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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들

[5호] 『억셉티드(Accepted,2006)』 : 신선한 통찰은 없지만 고민을 하게 되는

 

[덕질(?)들]


영화『억셉티드(Accepted,2006)』

 

: 신선한 통찰은 없지만 고민을 하게 되는

 

 

 

다른 청소년활동가들과 같이 보고 싶고 같이 나누고 싶은 나의 덕질(?)들을 받는 리뷰코너입니다.

아수나로 준영님이 영화 억셉티드를 보고 리뷰를 써 주셨어요.

소개하고 싶고 나누고 싶은 덕질 이야기가 있으면 자유롭게 「활력소」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준영, 아수나로 서울지역모임 활동회원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바틀비 게인스(저스틴 롱 역)는 지원했던 8개의 대학에서 모조리 불합격 통지를 받는다. 그냥 대학에 안 가자니 사회적 시선도 시선이고,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에게 꿇리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부모의 압박을 견딜 수 없다. 근데 어쩌랴, 8개 대학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불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여기서 바틀비는 동료 대학거부자들을 조직하고 대학거부선언을 하는 대신 동료 대학 불합격자들을 조직해 가짜 대학교를 만든다. 처음 시작은 그저 장난이었다. 그냥 가짜 웹사이트랑 가짜 합격 통지서를 만들고, 버려진 동네 정신병원을 무단으로 임시 리모델링해 가짜 입학식을 꾸며 부모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명목상의) 입학 날, 가짜 대학교 사우스하몬 기술대학(South Harmon Institute of Technology, 영문 약자는 S.H.I.T)에 무더기의 입학생이 찾아온다.

 

알고보니 바틀비 일당처럼 모든 대학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은 사람들이 우연찮게 가짜 대학의 홈페이지를 보고 대학에 찾아온 것. 대학 홈페이지의 입학 원서 제출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합격 통지(acceptance)가 가서 그렇게 많은 수의 학생이 몰려올 수가 있었다. 어쩔 수 없게 된 바틀비는 그냥 이 가짜 대학을 그럴싸한 대학으로 바꿔 볼 생각을 한다. 바틀비는 우선 근처에 있는 하몬 대학에 가서 대체 대학이란 건 어떻게 굴러가는지 찾아보려 한다. 그런데 웬걸, 현실의 대학은 이상과는 너무 달랐다. 강의실이 부족해 스피커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빈번했고, 원하는 과목을 마음대로 수강신청 할 수 없는 제약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에서의 배움이란 줄줄 강의되는 내용을 암기만 해야 하는 배움이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바틀비는 함부로 학생을 내치지 않고 학생이 주인이 되는 교육, 교사가 곧 학생이고 학생이 곧 교사가 되는 뭐 그런 식의 교육 철학으로 사우스 하몬 기술대학을 운영하려 한다. 그러면서 사우스 하몬 기술대학에는 위기가 찾아오고 뭐 그런 식으로 영화가 전개되는데 여기서 어떤 갈등이 전개되고 그것이 어떻게 해소되는지를 다 말해버리면 영화를 아직 안 본 사람들에게 스포일러가 되니 굳이 내용을 다 쓰진 않겠다.

 

*

 

줄거리를 주저리주저리 쓰긴 했는데 하여간 요약하자면 이 영화는 대학교육을 주제로 한 코미디 영화다. 영화를 처음 알게 된 때는 아마 인터넷에선가 책에선가 대학과 관련된 글에서 소개를 본 때 같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별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조금은 궁금했지만, 바쁜 학생인지라 영화 볼 시간이 나지 않아 굳이 찾아보진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활동하는 단체인 아수나로 모임에서 이 영화를 보자고 이야기해 최근에 사무실에서 빔프로젝터를 빌려 보게 되었다.

 

영화의 리뷰를 간단히 하자면, 사실 영화의 완성도만을 놓고 따질 때 결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영화다. 유머코드도 그렇고, 좀 진부한 느낌이 든다. 졸작까지는 아니지만, 너무 바쁘시다면 바쁜 와중에 일부러 시간을 쪼개서 볼 영화는 아니라는 걸 미리 얘기해드리고 싶다. 바꿔 말하면 아예 못 볼 영화라는 건 아니긴 하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그렇고, 영화가 담고 있는 교육철학이 사실 이 영화의 고갱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도 좀 진부하다. 요약하자면 모두를 위한 교육, 그리고 각자가 원하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고 현재의 주입식 학교교육과 돈만을 좇는 대학교육은 진짜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의 사우스 하몬 기술대학은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적 학교고, 이 학교에서는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직접 서로 배우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뭐 다 맞는 말인데 아쉬운 점은 그냥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그냥 유토피아만을 그릴 뿐이지 실제로 그런 시도가 가져올 문제나,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을 던져주지 않는다.

 

2009년 개봉한 인도 영화 <세 얼간이>도 <억셉티드>와 거의 똑같은 얘기를 한다. <억셉티드>와 <세 얼간이>는 많은 부분에서 닮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 두 가지를 꼽자면 영화가 담는 메시지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고 또 영화가 단순한 교육에 대한 원칙적 비판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냥 웃자고 만든 코미디 영화에서 철학서적 급의 진지함을 기대할 순 없지만.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질문을 내게 던지게 된다. <억셉티드>와 <세 얼간이>가 말한 진정한 교육을 위해서는 어떤 실천이 필요할까? 제도화된 대학 교육은 진정 창의성을 말살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대학(을 비롯한 제도권 학교)을 벗어나야 할까? 강제되지 않은 순수한 자발적인 교육은 가능할까? 영화들이 그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많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