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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들

[6호]『구름의 노래』 : 음악이 아닌, 사람 이야기를 담은 밴드 만화

[덕질(?)들] 

『구름의 노래』 

: 음악이 아닌, 사람 이야기를 담은 밴드 만화 


하루유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다른 청소년활동가들과 같이 보고 싶고 같이 나누고 싶은 나의 덕질(?)들을 받는 리뷰코너입니다. 

이번에는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하루유키님이 리뷰를 보내주셨습니다.

소개하고 싶고 나누고 싶은 덕질 이야기가 있으면 자유롭게 「활력소」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구름의 노래’는 ‘봉천동 귀신’, ‘옥수역 귀신’등으로 유명한 호랑 작가가 2009년 네이버에서 연재한 웹툰이다. 얼마 전 불현듯 그 만화가 떠올라 정주행을 했는데 어렴풋이 밴드 만화였다는것만 기억하고 보았다가 생각보다 많이 공감이 되고 잘 짜인 스토리에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 연재되었을 당시에는 그저 예쁜 그림체에 반해 보았던데다,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본 에피소드보다도 특별편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해서(…) 본 에피소드들는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었다.


이런저런 소리가 길어졌지만 아무튼 간에, 구름의 노래는 밴드 만화다. 정확히 말하면 ‘밴드’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만화에서 “음악적이다.” 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뭐 BGM이 많이 나오는 것이 음악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구름의 노래에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흔히 말하는 밴드 정신이나 음악이 아니다. 그것은 이 만화의 에피소드들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에피소드의 제목은 각각 ‘가연의 이야기’, ‘재희의 이야기’, ‘동우와 민서의 이야기’, ‘혁의 이야기’, ‘모두의 이야기’, ‘재희의 이야기(2)’이고, 실질적으로 밴드가 구성되는 것은 세 번째 에피소드인 ‘동우와 민서의 이야기’의 끝자락인데다가, 밴드가 활동하는 모습이 나오는 건 네 번째 에피소드 오디션 장면이 되어서냐 나온다.


여기까지 말하면 “? 그럼 그냥 좀 이상한 만화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조금은 예측했겠지만-이 만화가 다루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좋은 고교에 진학했으면서도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해 항상 답답해 하고, 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죽은 부모의 환상에 갇혀 살아가고, 꿈을 좇다가 꿈이 좌절되자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사회의 모순을 모순이라 말했다가 뭇매를 맞는... 소위 말하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 엮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렇게 엮이고 엮이는 이야기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가연의 이야기’ 인데, 1화에 나오는 ‘지금 넌 뭐하고 있니?’ ‘지금 넌 행복하니?’ ‘지금 넌 살아있니?’ 라는 물음에 모르겠어, 라고만 답하며 주저앉는 모습, 공원에서 만난 성노동자 여성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뒤에 흐르는 가연의 독백들이 어쩐지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명쾌히 풀어낸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또 네 번째 에피소드인 ‘혁의 이야기’도 인상깊게 남았는데, 이 에피소드의 줄거리는 자칫 잘못하면 작품 전체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이곳에 적진 않는다.



이 만화, 구름의 노래는 때로는 강렬히, 때로는 담담히 메시지를 던진다.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구름의 노래를 읽으며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다. 굉장히 코믹한 특별편도 이 작품의 감초 역할을 한다. 깨알같이 나오는 타 웹툰의 캐릭터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작품이 나온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이 만화를 꼭 한 번쯤은 읽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