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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8호] 대학입시거부라는 운동, 그리고 삶


[8호] [사람들]  대학입시거부라는 운동, 그리고 삶

서린, 호야 -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공현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사람들] : 활기 지원사업 선정 단체 후속 인터뷰!"

2015 년을 맞이하여 [사람들] 코너가 조금 개편되었습니다. 이전까지 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면, 이번 호부터는 지난 1년간 진행된 활기 지원사업 "그맘 알아요"에 선정되었던 사업을 진행한 단체의 활동가를 만납니다.

[사람들] 이번 호에는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호야와 서린을 만났습니다. 투명가방끈은 지난해에 책을 만드는 활동을 하면서 인터뷰, 취재 비용 등으로 지원을 받았는데요. 오랜 시간 준비하고 작업해온 책이 드디어 출간됐다고 하네요.

투명가방끈의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 출판기념회가 있던 날, 점심 무렵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현은 인터뷰를 하러 간 건지 받으러 간 건지 애매한 포지션에서 말을 했네요.


 






▶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를 책이 최근에 나왔습니다. 책 이야기부터 물어봐야겠죠?



별다 : 투명가방끈은 어떤 단체인지 소개를 부탁드려요.

서린  투명가방끈은… “대학거부와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에요. 말 그대로. (웃음) 2011년에 대학입시거부선언과 대학거부선언으로 시작해서요. 그 이후로 대학거부자들이 같이 서로 이야기도 같이 나눌 수 있고, 같이 목소리를 내는 그런 활동을 하고 있어요.


별다 : 이번에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 - 잘못된 사회와 교육에 대한 불복종선언』이라는 책이 나왔죠. 책이 만들어진 과정과, 책 내용 등을 소개한다면?

공현 : 이게 원래는 2011년에 거부선언을 하고 그 직후에 이야기가 나와서 2012년에는 내려고 했었는데…

호야   중간에 작업이 중단됐다가 2014년 초에 다시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때 정한 원래의 마감은 작년(2014년) 10월쯤인데 어찌어찌 늦어져서….

서린  처음에 이 책이 이야기된 건 인권오름에 <나의 대학거부>라는 주제로 거부자들이 자기가 왜 거부를 했는지 그런 이야기를 연재했었어요. 그걸 다 모아서 좀 다듬어서 책으로 내자, 추가적으로 투명가방끈 소개나 이런 게 들어갔으면 좋겠다, 이 정도 구상으로 시작했아요. 이게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나오게 될 줄은 몰랐고 그러다보니까 결과적으로 내용은 더 알차게 나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별다 : 그럼 책에 그때 인권오름에 연재했던 글들도 있는 거예요?

호야  당시 글을 그대로 실은 사람도 있죠.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오랜 시간 이 책을 만들다보니 글의 시점들이 다 달라요. 어떤 글은 2011년 상황에서 쓰인 거고…. ‘편집 과정에서 시점을 통일을 했어야 했나?’ 고민도 드네요. 오랜 시간 준비하다보니 저도 제 글을 중간에 새로 한 번 쓰고 싶고 고치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공현 : 글 쓴 시점이라도 글마다 표시해놓았으면 좋았겠네요.


호야  그런데 그럼 그것도 또 웃긴 일이고, 독자들이 2011년 글을 왜 실어놨을까, 싶을 거 같아서…


서린   제가 처음에는 대학거부 딱 했을 때 쓴 원고를 그대로 실으려고 했어요. “나는 새로 못 쓸 거 같아” 고백해서 그래 그냥 그렇게 싣자 했는데, 출판 준비하면서 시간이 어머, 많이 흐른 거예요. 1년 정도가.
제가 못 쓰겠다고 한 이유가, 저는 고민이 정리가 안 되기도 하고 그 거부할 당시의 생각한 이유 같은 걸 그때 쓴 글 만큼 설명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때의 생각이 흐릿해진 것도 사실이에요.
저는 그때 거부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이유가 그냥 책 같은 걸 읽고 학습된 걸 실행에 옮긴 정도의 고민이었다고 생각해요. 대학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경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있었는데 입시 등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던 상태이고 뉴스에서나 보는 정도였던 거 같아요. 그때 대학이 대학다워야 하고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지금 와서 보면 좀 별로였다고 생각해요. 대학이라는 프레임을 깨지 못한 상태로 이야길 했던 거예요. 거부라고 이야길 쓰면서도 완전한 거부는 아니었어요. 내가 믿던 대학이란 환상 그걸 좀 더 충족시켜주는 대학을 원했던 거지, 대학 자체의 부정적인 의미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못했던 거 같아요. 제가 그때 대학생의 입장에서 쓴 것이기 때문에, 지금 대학생들에게는 오히려 그때 글이더 설득력이 있을까 어필이 될까 고민은 있었지만요. 하지만 그렇게 대학생의 입장에서 쓰게 되면 대학에 대해 더 근본적인 비판을 피하게 되는 것도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바뀐 생각을 정리해서 쓰려고 해도 뭘 쓸지 잘 모르는 상황이라 옛날 글로 그냥 실어달라고 했는데요. 나중에 보니까 저희가 대학을 다니다가 거부한 사람보다는 입시거부자 글이 좀 더 많거든요. 근데 대학을 다니다가 거부한 다른 분들 글도 예전에 제 생각이랑 비슷한 느낌인 게 많은 거죠. 대학생들에게 어필할 거 같은 글.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대학에 대해 생각하는 게 좀 부족하게 담긴 것 같아서, 비록 허접하지만 다시 쓰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만에 써서 막바지에 넘겼는데요. 그게 수정도 없이 그냥 그대로 인쇄로 넘어갔다고 해서 제 멘탈이 붕괴되었…….


별다 : 부록 같은 느낌으로 서린님 2011년 글이라거나 이런 걸 올려놓는다면 독자들이 읽으면 재밌을 거 같군요. 책을 읽으셨을 땐 어땠나요?


서린   하나하나 읽으면서 너무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에 나온 사람들과 항상 만났던 건 아니거든요. 얼굴을 알더라도 그 사람이 지금 어떻게 지내나 모르는 경우도 많았고. 저렇게 살고 있구나 정도만 얼추 알다가, 이런 고민도 했었구나 그런 생각하니까 엄청 복잡한 심정이 들더라고요. 제가 대학거부 이후에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도 생각나고. 그래서 빨리 읽히진 않았고 띄엄띄엄 읽고 있어요.

호야  “나의 대학거부”라는 이야기가, 서린도 2011년에 쓴 글과 지금의 글이 사뭇 다르죠. 다른 사람들도 생각이 달라지고 글 자체도 새로 쓰고 이런 과정을 겪었어요. 대학거부의 문제의식이 딱 고정되어 있는 생각이 아니고, 계속 그냥 우리가 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마주하면서 더 살이 붙고 떨어지는 것도 있고 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아요. 2011년에 나는 무슨 생각으로 거부했을까 생각했을 때, 계속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조차도 바뀌고, 이러면서… 과연 그때의 진정한 마음은 뭐였을까? 탐색해보고 싶긴 한데 그게 부질없는 짓이죠. 그냥 그 시간에 나의 느낌이 있었다는 걸 기록해두고, 변형되어가는 나의 대학거부를 좀 일상적으로 기술해놓고 보면서 생각의 흐름도 짚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투명가방끈이 어쨌든 이 사람들의 나의 대학거부에 대한 생각의 역사들을 좀 더 만들어나가고 모아내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고요. 이 책은 그 처음 시작 같은 느낌 같기도 해요. 우리가 공식적인 출판물로 알리게 된 건 이 책이 처음인 것 같고.





"인터뷰비를 지급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공현 : 이 참에 책 소개를 좀 해보면?


호야   전에 한 번 비교를 했는데,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라는 책이 있어요. 재밌거든요. 주어부터가 "나는"이랑 "우리는"으로 다르고. 개인의 선택으로 "가지 않았다"라는 거랑, 운동적 면을 부각시켜서 적극적으로 "거부"라고 말하는 차이가 있죠. 딱 이렇게 두 책이 옆에 있을 때 어떤 느낌들을 가질지가 궁금해져요.


서린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인터뷰집이에요. 자기 길을 걸어온 '고졸 청년들'을 인터뷰한. 대학에 가지 않고 자기 꿈이나 일을 찾아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공현 :  확실히 좀 재미있네요. 그게 차별성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저도 이 책을 같이 쓴 사람으로서 대신 좀 더 소개를 해보자면요.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는 대학거부를 선언한 사람들이 왜 거부를 했는지 문제의식을 풀어놓은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들 각각의 삶의 이야기이면서도 우리 사회의 문제를 말하는 거기도 합니다. 그리고 뒷 부분에는 투명가방끈의 교육을 바꾸자는 주장이나 대학/입시거부운동의 역사에 대한 글, 투명가방끈의 선언문과 활동 소개 등도 있어요.


별다 : 활기의 지원을 받은 게 책을 만드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요?


호야  저희가 10대와 20대 인터뷰 원고를 책에 넣었어요. 10대와 20대의 삶의 현실을 넣는 식으로요.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인터뷰비를 지급하는 데 활기 지원금이 쓰였어요. 10대 인터뷰 글은 서린이 쓰고, 20대 인터뷰 글은 제가 썼어요.


별다 :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은? 원고가 잘 안 모여서?


호야  그런 것도 있고…. 인터뷰를 한 번 했는데 그 기록이 유실된 적도 있어요. 다른 활동가가 만나서 인터뷰 했는데 그 녹음파일 같은 걸 넘기지를 않으셔서. 무슨 이유인지 ㅠㅠ 그래서 그 분은 인터뷰를 했지만 책에 못 들어갔어요.


서린   다시 또 인터뷰하려고도 했는데 바쁘셔서 시간이 안 맞아서.


호야  그런데 했던 인터뷰 또 하는 거면 그 분한테도 얼마나 고역이겠어요. 그래서 너무 죄송했어요. 여하튼 활기에서 지원사업 받은 건 그렇게 책에 녹아있어요.


서린  5만원씩 인터뷰비를 드렸어요. 사실, 인터뷰 부탁이나 그런 거 하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대학거부 하신 분들을 인터뷰한 것도 아니었잖아요. 다양한 목소리를 넣고 싶어서 한 건데… 인터뷰비를 드릴 수 있으니까 당당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감사했어요. 인터뷰비 드릴 수 있는 게 소중했거든요. 인터뷰 기록 유실된 그 분도, 인터뷰비를 드렸으니 다시 한 번 해달라고 말을 해볼 수라도 있었죠. 결국 받진 못했지만. 그건 좀 아쉽긴 해요. 한 분의 내용이 날아가 버려서, 2명 내용만 있으니 양쪽을 비교하는 것처럼 돼서.


호야  저는 서린이 쓴 최종 원고를 보면서, 어쨌든 그 맥락들 속에서 공통된 어려움이나 대학에 대한 생각 등을 잘 엮은 거 같아서 만족스러웠는데. 신경을 많이 썼죠. 음, 아쉬운 거는 10대 원고는 각각 사람에 따라 소제목을 나눠서 쓰고, 저는 3명의 이야기를 주제별로 소제목을 나눠서 합쳐서 썼거든요. 그래서 10대와 20대 인터뷰가 조금 서로 달라져서 책 자체에서 통일성을 해친 것 같아서 아쉬운 건 있어요. 그래도 우리가 짚어내려고 한, 10대와 20대의 삶과 그들이 겪는 교육 문제에 대한 주제는 잘 담은 것 같아요. 그리고 어려운 점이라고 하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데 다른 사람들 2명, 3명 이야기로 하나의 글을 만들다보니까 어떻게 잘 정리할 것인가 하는 게 처음 해본 거라서 그런가 어렵더라고요. 제가 쓴 20대 인터뷰 원고 글 다시 읽어보니 정말 못 썼더라고요. (웃음)


서린  왜? 잘 썼던데. 하긴 나도 못 썼어. 내가 글 쓴 거 나중에 읽어보면 다 못 썼더라고요.



서린(왼쪽)과 호야(오른쪽), 그리고 책




▶ 투명가방끈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진 단체일까요?

 - 대학과 대학생 중심의 문제의식 바깥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들어봤습니다.



별다 : 최근에 책 출판 외에 어떤 활동을 했나요?


서린  우리가 '삶을 바꾼다'고 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대학거부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투명한 집"이라고, 주거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보자고 하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 호야님이 강력하게 밀고 있는...


공현 : "투명가방끈하우스"라고도 하던데, "투명한 집"으로 이름 굳어지는 건가요?


서린  유리로 만들 예정입니다.(웃음)


호야  대학거부자들이 마주하는 여러 사회적 차별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주거 문제가 특히나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있어요. 그 문제를, 제 사심을 가득 담아서, 주거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 투명가방끈 사람들이 고민을 나누면서 기획을 만들었고요. 같이 한 번 공간을 만들어서 살아보자는. 여러 주거공도에가 많이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학력/학벌과 연관을 지어서 초점을 맞춘 경우는 없는 거 같아서, 그런 문제의식을 결합시켜서 하려고요. 6개월 동안 이제 시작하자, 하자, 이야기만 하고 있는 거 같지만. 


서린  처음엔 주거 문제를 꼭 우리가 직접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우리가 그런 거 하는 공동체 같은 데 가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거 진짜 해야 되는구나 생각하게 된 이유는, 왜 청소년일 때 대학 거부의 결정을 내리게 되면, 당장 집과 갈등이 자주 생기잖아요. 집일 나가야 될 수도 있고, 대학 안 갈 거면 지원 안 해준다는 부모도 있고... 대학생은 주거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도 하지만, 부모님 도움을 받거나, 학자금/생활비 대출을 받거나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대학을 안 간 사람들은 나앉아야 하는 위험이 더 큰 거죠. 일시적으로라도 거처하면서 지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청년 주거, 이런 문제 이야기할 때 대개 대학교 앞 원룸이나 기숙사 이야기만 되잖아요.


호야  실제로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수다회 그런 자리가 있어서 가봤었는데요.이제 거기서 집중하고 있는 건 다 대학생의 주거 문제였어요. 비대학생으로서의 저는 그보다 좀 더 확장해서 청년이나 20대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고 함께 다루는 게 좋지 않냐 이야길 했지만, 거기선 정책적인 면에서 대학생 주거 문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밀어내는 그런 게 있더라구요. 결국 주거 문제가 나나 다른 대학거부자들도 겪고 있지만, 나의 이야기를 할 장이 사회에는 마땅히 없다는 사실이 좀 절망적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투명가방끈이 이런 삶과 구체적으로 연관된 활동들을 만들어가는 첫 단계로 이걸 먼저 건드려보면 어떨까, 저의 욕구가 반영된 게 있어요.

서린  청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모든 정책이나 그런 게 다 대학생에 정책이 맞춰져 있고 투명가방끈 같은 사람들은 투명인간 취급? 없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소수니까 먼저 하지 않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식으로 이야기하고. 그 사람들을 대변하는 건 아무도 없는 거죠. 연구나 정책이 다 대학생 중심으로 돼있고, 대학생들이 어떻게 덜 힘들게 공부할 수 있을까 이런 식인 거예요. 청년 아르바이트 이런 거 이야기할 때도, 대개 공부해야 하고 학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의 일처럼, 그들의 사례가 대표적으로 다루어지죠. 


공현 : 최근은 아니지만 대학순위평가 거부 관련 이야기도 하고 그랬죠.

호야  아 그렇죠. 그건 '숟가락 얹기'가 아니라 새로운 숟가락을 들이미는... 그리고 원래 있던 숟가락을 한 번 친? 대학교 학생회 등에서 언론사의 대학순위평가를 거부하고 비판하는 활동을 할 때, 언론사 평가만이 아니라 기존의 대학서열이나 학벌에 대한 문제의식도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었죠.


서린  그때 고려대 학생회에서 이 활동 담당하던 분이랑 알게 돼서 가까워지기도 했어요. 이따가 출판기념회도 오세요.


별다 : 그리고 또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이 있나요?


서린  향후계획 중에... 저희가 축제나 이런 걸 하고 싶어 하고 있어요. 예술제라든지. 자본주의적인 축제 말고, 좀 다른 축제? 예술도, 잘 팔리는 작품이나 이런 게 아니라, 거부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런 예술, 공연이 있는 걸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것도 계획 중에 하나 있어요. 거부 예술제? 추워지기 전에 가을에 하고 싶어요.


호야  저희가 대학거부설명회를 했었어요. 올해에도 대학입시거부설명회를 기획해보고 있고요. 입시설명회 대신 입시거부설명회! 거부 축제 같은 것도 처음에는 작년에 대학거부설명회에서 나왔던 의견이에요. 거부를 단지 기자회견식이 아니라 방식을 거부자들이 선택해서, 본인들에게 맞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기 적합한 방식으로 다양하게 하고 싶다는 거죠. 자기 인생에서 있던 다양한 거부의 경험을 표현할 수도 있고. 그게 올해 대학거부에 밑바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빨리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서린  "저항"이란 단어를 넣고 싶었는데, 저항 예술제가 작년인가 다른 데서 했더라고.


공현 : 학벌이랑 학력 대신 능력으로 보자, 이런 말이 나오는데... 학벌이랑 학력도 사실 능력주의에 포함되는 거다. 그래서 능력주의를 좀 더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활동이 하고 싶다. 그리고 차별의 경험을 풀어놓는 차별 증언대회? 같은 것도 하고 싶다. 그리고 또 대학교를 돌면서 대학생들과 학벌주의나 대학서열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도 만들어보고 싶다.


서린  서비스직 같은 데서도 차별이 굉장히 심해요. 너가 여기서 일하는데 학력이 좋을 리 없어, 그런 시선? 그리고 무슨 자격증 시험을 보거나 할 때도 대학 전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문제들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호야  하반기에는 우리가 좀 더 일을 으쌰으쌰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대학거부자들의 모임, 어떤 단체가 되어야 할까?



별다 : 아까 전에 다른 책과 비교하면서 잠깐 이야기가 나왔던 건데요. 꼭 '거부'를 선언하지 않았어도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 등도 겪는 학력 차별이나 학벌주의 같은 문제가 있을 거잖아요. 저는 투명가방끈의 활동에 그런 사람들도 함께하는지, 또 대학거부자가 아닌 사람이나 대학생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서린  물론 대학거부자가 아니어도 같이 할 수 있죠. 대학을 이미 졸업해버렸는데 같이 어떻게 하죠? 하는 분도 있고. 누구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제의식은 있는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대학을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기도 할 거고. 하지만 제가 또 드는 고민은, 만약에 대학생이라면, 대학생이면서 이런 고민을 하고 같이 활동할 수는 있겠지만, 자기 위치가 애매해서 본인이 힘들 것 같아요.

호야  우리 활동을 같이 하는 데 자기가 서있는 위치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투명가방끈에 같이 하는 데 관건인 건 맞는데, 대학생인 분들이 투명가방끈에 와서 좀 어떻게 대학 안에서 이 문제의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를 적극적으로 같이 고민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어요. 어떻게 같이 활동할 수 있을까 긴장감 같은 걸 갖긴 하는데, 저희가 딱히 막 대학거부자가 아니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보진 않아요.


서린  문제의식은 가질 수 있는데, 자기의 입장과 문제의식을 대학거부를 통해 표현하고 그것 자체가 운동이 되는 게 저희의 특징이잖아요. 단순히 대학이나 입시나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이상으로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겠다 혹은 내 삶이 이런데 이게 어떤 삶이다 이야기하는 거에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들어와서 활동을 하든지, 그런 선언적 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솔직히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투명가방끈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진 건 아니고.

별다 : 선언이 필요하다는 건 어떤?

서린  예를 들면, 그럴 수 있겠죠. 내가 대학을 어쩔 수 없이 다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것에 거부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하거나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욕을 먹겠지만, 다니면서 무슨 소리 하냐고... 여하간 우리가 입시를 보지 않는단 거든지 대학을 그만둔다든지 이런 행동이 우리의 시작이었고, 그런 개인의 실천이 아예 빠져버린 투명가방끈은 생각하기 힘든 거 같아요. 우리가 자기 삶의 중요한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고민을 해야 할 거 같아요.


호야  확실히 대학생이라는 입장 혹은 자리는 대학거부를 이야기하는 투명가방끈의 주요한 생각들과는 어쨌든 실제 삶에 괴리를 보이는 거잖아요. 대학에 다니면서 대학에 반하는 사고를 한다는 것, 그런 게 자기 안에 모순을 일으킬 것 같아요. 사실은 자기 안에서 내적 갈등 상황이 있겠죠.

별다 : 대학에 다니는 경우 말고, 고졸? 그런 경우는 어떨까요? 주변에 대안학교 나온 사람 중에 보면 시민단체 활동가로 가서도 대학을 안 나왔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면이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활동할지에 대한 생각 같은 것도 듣고 싶어요

호야  그런 분들이 대학을 가지 않았다는 걸 단지 삶의 선택의 측면으로 생각하고, 사회적 차별이 있긴 해도 그게 본인 삶에서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나는 내 선택에 만족한다고 하거나, 아니면 내가 노력해서 성공하겠다고 하거나, 자기는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어서 안 간 거지 특별히 문제의식이 더 있지는 않다는... 전에 탈대학네트워크 고등어라는 모임에 참여했었는데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반면 투명가방끈은 단순히 선택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거고,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차별적 상황을 바꿀 수 있단 생각을 갖고 있죠. 저는 투명가방끈의 운동적인 성격과 그런 이들의 모임, 삶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네트워크 같은 모임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죠.

공현 : 저는 투명가방끈이 좀 더 조합적 성격이 강하면 좋겠다고도 생각해요. 꼭 거부선언을 하지 않아도, 고졸이나 중졸이나 초졸이나, 아니면 소위 말하는 '지잡대'나 그런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회원으로 받아들이면 해요. 그런 대학서열과 학력 피라미드에서 하위에 있는 당사자들이 모여서, 차별이나 자기 권익을 이야기하고, 또 서로 삶을 돕고 노조처럼 차별 문제에 같이 대응도 해주고 이런 단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호야  그 사람들을 우리가 만나는 게 중요하죠.


서린  우리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런 이유죠.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면 되나? 그건 또 아니니까. 제일 많이 고민이 되는 대상은 저는 대학생들이고, 그리고 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에요. 입시 문제를 마주하고 있짆아요. 주변에서, 투명가방끈을 옆에서 보기만 해도 대학에 대해 여러 고민이 든다고 이야기해온 친구들이 있어요. 하지만 자기는 용기가 없어서 거부는 못하겠다고 하고.


호야  어느 정도 저는 대학거부를 할 때 우리가 무슨 엄청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용감한 선택을 했다, 그런 식으로 비춰지는 거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입시란 문제를 내적 갈등을 겪고 대학생들도 대학에 들어가서 이걸 계속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어쨌든 그런 거부라는 직접적 행동으로 결의하기 위해서는 어떤 결단력, 모종의 용기가 분명히 필요한 거 같긴 해요. 다른 삶으로 전환을 한다는 거기 때문에. 어쨌든 그 결단력을 필요로 하는 건데 투명가방끈이 해야 할 역할은 그 결단을 할 때부터, 리스크가 큰 결단이라고 비춰지지 않도록... 그 리스크를 줄이는 작업을 우리가 계속 얘기를 하면서 해나가야 한다 생각이 들고.

저는, 이 책에 실린 건데, 우리 좌담회에서 엠건이 한 이야기가 와닿았는데요. 대학을 안 가는 걸 숙명처럼 여기는 사람들, 대학에 못 가도록 내몰리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하나? 좀 더 열악한 경제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 대학에 못 가는 게 당연하지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 조직을 하고 그들의 고민을 우리의 목소리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가 많이 고민돼요. 우리가 직접적으로 그분들을 찾아가거나 만나는 걸 못하는 거 같아요.






(출판기념회 사진 - 투명가방끈 제공)




▶ 마지막으로 활기에 바라는 것과 더 하고 싶은 이야기, 출판기념회 내용 등을 물었습니다.



별다 : 오늘 있을 출판기념회는 어떤 자리죠?

서린  저자들 중에 4명이 하는 미니 토크콘서트가 있고요. 뒤에는 뮤지션도 오셔서 공연을 합니다. 거부자 중에도 공연을 하고, 다른 분 초청도 했어요. 우리 대학거부나 이런 거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실 수 있는 그런 분이 노래를 부르는 거죠. 저는 즐기는 입장입니다.(웃음) 그리고 책을 좀 할인해서 판매할 거예요. 글 써주신 분들도 오셔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소회도 나누고.

호야  판매도 하고 소개도 하고 좀 더 만나는 자리도 가지는 거죠. 책이 나왔습니다. 하고 본격적으로 알리는 시작점 같은 느낌이죠. 사람들이 좀 너무 많이 오면 어쩌지, 고민하는 건 어리석으려나?


서린  책에 필자로 참여한 분만 20명이 넘는데, 반만 와도 10명일 거예요. 많이 오시겠죠?



공현 : 마지막으로, 활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린  음... 지금처럼만 잘해주시면 좋겠다?


호야  활기에서 우리 '투명한 집' 보증금을 빌려주시면... 아니 이건 벼룩의 간 빼먹기 같네요. 대신 활기에서 재정 나올 만한 곳을 발굴해주십사...? ㅎㅎ




재정 나올 곳은 항상 찾고 있는데 찾기가 쉽지 않군요. ㅠ_ㅠ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도 많이 팔리고, 투명가방끈 활동도 잘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출판기념회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가는 길에 따라나섰습니다. 별다 같이 장을 보고 짐도 날라줬어요. 또 투명가방근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