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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들

[2호] 『누구나 게임을 한다』 : 현실로 돌아오란 말은 그만. 게이머를 위한 변명



[덕질(?)들]


책『누구나 게임을 한다』


: 현실로 돌아오란 말은 그만. 게이머를 위한 변명


별다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다른 청소년활동가들과 같이 보고 싶고 같이 나누고 싶은 나의 덕질(?)들을 받는 리뷰코너입니다. 

두번째 꼭지는 활기의 별다가 『누구나 게임을 한다』를 읽고 써 주셨어요.

소개하고 싶고 나누고 싶은 덕질 이야기가 있으면 자유롭게 「활력소」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악마의 게임”을 아는가. 게임을 시작하면 마치 악마에게 꾀인 것처럼 게임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현실을 잊게 만든다는 의미다. 비디오 게임, 온라인 게임에서부터 스마트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까지. 오후 6시에 “2시간 뒤 8시까지만 한다”는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날 아침 8시가 되어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흔하다. 


어쩌면 그 이야기는 30년쯤 전에 다방구 놀이를 하느라 밥 때를 놓치고 구박받았던 사람들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대의 새로운 놀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으로 놓고, 관리하자는 중독법을 내놓는다. 2012년부터 실시된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야간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정책이다. 


그렇다면 게이머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게임에 삶을 저당 잡힌 ‘폐인’일까? 전세계에서 매주 30억시간을 게임에 소비한다. 일주일 동안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이 20시간 이상인 하드코어 게이머의 수도 전세계 1억명을 넘는다. 그들은 시간을 낭비하고 현실을 도피하는 사람들일 뿐인걸까? 다르게 생각해보자. 게임은 게이머에게 열정을 쏟게 하고 생산력을 보장해준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다시 말해서, 현실은 망가져 있다.


모든 게임에는 ‘목표’, ‘규칙’, ‘피드백 시스템’, ‘자발적 참여’라는 특징이 있다. 저 유명한 2D 게임 테트리스를 가지고 설명해보자. 테트리스의 목표는 떨어지는 퍼즐조각을, 최대한 알맞게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빈 공간 없게 퍼즐을 쌓으면 “뿅뿅”하는 소리와 함께 줄이 사라진다. 점수도 올라간다. 승리조건은? 없다. 테트리스는 플레이어가 패배할 때까지 계속된다. 게이머는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 오직 더 플레이하기를 원한다.


현실세계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벌어지는 일들은 게임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공정한 규칙도, 적절한 피드백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일을 처리하면 돈을 벌고 인정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지루해하고, 우울해한다. “누구나 게임을 한다”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게임은 세상을 구할 수 있다. 게임의 구조를 현실세계로 옮겨온다면, 생산력은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사람들은 행복해질 것이다.


이미 실제 세계를 구하기 위한 게이머들의 의지는 곳곳에서 구현되고 있다. 책 속 풍부한 예시들을 소개하지 못해서 아쉽다. 하나만 소개하자면, 게임 “허드렛일” 참가자들의 목표는 다른 구성원들 몰래, 많이 하는 것이다. 경험치를 쌓을수록 ‘41층 닌자 대륙’에 걸맞는 모험가가 된다. 말하자면 설거지와 청소는 이 게임에서 하기 귀찮은 일이 아니라, 남보다 먼저 해야 하는 미션이 된다.  


저자의 급진적인 논의를 따라가지 않더라도, 이 책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걷어내기에 충분하다. 한국만해도 1700만명이 게임을 즐긴다. 이들이 하는 활동을 중독이라고 밀어붙이고, 사회악으로 설정하여 규제하는 것이 적절할까. 게이머들이 속한 세계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이 속하지 않고 싶어하는 세계를 고치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현실로 돌아오라는 말은 그만. 현실을 게임처럼.