 간다고.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었을 텐데, 본인은 이해가 안 간다고. 약도 먹기 싫었지만, 담임선생님이 약 먹는지 확인해서 약을 먹었었다고 하고요. 이 경험이 힘들었다고 이야기 해줬는데, 기억에 많이 남아요. 또 한 번은 치료의 일환으로 모래 치료를 받는데, 축구 골대를 만들었더니, ‘여자애가 왜 이걸 만드냐고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또 자기가 그 당시에 쉼터에 좋아하는 언니가 있었고, 그 언니 그림을 그렸는데, ‘왜 여자를 이렇게 짧은 머리로 그려놓았냐고 물었다고도 해요.

남자다움, 여자다움에 대한 틀을 갖고 있는 상담사에게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 청소년은 문제적으로만 보이는거죠. 이 인터뷰를 했던 이는 그 상담사가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게 된거지만, 그런 이상한 어른들을 만나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숨겨야 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이도 있겠죠. 근데.그걸 보고 누군가는 또 자존감이 부족하다 낙인 내릴 거고..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립 지원 현장이 인권과 만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 그저 구호처럼 들리지만은 않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Q. 실무자/활동가들과의 장기적 만남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흔히 교사나 실무자들은 청소년들의 인권을 침해하기 쉬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 많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권력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긴장과 갈등 지점을 회피해선 안 되지만, 이 분들이 인권옹호자가 될 수 있는 고민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A. 처음에는 서로 간보는시간들이 있었어요. ‘이 스스로를 인권단체라고 소개하니까, 실무자 보수교육 등으로 경직된 인권을 접해본 분들이 반감을 표현하기도 하고요. ‘우리 열심히 일하는데 인권침해자로만 보는 거 아니야?’ 라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았고요. 이러한 반감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저희도 조심스럽게 다가가게 됐어요. 현장에서는 현재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이야기 나누는 방식을 주로 취했어요.



 

작년에는 확실히 시행착오가 더 많았어요. 저희도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작년 초에 했던 교육 중에 실무자 분들을 가상의 상황 속으로 초대해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묻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저희의 의도와 상관없이 저희의 코멘트를 이런 식으로 청소년들을 만나면 안 됩니다로 느낀 실무자들이 있었더라고요. ‘날맹 쌤이 현장에 오시면 어떻게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는 반감 어린 질문을 듣기도 했었고요. 지금은 이 말씀을 하셨던 분이 후원도 하시고, 네트워크 모임에서 정말 중요한 조력자로 활약해 나가셨어요. (웃음) ‘내가 찝찝하다고 느꼈던 것이 내가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었구나를 알게 됐다고도 말씀해주셨고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몽실에 2년간 참여하며 날맹 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요?

 

A.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열심히 살아야겠다? (웃음). 농담이고요. 자극을 많이 받는 시간들이었어요. 현장에서 부대끼는 실무자들의 이야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라면 어땠을까대입해서 생각해보는 시간들이 많았어요. 특히 실무자들 이야기 들으면서 이런 힘든 조건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시간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청소년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계속 고민하는구나. 나라면 그냥 그만 뒀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좀 더 말해보자면, 세상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할까요? 제 개인적 화두이기도 한데, 운동을 하려면 그래도 세상이 조금은 더 나아질 거라는 혹은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자기 신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 분들이 청소년 현장에서 일하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세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게 해줬어요. ‘이 사람 귀하다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이것이 제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인 듯합니다.

 

더불어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교육할 때, 몽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도 참 좋아요. 근거가 쌓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청소년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려 노력하는 현장이 있다는 근거가 생겨서 교육할 때 더 자신 있게 인권을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